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무역이 낙태·이혼률 키웠다?..근거없는 백악관 보고서

문병주 2017. 10. 18.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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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바로, "자유무역에 따른 제조업 쇠퇴가 사회문제 양산"
한·미 FTA, NAFTA 협상 앞두고 트럼프에 영향준 듯
자유무역에 따른 미국 제조업 쇠퇴가 낙태ㆍ이혼 등 사회문제를 키우고 있다는 근거 없는 보고서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제시된 것으로 나타났다. 워싱턴포스트(WP)는 18일(현지시간) 피터 나바로 국가무역위원회 위원장이 이런 내용이 담긴 2페이지짜리 보고서를 냈으며 지난달 이를 열람한 백악관 관료들이 놀랐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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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신문에 따르면 제출된 보고서는 주장을 뒷받침할 수치나 정보 없이 미국의 제조업 약화가 낙태, 배우자 학대, 이혼, 불임 등의 사회적 문제 증가로 이어진다는 주장을 담았다. 이 보고서를 트럼프 대통령이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 북미자유무역협정 (NAFTA) 등 무역정책을 검토하면서 참고했다고 WP는 전했다. 최근 미 행정부가 한국과의 FTA를 철회하겠고 하고 NAFTA 재협상을 위해 캐나다ㆍ멕시코에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과 관련있다는 것이다.
나바로 위원장은 제조업의 약화가 사회문제를 확산시킨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작성했다. [워싱턴포스트 캡쳐]
앞서 미 언론 ‘더 데일리 비스트’는 나바로 위원장이 부담감이 큰 NAFTA 대신 한ㆍ미 FTA 폐기를 트럼프 정책의 이른바 ‘본보기’로 보여주는 것이 어떠냐는 조언을 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NAFTA 폐기가 검토되던 지난 여름, 트럼프 대통령이 본인의 집무실에서 열린 회의에서 NAFTA 대신 지지층들에게 ‘미국 우선주의’를 보여줄 다른 사안이 필요하다고 말하자 나바로 위원장은 한ㆍ미 FTA에 대한 공격으로 초점을 다시 맞추는 게 어떻겠냐는 제안을 했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별다른 고민 없이 이를 받아들였다고 이 매체는 보도했다.

경제학자인 나바로 위원장은 수십 년간의 자유무역정책이 미국의 제조업 기반을 약화시켰으며 중국ㆍ멕시코ㆍ캐나다 등 다른 국가들이 미국을 유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고 주장해 왔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대선 기간 주장했던 중국 수입품에 45% 관세를 매기자는 것도 그의 아이디어였다. 미 매체들은 나바로 위원장이 지난 7월 임명된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의 견제로 인해 최근에는 FTA를 비롯한 무역 문제에 대한 의사결정 과정에서 다소 밀려난 상황이긴 하지만 여전히 트럼프 대통령에게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문병주 기자 moon.byungj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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