문화

조선 마지막 황세손 이구가 남긴 '진화랑' 둘로 쪼개진다

김아미 기자 2017. 10. 18. 16:01
음성재생 설정

이동통신망에서 음성 재생시
별도의 데이터 요금이 부과될 수 있습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구의 정인(情人) 유위진 회장 남매간 분쟁 최근 마무리
마지막 전시로 신해철 추모전..내년 전시장 건물 이관
구나현 '코파는 신해철' (진화랑 제공) © News1

(서울=뉴스1) 김아미 기자 = 대한제국 마지막 황세손 이구(1931-2005)의 애틋한 로맨스로 유명한 서울 종로구 통의동 '진화랑'이 둘로 쪼개진다. 진화랑 상속자들 간 재산 분쟁이 최근 마무리됐기 때문이다.

이구는 고종의 일곱 번째 아들이었던 영친왕 이은과 일본인 이방자 여사의 둘째 아들이다. 진화랑은 이구의 '이루지 못한 사랑'으로 유명한 한국 화랑계의 '대모' 고(故) 유위진 회장(1931-2010)이 1972년 10월 개관한 갤러리다. 유위진 회장의 이름을 따 갤러리 이름을 '진화랑'으로 지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시 일본에서 거주하며 한국을 드나들던 이구는 진화랑이 일본 문화계와 교류할 수 있게 물꼬를 터 준 역할을 했다. 그 덕분에 진화랑은 물방울 패턴의 회화로 유명한 일본 팝아트 거장 구사마 야요이와 일본 모노하(物派)를 이끈 단색화 거장 이우환을 국내에 발빠르게 소개하는 등 한국 화단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 왔다. 진화랑 관계자는 "진화랑이 구사마 야요이 작품 컬렉션으로 먹고 살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라고 회상했다.

유위진 회장은 1991년 9월 '진아트센터'를 새롭게 개관해 활동영역을 확장하면서 남동생인 유택환씨를 사장에, 여동생인 유화자씨를 부사장에 각각 임명했다. 또 후사가 없었던 유 회장은 유택환씨의 장남인 유재응 현 진화랑 대표를 양아들로 입양했다.

그러나 유 회장이 2010년 8월 별세하면서 진화랑과 진아트센터의 지분을 놓고 형제들 간 상속분쟁이 일어났다. 유 회장이 두 형제와 그들의 자녀들에게 '공동경영'을 유언으로 남기면서, 진아트센터 건물 및 부지 등을 놓고 법정싸움이 벌어진 것이다.

법원이 최종적으로 유화자 부사장 쪽 손을 들어주는 것으로 7년간의 소송이 최근 마무리됐다. 이로써 현 진아트센터 건물은 유 부사장 쪽으로 넘어가게 됐다. 진화랑은 현 갤러리 건물 2개 동 중 진아트센터를 제외한 갤러리 건물과 유위진 회장의 통의동 자택 둘 중 한 곳을 진화랑이라는 이름 그대로 내년 쯤 새롭게 문을 열 예정이다.

김영생_신해철과 나_260x385mm_캔버스프린트액자,타투도안,타투시술용침대,타투작업카트_가변설치_2017 (진화랑 제공) © News1

현 건물에서 마지막 전시는 '신해철 3주기 추모전'이다. 신민 진화랑 기획실장에 따르면 '남들이 하지 않는 전시'를 강조해 왔던 유재응 대표의 뜻에 따라 '갤러리 재능기부' 형식으로 이번 전시를 기획했다.

카카오스토리 펀딩으로 모인 9000만원가량 중에 7000만원으로 전시를 꾸렸다. '생각생각-신해철의 생각에 생각을 더하는 전시'라는 주제로 14일부터 막을 올린 이번 전시는 진화랑이 주최하고 사단법인 꿈이루는세상이 주관했다.

전시에는 건축가, 사진작가, 회화작가, 벽화작가, 조형작가, 설치작가, 플랜트디자이너, 시각디자이너, 보석디자이너, 타투이스트 23명이 참여했다. 강석호, 구나현, 노가든, 도파민최, 손현주, 신경섭, 양수인, 양은빈, 양자주, 양정화, 엘리스, 오영욱, 이창호, 이혜영, 임안나, 조현수, 지호준, 황태원, OTTA 김영생, 킹크로치(King Kroach) 박상우, 헤이키바(Heykiva) 김지윤, 이가영 등이다.

그중에서도 '코파는 신해철'이라는 제목이 붙은 구나현 작가의 벽화가 현 진화랑의 마지막 모습으로 강렬하게 기억될 전망이다. 검은 선글라스를 낀 신해철이 활짝 웃으며 코를 파는 모습을 붉은 색 벽돌 위에 그린 작품이다.

'왜 꼭 그림을 팔아야만 하는가'라는 의문에서 출발해 평범한 사람들이 코 파는 모습을 벽화 형식으로 마치 '벽에 코딱지를 묻히는 듯' 작업해 왔다는 구나현 작가의 뜻이 평범한 사람들에게 노래로 말로 위안을 줬던 고 신해철의 정신과도 맞닿아 있다는 것이 진화랑 쪽 설명이다.

구나현 '코딱지 대마왕' (진화랑 제공) © News1

전시장 안 쪽에도 구 작가의 벽화가 있다. 코를 후비던 신해철의 새끼손가락에는 '코딱지' 대신 민들레 꽃이 피어 있고, 신해철을 둘러싸고 그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줬던 인물들이 얼굴을 알 듯 모를 듯 하게 그려져 있다. 그중에는 '부엉이'로 묘사된 노무현 전 대통령·문재인 대통령도 있고, 신해철의 어머니, 가수 조용필도 있다.

신 실장은 "때마침 신해철이 생전에 대중 앞에서 코 파는 사진을 발견할 수 있었다"며 "추모전이라고 해서 꼭 슬프게 하기보다, 유머있고 솔직하고 당당했던 신해철이라는 존재가 언제나 즐겁고 유쾌하게 기억되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설명했다.

전시는 11월30일까지 이어지며 이후 '순회전'을 계획 중이다. 전시 관람료는 9000원이다. 진화랑은 이례적으로 전시장 바깥에 티켓 부스를 마련했다.

amigo@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