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아하고 아름다운 SF"..24살 작가에게 보낸 심사위원의 찬사

김고금평 기자 2017. 10. 18.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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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제2회 한국과학문학상' 중단편 대상 및 가작 수상자 김초엽씨.."인간의 감정, 과학적으로 풀고 싶어"
머니투데이가 주최하는 '제2회 한국과학문학상' 공모전에서 심사위원 만장 일치로 중단편 대상과 가작을 동시에 수상한 김초엽씨. 그는 \


‘제2회 한국과학문학상’ 심사과정에서 역경의 관문 중 하나는 이 당선자를 어떻게 할 것인가였다. 심사위원들이 블라인드 당선작 2편을 뽑은 뒤 수상자가 같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소위 ‘멘붕’에 빠진 것이다. 공모전에서 흔한 일이 아니었기에 고심이 적지 않았다.

결론은 명쾌했다. ‘상을 줄 수밖에 없는 훌륭한 작품’이라는 의견이 모이면서 공모전 사상 처음으로 동명 다작 수상자가 나왔다.

그 주인공은 중단편 대상작 ‘관내분실’, 가작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두 편을 쓴 김초엽(여·24)씨다. 예심을 맡았던 심사위원 김보영 작가는 “문장과 구성, 아이디어, 장르적 이해, 과학적 정밀함 모두 탁월하다”며 만점을 줬다.

다른 심사위원들의 평가도 다르지 않았다. 특히 어떤 작품에서도 놓지 않았던 흠결이나 부족함에 대한 지적은 이 작가 작품에선 단 한마디도 나오지 않았다. 심사위원들은 시상식에서 “우아하고 아름다운…”이라는 표현까지 사용했다.

“제가 평소 존경하는 심사위원들에게 그런 말 들어서 정말 몸 둘 바를 몰랐어요. 제가 볼 땐 단점도 꽤 많았던 것 같은데…. 과학적으로 얼개가 맞지 않는 부분이 있지 않을까 고민이 되기도 했거든요. 더 열심히 하라는 채찍으로 들을게요.”

‘관내분실’은 사후 ‘마인드 업로딩’이 보편화한 미래 사회에서 죽은 이들의 마인드가 도서관에 기록되고, 유가족들은 접속기를 통해 이들을 생생하게 만나는 이야기를 토대로 서술됐다. 엄마가 죽은 이후에도 한 번도 찾지 않았던 딸이 원치 않은 임신을 계기로 엄마를 찾아가고 도서관에서 ‘분실’된 인덱스를 통해 엄마와의 과거를 연결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김초엽씨. /사진=김고금평 기자

‘우리가…’는 우주 정거장을 통한 사람들의 만남과 이별에 관한 이야기다. 벌레 구멍을 이용한 '워프 항법'(광속보다도 빨리 목적지에 도착하는 가상의 방법)이 개발된 뒤 기존 정거장은 효율 문제로 폐쇄되고, 가족들은 생이별하는 상황을 맞는다.

두 작품 모두 첨단 기술이 적용된 미래 사회를 흥미진진하게 이끌면서 인간의 따뜻한 관계성에 주목한다.

“기억 라이브러리라는 소재를 좋아하는 편이에요. 뇌과학에 흥미가 많다고 할까요? 사람의 감정, 영혼을 과학적으로 분석하는 것에 관심이 많아 마음을 인문학적 접근이 아닌 데이터로 분석할 수 있는 방식을 많이 찾죠. 하지만 차가운 기술이라고 꼭 디스토피아(부정적 암흑세계)를 다뤄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시작은 비관적이어도 마지막엔 희망을 얘기하고 싶거든요.”

포스텍에서 학사를 마치고 현재 석사 과정에 있는 그는 중 3학년 때 칼 세이건의 책을 읽다가 과학에 빠졌다. 고교 진학 후 이과는 자연스러운 선택이었다. 그즈음 난데없이 청각 장애가 찾아왔다. 고주파 영역에서 청각이 떨어져 소리는 들리지만, 말은 알아듣기 어려운 3급 장애였다. 대면할 땐 상대방의 입 모양을 보고 대화가 가능하지만, 전화통화는 힘든 수준. 그래도 그는 “대학에 들어가 더 많은 사람을 만나면서 힘든 부분이 있긴 했지만 우울하지는 않았다”고 웃었다.

그의 SF적 필력은 고교 때부터 다져 온 결과다. 고교 땐 에세이나 수필을, 대학 시절엔 교지 편집 일과 과학 칼럼을 쓰는 등 늘 글쓰기와 친숙한 삶을 살았다. 이 덕분인지 ‘관내분실’은 3주 만에 완성했고, ‘우리가…’는 ‘관내분실’을 쓰다 막힐 때 숨 돌릴 요량으로 이틀 만에 완성한 작품이다.

'제2회 한국과학문학상' 공모전에서 '관내분실'(중단편 대상)과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가작)으로 2관왕을 차지한 김초엽씨는 3주 만에 두 작품을 완성하는 필력을 자랑했다. 그는 \


“어릴 때부터 닥치는 대로 책을 읽은 게 도움이 많이 됐어요. 지금까지 SF보다 인문학책을 더 많이 봤고, 고전 SF소설을 제대로 탐독한 게 1년도 채 되지 않았어요. SF에 드러나는 기술을 쓸 때도 과학 칼럼을 썼던 훈련이 많이 도움되기도 했고요.”

장애를 안고 사는 삶에서도 늘 웃음을 잃지 않고, 소설에서도 비관론보다 희망 섞인 태도를 견지하는 그의 긍정론은 아버지에게 받은 영향이 크다. 드럼, 오카리나를 연주하는 프리랜서 음악가인 아버지는 무대를 생기 있게 이끌며 웃음을 잃지 않았다고 한다. 해맑게 웃는 그의 순진한 미소 뒤에 숨은 힘의 문체에서 SF작가의 미래가 읽혔다.

'제2회 한국과학문학상' 공모전에서 중단편 대상과 가작을 받은 김초엽씨. /사진=김고금평 기자

김고금평 기자 dann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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