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리더 인터뷰②]"여자라서 안된다?그건 다 핑계야..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라"

기하영 2017. 10. 18.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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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여성리더스포럼 프런티어6기 연속인터뷰②
일흔 넘어도 창작열 식지 않는 '신달자 시인'
좋아하는 걸로 먹고살자…시인의 길
남편 24년 병간호하며 작품활동
여성의 몸과 정신에 자궁 갖고 있어
남들 너그럽게 품을수록 더 돋보여

신달자 시인이 11일 오후 서울 강남구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아시아경제 기하영 기자]"인간의 삶 자체가 안 되는 것투성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뜻을 세우고 실천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서울 삼성동 카페에서 만난 신달자(74) 시인은 '여성으로 태어나서 하지 못했다'는 말은 절대 하기 싫다고 했다. 그는 "'뭐 때문에 안됐다가 아닌 그럼에도 불구하고 했다'가 삶의 원칙"이라며 "여성 스스로 당당히 서야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가장 중요한 건 내 인생을 사는 것…나 자신을 먼저 세워라 =신 시인은 한국 문학을 대표하는 여성작가로 평가받는다.

대한민국문학상, 시와시학상, 한국시인협회상, 영랑시문학상, 대산문학상 등 시인으로서 누릴 수 있는 영예를 모두 누렸고 2012년에는 문화예술 발전의 공을 인정받아 은관문화훈장을 받았다. 이런 화려함 뒤에는 뇌졸중으로 쓰러진 남편 24년간 병수발, 본인의 암 투병 등 수 많은 고통들이 함께 했다. 그는 이러한 삶의 고뇌를 글로 표현하며 시를 개척해왔다. 남편이 쓰러졌을 당시 그의 나이 서른다섯. 막내딸은 두 살이었다. 신 시인은 "나에게 주어진 운명이랄까, 정말 다 부서진 운명이었지만 껴안고 고통을 이겨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는 남편의 병간호를 하며 숙명여대 대학원에 입학해 다시 공부를 시작했다. 일자리만 있으면 돈을 벌러 나갔고 집으로 돌아오면 시어머니와 남편 간호를 하고 아이들을 챙겼다. 그리곤 매일 밤 책상에 앉았다.

그는 "제일 중요한 것은 나 자신의 인생을 사는 것"이라며 "엄마이기 때문에, 가장이기 때문이 아니라 내 인생을 회복하는 것이 먼저였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노력 끝에 1988년부터 그가 쓴 '백치애인', '물위를 걷는 여자' 등이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상황이 나아졌다. 그는 중학교 때부터 문학에 대한 꿈을 키웠다. 우연히 보게 된 아버지의 일기장이 시작이었다. 남부러울 것 없는 성공한 아버지라 여겼던 아버지의 일기장에는 '나 혼자 울었다'라고 적혀있었다. 너무 잘살고 있는 것으로 보였던 아버지였기에 충격은 컸다. 신 시인은 이를 계기로 글을 쓰는 것은 사람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일이라 생각했다. 이후 고 2때 경남 백일장에서 1등을 한 것을 계기로 숙명여대 국어국문화에 진학했다. 대학교 4학년 때는 김남조 교수 댁에 머물면서 시를 배웠다.

신 시인은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살 수 있었던 자기 인생은 행운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단 한 번도 글 쓰는 것 외에 다른 일을 생각해본 적이 없다고 털어놨다. 대학교에 입학하자마자 그가 노트에 1번으로 적었던 '내가 좋아하는 것으로 밥을 먹자'가 실현된 것이다. 그는 어떤 일이든 최소 10년은 해야 전문가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신 시인은 50대 여성에게 "당신의 인생에서 10년만 열심히 하면 40년은 그 분야의 전문가로 살 수 있다"고 조언한다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꾸준히 하는 목표를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또 육아와 일을 병행하기 힘들어 고민을 털어놓는 제자들에게는 "절대로 일을 그만두지 말라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애들은 그래도 큰다"며 "자신이 행복해야 다른 사람도 행복하게 해 줄 수 있기에 자신을 먼저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출산율이 점점 떨어지고 있는데 정부에서 돈만 몇 십 만원 대주는 정책보다는 좀 더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신달자 시인


◆여성, '강인함' 내재 돼 있어…행복하려면 품어야 =신 시인은 스스로 여성과 관련이 많다고 생각한다. 1946년 경남 거창에서 1남 6녀 중 다섯째 딸로 태어난 그는 여중, 여고, 여대를 나오고 딸만 셋 낳았다. '여자를 위한 인생 10강', '엄마와 딸' 등 여성과 관련된 에세이집도 많이 냈다. 그는 여성 안에는 강인함이 내재 돼 있다고 강조했다. 신 시인은 "여성은 몸속에 자궁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며 "생명을 잉태하는 기계를 가지고 있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여성의 정신에도 자궁이 있다"며 "이는 다른 것들을 품어주라는 얘기"라고 말했다. 여성이 다른 이들을 너그럽게 품을수록 여성이 더 돋보이게 된다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신 시인은 "지금 한국 사회에서는 여자이기 때문에 안 되는 것은 없다"며 "자기가 정말 뛰어나며 어디서든 데려가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여자라서 안 된다는 핑계를 대려고 하지 말고 스스로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남성 여성으로 나뉜 이분법적 사고는 지양했다. 그는 "아직도 뭔가를 만들 때 여성을 20~30% 할당하는 것은 아직 우리가 남성사회라는 방증"이라며 "미래에는 남성과 겨루는 사회가 아니라 함께 보완하며 좋은 인간사회를 이뤄가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일흔이 넘은 나이에도 그의 창작열은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지난해에는 2년간 북촌 한옥에 살며 쓴 시집 '북촌'을 출간했다. 국내 문학을 활성화하기 위한 작업에도 나서고 있다. 신 시인은 지난 3월 문화체육관광부 자문기구인 문학진흥정책위원회 위원장으로 선출됐다. 신 시인은 마지막으로 "행복한 사회, 행복한 가정, 행복한 나라, 행복한 개인이 중요하다"며 "우리가 이 같은 행복을 찾으려면 타인을 너그럽게 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달자 시인 프로필 ▲1943년 경상남도 거창 출생 ▲1965년 숙명여대 국어국문학 학사 ▲1980년 숙명여대 국어국문학 석사 ▲1992년 숙명여대 국어국문학 박사 ▲1993년 평택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 ▲1997년 명지전문대학 문예창작과 교수 ▲2012.03~2014.03 제38대 한국시인협회 회장 ▲2016.07~ 대한민국예술원 회원 ▲2017.03~ 문학진흥정책위원회 위원장

기하영 기자 hyki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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