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이지 않는 고독사..정의도 통계도 없는 외로운 죽음

조아현 기자 2017. 10. 18.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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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차원 자료 없어 기초연구 혼란 부추겨
지역공동체 관계망 부산시 '다복동' 사업 눈길
© News1 이은주 디자이너

(부산ㆍ경남=뉴스1) 조아현 기자 = 아무도 찾지 않는 빈집에서 홀로 죽음을 맞이하는 '고독사'가 끊이지 않고있다.

불안을 가중시키는 것은 고독사를 지칭하는 정부의 개념적 정의도 없고 구체적인 실태를 파악할 수 있는 정식 연간통계자료도 없다는 점이다.

때문에 전 연령층을 대상으로 한 1인 가구 전수조사와 고독사의 근본적인 대응방안을 제시하기 위한 심층연구가 시급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고독사 현장 첫 발 딛는 경찰 '체크포인트' 만들어야

국내 고독사는 지난해 서울복지재단이 추진한 연구에서 처음으로 개념적인 정의를 제시했다.

지난 2016년 서울복지재단에서 발표한 '서울시 고독사 실태파악 및 지원방안 연구'에 따르면 고독사란 가족이나 이웃, 친구 간의 왕래가 거의 없는 상태에서 혼자 살던 사람이 홀로 죽음을 맞이하고 숨진 채 방치됐다가 3일 이후에 발견됐을 경우를 말한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고독사에 대한 정의가 확정되지 않았다. 때문에 부산시는 서울복지재단의 연구에서 규정한 고독사 의미에 따라 구군별로 집계 중이다.

부산시와 16개 구·군에서 파악한 통계에 따르면 올해 6월부터 9월 30일까지 4개월 동안 발생한 이른바 '고독사'는 30건이다.

불과 사흘 전인 지난 14일에도 아내와 별거한 뒤로 20여년 동안 홀로지낸 이모씨(58)가 부산 부산진구에 있는 자신의 주거지에서 숨진 채 엿새 만에 발견됐고 지난 11일에는 남구 문현동에 있는 한 여인숙에서 홀로 장기투숙하던 조모씨(63·여)가 숨진 지 보름만에 뒤늦게 목격됐다.

시신을 처음 발견한 이웃이나 집주인이 119 또는 경찰에는 신고하는 경우가 대다수지만 구청이나 동사무소까지 알려야 할 의무는 없다. 따라서 통계에서 고독사 사례가 일부 누락됐을 가능성도 존재한다.

변사사건이 발생할 경우 현장에 가장 먼저 도착해 초동수사를 담당하는 기관은 경찰이다. 하지만 경찰청 역시 고독사를 별도로 분류하거나 통계화하는 작업을 거치지 않는다.

살인과 같은 범죄 연관성이 있을 경우에만 형사사건으로 집계하고 수사에 착수한다. '고독사' 같은 일반 변사사건은 분류 카테고리조차 없다.

다만 자살이나 고독사 등 별다른 혐의점이 없는 시신이 발견됐는데도 신원 파악이 안되거나 유족이 장례를 치르는 것조차 거부할 경우에는 구청에 행정통보를 한다. 이들은 '무연고자 사망자'로 집계된다.

서울복지재단 송인주 박사는 "형사들이 처음에 변사자에 대한 기록을 남길 때 고독사라는 체크포인트를 만들어야 한다"며 "이것이 데이터베이스로 남아 통계가 되고 필터링이 되어야 향후 고독사에 대한 접근과 지원방향, 효과 등을 수월하게 연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독사 정의 논란…전수조사 없는 실태조사 '모래성 쌓기'

고독사가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면서 부산시는 동장이나 면장, 읍장을 통해 고독사 발생 현황을 집계하고 있다.

하지만 고독사 발생지역, 인적사항, 취약계층 여부, 질병으로 인한 사망 여부 등 간단한 몇 가지만 파악할 뿐 특성이나 발생요인을 추론할 수 있을 만한 구체적인 현황자료는 존재하지 않는다.

고독사 정의도 논란 거리다. 처음으로 정의를 제시한 연구대로 숨진 지 사흘이 지난 뒤에 발견된 경우를 '고독사'로 규정할 것인지 아니면 현행 사회복지제도를 감안해 일주일 이후부터 고독사 사례로 포함할 것인지 연구기관에 따라 의견이 엇갈린다.

부산복지개발원에서는 지난 7월 부산시로부터 부산지역 고독사 현황과 실태조사를 의뢰받아 관련 연구를 진행 중이다. 하지만 고독사로 특정하기 위한 사후 기간과 정의를 아직 규정짓지 못했다.

부산복지개발원 관계자는 "관할기관에서는 현행 제도상 도움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 1인가구의 경우 두 달에 한번씩 정기적으로 가정방문하고 취약계층은 주 1회, 중증장애인 등 위험군은 수시로 방문한다"며 "단순히 숨진 지 사흘 뒤에 발견 된 사례를 모두 포함하기보다 현재 시행되는 사회복지서비스 내용을 토대로 보편적 가이드라인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고독사 예방차원에서 전 연령층을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먼저 시행한 뒤에 1인가구 중장년층을 중심으로 건강상 문제점 파악을 병행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고독사 사망사례를 살펴볼 볼 때 평소 알코올에 의존하거나 정신질환 병력을 가진 중장년층 비율이 상당히 높기 때문이다.

부산복지재단 관계자는 "데이터를 축적해야 하는데도 체계적인 시스템이 없기 때문에 기초가 없는 상태에서 짐만 올리니 모래처럼 무너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연령이나 주소는 이미 시스템화되어 있지만 관건은 1인가구의 건강상태다. 중장년층 1인가구가 전입신고를 할 때 동주민센터에서 고독사 위험성을 미리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고독사 열쇠는 '지역공동체 관계망' 다시 쌓아올리기

부산복지재단에 따르면 올해 9월 일본 후생성은 지역공생사회를 만들기 위한 관련법을 제정하고 지역부가케어시스템을 시행하고 있다.

또 이같은 고독사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우리의 것, 모두 함께'를 슬로건으로 내걸고 지역공생사회 실현본부를 설치했다. 주민의 주체적인 과제해결능력과 상담지원체계를 강화하고 회의체계도 만들었다.

정부와 지자체의 공적인 책임도 크지만 지역안에서부터 촘촘하게 안전망을 만들어내자는 인식이 자리잡은 것이다.

부산시도 지난 2014년 보건복지부 시범사업으로 추진한 '다복동(다함께 행복한 동네 만들기)' 참여대상을 오는 2018년까지 부산지역 전체 205개동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시범사업 초기 대상지역으로 선정됐던 사하구 장림2동과 해운대구 반송2동에서는 자살률과 빈곤지수가 눈에 띄게 감소하는 성과가 나타났다.

올해 다복동 사업은 부산지역 192개동으로 확대됐고 부산시는 2018년까지 복권기금 43억원을 추가로 투입해 전체 205개동 지역을 사업대상에 포함할 예정이다.

특히 부산복지개발원과 서울복지재단 소속 연구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지역 주민의 참여가 밑바탕이 되지 않으면 고독사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며 "고독사를 민감하게 생각하고 공감대를 만들어 서로 관찰하면서 주민 네트워크를 가동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choah45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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