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제수용→인권침해?..법무부 "근거없다" 조목조목 반박

바닥 난방시설 TV, 수세식 화장실 등 적정 면적 수용거실
구치소내 의료진 수시진료?충분한 실외운동기회 부여
접이식 메트리스 추가 지급?의료용 보조용품 사용도 허용

[아시아경제 김민진 기자, 문제원 기자] 사실상 재판을 거부하고 있는 박근혜 전 대통령 측이 외국계 법률자문기관을 동원해 구치소 수감 과정에서 인권 침해를 당했다는 주장까지 제기해 파장이 일고 있다.

이에 대해 법무부는 18일 오전 10시30분께 ‘박 전 대통령 인권침해 주장 관련 설명 자료’를 기자들에게 돌려 관련 주장을 정면 반박했다.

앞서 17일(현지시간) 미국의 뉴스 전문 채널 CNN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제 법률팀을 맡은 MH그룹으로부터 박 전 대통령의 인권 침해를 주장하는 문건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CNN에 따르면 MH그룹이 작성한 해당 문건에는 "박 전 대통령이 더럽고 차가운 감방에 갇혀 있으며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하도록 계속 불이 켜져 있다", "박 전 대통령은 허리 통증과 어깨 관절염 등 만성질환과 영양 부족으로 고통 받고 있으며 상태가 점점 나빠지고 있지만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 "제대로 된 침대에서 잠을 못자 만성질환이 악화되고 있다" 등의 내용이 담겨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MH그룹은 CNN에 이 같은 초안을 작성해 유엔 인권위원회에 정식으로 문건을 제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법무부는 “박 전 대통령은 바닥 난방시설과 TV, 관물대, 수세식 화장실 등이 구비된 적정 면적의 수용거실에 수용돼 있으며, 취침시간에는 수용자 관리·보호를 위해 움직임을 관찰할 수 있는 정도의 조도를 낮추고 수용실 내 전등 3개 중 2개 소등한다”고 설명했다.

‘허리·무릎·어깨의 관절염 등 만성질환과 영양부족으로 고통받고 있으며,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보도 내용과 관련해서도 “구치소내부 의료진으로부터 필요시 수시로 진료를 받고 있는 것은 물론, 외부 전문의료 시설에서도 2회 진료를 받는 등 적정하고 충분한 진료기회를 보장하고 있다”며 “규칙적인 식사와 영양을 고려한 식단을 제공하고, 충분한 실외운동기회를 부여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법무부는 “교정시설 내에서는 거동이 곤란한 일부 중증질환자를 제외하고는 바닥에 접이식 메트리스를 깔고 취침토록 하고 있다”며 “박 전 대통령의 경우 허리통증 호소를 고려해 접이식 메트리스를 추가 지급하고, 의료용 보조용품 사용을 허용해 처우에 적정을 기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때문에 이번 인권침해 주장은 법원이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연장을 결정한 직후 변호인 전원 사임 등 사실상 재판을 거부한 박 전 대통령 측이 동정론을 국제사회에 확산시키기 위한 전략으로도 풀이된다.

실제 MH그룹이 이 같은 내용의 문건을 유엔 인권위원회에 제출해도 유엔은 인권 문제와 관련해 한국 정부에 벌칙을 부과하거나 박 전 대통령에게 유리한 결정을 내릴 권한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MH그룹은 고위급 인사들의 국제법적 대응을 담당하는 회사로 앞서 리비아 전 대통령의 아들 사이프 가다피를 변호하기도 했다.

오히려 그동안 서울구치소에 수감 중인 박 전 대통령에 대해 '황제수용' 논란은 여러 번 있어 왔다. 지난 8일 노회찬 정의당 의원은 법무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근거로 박 전 대통령이 8월24일 기준으로 구금 일수 147일 동안 교정공무원과 24번 면담하고, 이 중 12번을 서울구치소장과 면담했다고 밝혀 파장이 일기도 했다.

박 전 대통령이 당시 기준으로 수감 기간 하루 한 번이 넘는 148회나 변호인을 접견한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 노 의원은 "이 같은 행태는 황제수용 생활이며 이렇게 자주 소장을 만날 수 있는 수용자가 또 있을 지 의문"이라고 꼬집었었다.
　
지난 3월31일 구속된 박 전 대통령은 처음부터 교정당국으로부터 12.01㎡ 넓이의 혼거실을 독방으로 개조한 방을 배정받아 쓰고 있다. 이 정도 면적은 통상 수용자 6~7명이 사용하지만 교정당국이 전직 대통령이 다른 재소자와 함께 방을 쓰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판단한 조치다. 서울구치소는 이와함께 여성교도관들로 전담팀을 꾸려 박 전 대통령 수감생활 전반을 관리하고 있다.

김민진 기자 enter@asiae.co.kr
문제원 기자 nest2639@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