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재무부, 왜 중국을 '환율조작국' 대신 '관찰대상국' 지정했나

안호균 입력 2017. 10. 18.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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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AP/뉴시스】미국 재무부가 17일(현지시간) 한국과 중국, 일본, 독일, 스위스를 환율조작 관찰대상국으로 재지정했다. 사진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월 21일(현지시간) 워싱턴D.C의 재무부 청사에서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과 악수를 나누고 있는 모습. 2017.10.18

【서울=뉴시스】 안호균 기자 = 미국이 17일(현지시간) 발표한 환율보고서에서 연간 3500억 달러(약 396조원)가 넘는 대미 무역 흑자를 기록하고 있는 중국을 환율조작 관찰대상국에 재지정했다. 중국은 관찰 대상국으로 지정된 5개국 중 유일하게 3개 요건 중 1개만 충족했지만 대미 무역흑자 규모가 너무 크다는 이유로 다시 한번 명단에 올랐다.

이날 미국 재무부가 홈페이지(https://www.treasury.gov)에 공개한 '미국의 주요 교역국 환율정책들(Foreign Exchange Policiesof Major Trading Partners of the United States)' 보고서를 보면 중국, 한국, 일본, 독일, 스위스 등 5개국이 관찰대상국으로 지정됐다.

관찰국은 종합무역법상 '환율조작국'이나 교역촉진법상 '심층분석대상국'처럼 제재를 받지는 않지만 지속적으로 미국 정부의 감시 대상이 된다는 점에서 부담이 상당하다.

우리나라는 교역촉진법 시행 후 발표된 3번(2016년 4월, 2016년 10월, 2017년 4월)의 보고서에서 모두 2개 요건에 해당돼 관찰대상국으로 분류되고 있다.

미국은 지난 2015년 도입한 교역촉진법에 따라 2016년부터 반기마다 환율보고서를 작성해 의회에 보고하고 있다. 중국은 이후 발표된 4번의 보고서에서 모두 관찰대상국으로 지정됐다.

심층분석대상국의 경우 ▲현저한 대미 무역흑자(200억 달러 초과) ▲상당한 경상흑자(GDP의 3% 초과) ▲지속적 일방향 시장개입(연간 GDP 대비 2% 초과, 8개월 이상 순매수) 등 3개 요건을 모두 충족할 경우 지정된다.관찰대상국은 이 중 2개 요건에 해당하는 국가를 대상으로 지정한다.

하지만 중국은 첫번째(2016년 4월) 보고서 이후에는 1개 요건만 충족하고 있지만 관찰대상국 명단에 계속 이름을 올리고 있다. 중국은 2016년 4월 보고서에서 현저한 대미 무역흑자(365억7000만 달러)와 상당한 경상흑자(GDP 대비 3.1%)의 두가지 요건에 해당돼 관찰 대상이 됐다. 미국은 2016년 10월 보고서에서 중국이 상당한 경상흑자(GDP 대비 2.4%) 요건을 해소했지만 향후 개선 여부를 평가하기 위해 관찰대상국 지위를 유지했다.

또 올해 4월 보고서에서는 대미 흑자 규모와 비중이 큰 국가의 경우 1개 요건만 충족해도 관찰대상국으로 지정한다는 새로운 기준을 도입해 중국을 묶어뒀다.이 때문에 중국은 이번 보고서에서도 관찰대상국 명단에 남게 됐다.

미국이 유독 중국에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중국의 대미 무역흑자 규모가 다른 국가들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크기 때문이다.

이번 보고서를 보면 2016년 7월부터 올해 6월까지 중국의 대미 무역흑자 규모는 3570억 달러(약 403조원)다. 2~5위인 일본(690억 달러), 멕시코(690억 달러), 독일(630억 달러), 이탈리아(290억 달러) 등과 비교해 압도적으로 큰 규모다.

미국 재무부는 이번 보고서에서 "중국이 과거 10년간 위안화 절상을 막기 위해 시장에 한쪽 방향으로만 개입한 것과는 달리, 최근에는 자본 유출을 막기 위해 위안화 절하를 방어하고 있다"며 다소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무역 불균형 해소를 위한 상품·서비스 시장 개방, 정부의 시장 개입 축소, 외환시장 개입 정보 공개가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미 재무부가 중국을 환율조작국이 아닌 관찰대상국으로 연달아 지정하고 있는 것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에 중국을 강하게 비난했던 것과 비교하면 의외이기는 하다. 트럼프는 후보 시절이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겠다고 여러차례 말한 적이 있다. 의회 내에서도 중국을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교역촉진법에 앞서 1988년 도입된 종합무역법을 활용하면 미국이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는게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이 법은 상당한 대미 무역흑자를 내는 나라 또는 글로벌 경상수지 흑자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환율조작국 지정 기준이 불명확한 종합무역법을 활용하는데 부담이 있는데다, 대북 압력 등에 중국의 협력이 필요하다는 판단, 그리고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했을 경우 돌아올 중국의 보복 등을 고려해 관찰대상국으로 지정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 일본, 독일 등 4개국도 2개 요건을 충족해 중국과 함께 4회 연속으로 관찰대상국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세 나라 모두 수출 확대를 위해 외환 시장에 개입하고 있지는 않지만 대미 무역흑자 규모가 크고 GDP 대비 경상흑자 비율도 높다는 이유다.

한편 지난 4월 보고서에서 관찰대상국으로 지정된 대만의 경우 이번에도 1개 요건에만 해당한다는 이유로 관찰대상국 명단에서 빠졌다.대만은 상당한 경상흑자(GDP 대비 12.7%) 요건에 걸렸지만 대미 무역흑자 규모는 140억 달러로 중국에 비해 훨씬 작다.

한편 미국은 이번 보고서에서 연간 230억 달러의 대미 무역 흑자를 내고 있는 인도에 대해서도 경고의 목소리를 냈다. 미국은 "인도의 외환 매입의 규모와 지속성이 현저히 높아졌다"며 "관찰대상국 명단에 포함하진 않았지만 통화 및 거시 정책을 면밀히 모니터링할 것"이라고 밝혔다.

ahk@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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