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길을 따라 '藝術'에 물들고 그곳에 서서 '夜景'에 취하다

박경일 기자 2017. 10. 18.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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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서귀포의 알뜨르비행장 주변. 초록의 밭 너머로 제주 비엔날레 설치미술인 김해곤 작가의 ‘한 알’과 최평곤 작가의 ‘파랑새’가 보인다. 가을 여행주간을 맞아 제주에서는 비엔날레 전시 공간을 둘러보는 아트투어를 진행한다.
충남 공주 공산성의 야경. 공주는 백제문화예술의 아름다움을 만나는 곳이기도 하고, 가을밤의 정취를 즐길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올가을 여행주간이 내세운 ‘예술’과 ‘밤’이 모두 이곳에 있는 셈이다.

가을 여행주간 ‘藝 & 夜’ 테마 코스

가을 여행주간이 오는 21일부터 내달 5일까지 전국 곳곳에서 열린다.올해 가을 여행주간에 눈길을 끄는 핵심 주제가 있으니, 하나가 ‘예술’이고 다른 하나가 ‘밤(夜)’이다. 여행에다 예술을 접목한 것은, 가을의 서정적인 분위기에다 예술적인 경험을 더해 여행이 주는 감동을 극대화하기 위한 것이고, 밤을 앞세운 건 여행 시간을 낮에서 밤까지 연장해 체류형 관광을 활성화하기 위한 치밀한 전략이다. 예술을 따라가는 가을 여행은 선(線)으로, 밤이 눈부신 야간 명소를 점(點)으로 들여다봤다.

■ 광주 ‘아트투어’

비엔날레~문화마을~시장 / 디자인부터 서민예술까지 / 주요 문화 거점 둘러보기

# 예향 광주 아트투어…다양한 문화체험

대표적인 예향인 광주의 주요 문화예술거점을 따라 떠나는 당일치기 아트 투어다. 디자인 전시부터 역사 문화마을 탐방, 전통시장 방문 등을 이어지는 다채로운 일정으로 진행된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을 중심으로 광주비엔날레, 대인예술시장 등 문화거점을 방문하고 광주의 몽마르트르라 불리는 양림동에서 작가와의 만남 등을 경험할 수 있다. 오는 21일과 28일 두 차례에 걸쳐 이이남 미디어 아티스트와 여행자들과 동행하는 여행인데, 아트모이모(0612-223-6050)가 진행한다. 모집인원이 마감돼 참여하기 어렵다면 투어 일정을 참고로 개별적으로 돌아봐도 좋겠다.

먼저 오는 23일 폐막을 앞둔 광주디자인비엔날레 전시장을 찾는 것으로 일정을 시작한다. 올해 비엔날레의 주제는 ‘미래들’. 4차 산업혁명으로 가는 길목에 서서 디자인적 관점으로 본 미래를 그려낸 디자인 전시와 디자인 페어 등을 둘러본다. 이어 근대문화가 발아한 양림동을 찾아 외국인 선교사 사택 등 근대문화유산과 역사 인물, 문화공간 등을 찾아간다. 밀랍으로 만든 매화인 ‘윤회매’를 전시한 문화관과 양림동이 고향인 작가의 작품을 전시한 한희원미술관 등도 방문한다. 발길은 쇠락한 전통시장을 문화와 예술을 접목하는 방식으로 살려낸 대인예술시장으로 이어진다. 대인시장에는 예술가들이 입주해 있고, 저녁이면 야시장 등 다양한 행사가 열린다.

일정 : 광주송정역→광주비엔날레→양림동 윌슨선교사 사택→호랑가시나무 창작소→최석현 나전칠기→오웬기념각→윤회매기념관→이장우고택→한희원미술관→대인동문화공간 김냇과, 주안미술관→대인예술시장→광주송정역

■ 금강 ‘백제의 美’

儉而不陋 한국적 아름다움 / 무령왕릉 등 유적지 탐방 / 신동엽 문학관 등 투어도

# 금강 그랜드 아트투어…백제의 미(美)

금강의 물줄기를 따라 백제 시대부터 이어져 오는 검이불루(儉而不陋·검소하되 누추하지 않고) 화이불치(華而不侈·화려하되 사치스럽지 않다)의 한국적 아름다움의 근원을 찾아가는 투어다. 당일과 1박2일, 두 가지 일정으로 여행을 진행한다. 당일치기만으로도 충남 공주와 부여는 물론 백제 유적지를 대부분 다 둘러볼 수 있다. 1박 2일 일정은 오히려 당일치기 여행보다 동선을 더 짧게 해서 느슨하고 여유 있게 여행할 수 있도록 했다. 여행은 부여마을문화학교협동조합(041-832-2697)이 진행하는데, 21일과 11월 4일은 당일, 28일은 1박2일 일정이다. 신현림 시인, 고재열 시사인 기자, 오은 시인 등이 차례로 여행에 참여한다.

국립공주박물관, 국립부여박물관, 정림사지 오층석탑 등은 공주·부여 여행에서 누구나 들르는 곳. 여기에다 사비도성의 외곽을 방어했던 나성, 그리고 백제예술의 정수로 꼽히는 금동대향로 등이 출토된 능산리 사지 등을 일정에 넣었다. 백제의 유적지뿐만 아니라 부여의 신동엽문학관과 시조시인 가람 이병기 생가 등도 함께 찾아간다. 당일 여행 코스는 바쁘게 움직이면서 전북 익산의 미륵사지와 문화예술의 거리까지 가지만, 1박 2일 코스에는 익산 코스가 빠지는 대신 부여 중앙시장의 장보기와 부여 양송이마을에서의 캠핑, 부소산 새벽투어 등의 프로그램이 더해졌다.

일정 : KTX공주역→무령왕릉→국립공주박물관→신동엽문학관→정림사지→국립부여박물관→능산리사지→가람이병기생가→미륵사지→익산문화예술의 거리→KTX익산역

■ 양주 ‘그림과 별빛’

근대회화 감상 장욱진미술 / 김수근건축상 수상한 건물 / 송암천문대서 별자리 낭만

# 양주 미술관, 천문대…그림과 별빛

큐레이터와 함께 양주 일대의 다양한 미술관과 천문대 등을 둘러보면서 아틀리에 체험, 별자리 스토리텔링, 모닥불 토크 등의 낭만적인 프로그램을 만끽할 수 있는 여행이다. 장욱진미술관, 송암첨문대, 양주 아트시티, 가나아트 파크 등을 들른다. 오는 11월 3일 1박 2일 일정으로 떠나는 여행으로 2~4인까지 가족을 대상으로 한다. 스쿨김영사(031-955-3150)가 진행한다.

양주에는 시립 장욱진미술관이 있다. 고 장욱진은 올해로 탄생 100주년을 맞는, 박수근, 이중섭, 김환기 등과 함께 한국 근현대 미술을 대표하는 서양화가다. 장욱진미술관은 장욱진이 그린 호랑이 그림인 ‘호작도’와 집의 개념을 모티브로 설계한 건물로 중정과 각각의 방들로 구성된 독특한 미술관이다. 미술관은 2014년 김수근건축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미술관을 들러 찾아가는 송암천문대는 한일철강의 엄춘보 회장이 350억 원의 사재를 털어 해발 443m의 계명산 형제봉에 문을 연 천문대다. 동호인 위주의 폐쇄적인 운영을 하는 일반 천문대와는 달리 다양한 시설로 관람객에게 다채로운 체험을 제공하고 있어 천문대라기보다는 ‘천문테마파크’라는 게 더 잘 어울린다. 스페이스센터에는 600㎜ 국산 1호 천체망원경과 다양한 방식의 망원경을 통해 우주 모습을 관찰할 수 있다. 별자리 관찰과 함께 별에 얽힌 이야기를 듣는 시간을 갖고 영주 아트시티에서 여행 멘토와 함께 모닥불 토크, 소원풍선 날리기 등의 이벤트를 진행한다. 이튿날에는 가나아트파크를 찾아 오픈 아틀리에에서 예술작품을 감상한다.

일정 : 의정부시청→양주시립 장욱진미술관→송암천문센터→양주아트시티→가나아트파크→의정부시청

■ 제주 ‘예술과 역사’

日기지였던 알뜨르비행장 / 예술 사회 실천 담은 전시 / 해변따라 미술관 관람도

# 제주 비엔날레…예술과 역사

지난 9월 개막한 제주 비엔날레는 알뜨르비행장, 제주도립미술관, 제주현대미술관, 예술공간 이아, 서귀포 관광극장, 서귀포 이중섭거리 등에서 열리고 있다. 폐막은 오는 12월 13일. 비엔날레 아트투어는 제주에서 처음 열린 비엔날레에 맞춰 진행되는 투어다. 제주비엔날레 총감독인 김준기 제주 도립미술관장과 김지연 제주 비엔날레 예술감독 등이 일정을 함께한다. 비엔날레가 열리는 제주의 미술관과 야외 설치미술공간 등을 찬찬히 둘러보는 당일치기 여행상품이다. 안녕소사이어티(010-5389-4829)에서 오는 11월 5일까지 기간 중 매주 일요일에 진행한다.

첫 목적지인 알뜨르비행장은 일제강점기 모슬포 주민들이 동원돼 만든 일본의 군사기지로 아픈 역사가 담긴 공간인데 ‘예술의 사회적 실천’을 기조로 제주 사회에 밀착한 예술활동을 지향하는 이번 비엔날레 야외전시의 주 무대가 됐다. 비행장 주변에는 제주비엔날레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파랑새’ 등 10여 개의 작품이 세워졌다. 무료관람 공간인 데다 일대의 작품을 둘러보기 위해 이용할 수 있는 자전거까지 무료로 빌려준다.

이어 제주현대미술관을 찾아 생태와 예술의 관계, 자연과 어우러져 살아가는 삶의 태도, 역사를 기억하는 방법에 대한 고민을 바탕으로 관광산업을 성찰하는 작품을 만날 수 있다. 또 제주 도립미술관에서는 관광의 역사, 관광 데이터, 랜드마크, 관광기념품, 오버 투어리즘 등 관광 메커니즘을 둘러싼 다양한 현상을 다룬 예술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일정 : 제주공항→알뜨르비행장→해변산책→제주현대미술관→제주도립미술관→제주공항

■ 전망대·공원

부산타워 44년만에 재개장… VR망원경 설치

# 가을밤에 볼 것…전망대와 공원 그게 꼭 어디 여행뿐일까.

청명한 가을밤이라면 무슨 일을 해도 좋다. 도심에서 가볍게 산책을 즐기는 것도, 자연 속에서 풀벌레 소리를 듣는 것도 좋다. 문제는 이런 밤을 느낄 수 있는 가을이 너무나 짧다는 것뿐이다. 이 짧은 가을밤에는 무엇을 해야 가장 좋을까. 가을 여행주간이 가을밤을 즐기는 법을 제안했다. 볼 것과 놀 것, 먹을 것, 할 것이 자그마치 서른 가지다. 그중에서 가장 매력적인 것들만 뽑아 봤다.

우선 가을밤에 ‘볼 것’부터. 가장 빼어난 야경이 펼쳐지는 전망대로 서울 남산타워, 부산타워, 전남 완도타워 등 3곳이 꼽혔다. 이 중 가장 ‘핫’한 곳은 지난 7월 44년 만에 리뉴얼을 마치고 다시 문을 연 부산타워다. 낡고 오래된 용두산 전망대가 부산의 역사, 문화를 아우르는 다양한 프로그램과 첨단기술을 도입한 복합문화공간이 됐다. 전망대 입구에는 ‘부산의 시간’을 재현하는 미디어 갤러리가, 전망대에는 ‘VR 망원경’을 설치됐다.

남산 N서울타워는 여행주간 동안 입장료를 30%, 완도타워는 1000원을 할인해준다. 해발 555m의 롯데타워가 새로 들어섰음에도 남산타워는 서울야경의 심장을 내려다볼 수 있는 명실상부한 서울 최고의 전망대로 꼽힌다. 완도항을 내려다보는 자리에 세워진 완도타워는 야간 경관조명이 유독 화려하다.

가을 야경이 가장 빼어난 공원으로는 경기 양평의 세미원과 전남 광양의 느랭이골 자연휴양림, 경주의 동궁과 월지(사진)가 꼽혔다. 동궁과 월지야 경주 최고의 야경명소로 익히 알려진 곳. 반면 세미원은 연꽃으로 이름났을 뿐 야경은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느랭이골 자연휴양림은 아예 아는 이들이 거의 없는 곳인데, 1500만 개의 발광다이오드(LED) 불빛이 화려하게 켜진다. 여행주간에 세미원은 입장료를 1000원 할인해주고 느랭이골 자연휴양림은 50%, 동궁과 월지는 20%의 할인율을 적용한다.

■ 공연·유람선

포천 아트밸리선 60m절벽에 미디어 파사드

# 가을밤에 할 것… 공연 보기와 유람선 타기

광주 양림동의 오웬기념각은 유진 벨과 교회를 창립하고 순교한 오웬과 그 할아버지를 기념하기 위해 만든 건물. 이곳에서는 한 달에 한 번, 매월 셋째 주 토요일에 야간공연 ‘어메이징 시어터 스텔라’를 무대에 올리고 있다.

공연은 연극과 미술을 결합한 음악극으로 1800년대 후반부터 1900년대 초까지 동시대를 살았던 가수 윤심덕, 의사로 조선을 위해 헌신했던 양림동 선교사 오웬, 화가 빈센트 반 고흐의 예술과 삶에 관한 이야기를 음악, 연극, 미술로 풀어낸 작품이다. 채석장을 관광지로 조성한 포천 아트밸리에서는 돌을 깨 내는 과정에서 만들어진 높이 45m와 폭 60m의 수직 절벽의 바위를 배경으로 미디어 파사드 공연을 진행한다. 6명의 아티스트가 등산용 로프를 이용해 절벽에서 다양한 공중 퍼포먼스를 선보이는 공연이다.

전남 여수의 빅 오쇼(사진)는 여수세계박람회 당시 킬러콘텐츠로 기획돼 개막 직전까지 비밀에 부쳤던 공연 프로그램이다. 음악과 함께 화려한 조명과 분수로 관람객들의 눈을 붙잡는다.

유람선 타기도 가을밤을 낭만적으로 보낼 수 있는 방법으로 꼽혔다. 인천 월미도의 불꽃 크루즈와 강원 강릉의 하트불꽃크루즈, 경북 포항의 야간음악불꽃크루즈 등은 모두 밤바다 항해와 함께 음악과 곁들여진 불꽃놀이를 즐기는 프로그램으로 운영하고 있다.

여행주간 기간에 ‘크루즈 스토리’ 인터넷 홈페이지 신규가입자를 대상으로 입장료를 15% 할인해준다.

■ 야시장·테마거리

남산골 야시장에 1890년대 저잣거리 부활

# 가을밤에 즐길 것…야시장과 도시

가을밤의 정취와 낭만을 즐길 수 있는 곳으로 야시장이 있다. 장 구경과 함께 먹거리도 빼놓을 수 없는 곳이다. 지난 2014년부터 통합 운영되고 있는 남산골 한옥마을과 서울 남산국악당은 전통문화예술과 관광의 명소로 꼽히는 곳이다. 다양한 전통문화프로그램과 국악기획프로그램 등을 통해 서울의 대표적인 문화관광거점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는 것. 주말마다 ‘우리가락 토요나들이’ 공연을 하고, 남산골 야시장(사진) 행사를 진행한다. 1890년대 한양의 저잣거리를 테마로 개화기를 연상시키는 음식들과 다양한 상품 등을 파는 야시장은 시간여행을 하는 듯한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광주 대인예술시장에서는 매주 토요일 오후 7시부터 예술야시장인 ‘별장’이 열린다. 다양한 공연프로그램이 펼쳐지고 미술전시와 작품 장터도 열리는 행사다. 공연도 공연이지만, 다양한 물건과 아이디어로 좌편을 펼친 젊은이들의 열기가 더 인상적이다.

시장에는 다양한 먹거리들도 한 가득이다. 충북 청주의 동부창고는 1946년 건립된 옛 청주연초제조창의 창고건물이다. 담배를 만들고 보관하던 공간이 문화재생사업을 통해 문화예술 거점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목조트러스 건물 창고에서는 매주 독특하고 기발한 콘셉트를 내세운 플리마켓이 열린다.

가을밤이 어울리는 도시의 테마거리로는 통기타 라이브카페 12개가 모여 있어 광주 포크 음악의 중심이라고 일컬어지는 광주의 사직 통기타거리와 오는 28일까지 ‘부엉이 영화제’를 여는 충남 아산의 지중해 마을, 그리고 전남 여수항을 끼고 포장마차들이 늘어선 ‘여수 낭만포차 거리’ 등이 꼽혔다.

박경일 기자 parki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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