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4조 투자한 선양·청두 복합몰의 운명은..中 당대회에 촉각

류정민 기자 2017. 10. 18. 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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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 장기집권 체제' 굳혀가는 시진핑 '국가 자본주의'에 무게
선양 소방점검 등 이유로 공사 중단 1년, 청두도 건축허가 못받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AFP=뉴스1

(서울=뉴스1) 류정민 기자 = 롯데그룹이 18일 열리는 제19차 중국 공산당 전국대표회의(당대회)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번 당 대회는 향후 5년간 중국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는 자리가 될 전망이어서 장기집권을 꾀하고 있는 시진핑(習近平·64) 주석이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느냐, 또 차기 리더에 누가 내정되느냐에 따라 롯데의 중국사업 운명도 달라질 수 있다.

롯데는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경제보복 영향으로 영업정지 등의 징계를 받은 현지 마트 사업을 매각하고 제과, 칠성음료 등 식품 사업의 조직 및 인력 구조조정에 착수했다. 하지만 마트, 제과, 칠성음료뿐만 아니라 백화점, 호텔, 케미칼 등 진출 계열사만 22개에 달해 중국에서 단시일 내에 손쉽게 발을 떼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시진핑의 中,'국가 자본주의'에 무게 추, 한국 기업엔 부담

롯데를 비롯한 중국에 진출해 있는 국내 주요 기업들은 시진핑 주석이 자신의 지배체제를 공고히 하며 장기집권을 꾀하고 있는 것에 우선 주목하고 있다.

중국 공산당은 국가 주석과 국무원 총리 임기를 2연임으로 제한하고 있지만 시 주석은 쑨정차이(孫政才) 전 충칭시 당서기 등 주요 경쟁자들을 쳐냄으로써 장기 집권에 대한 의지를 분명하게 드러냈다. 쑨정차이는 시 주석에 앞서 집권한 후진타오 전 주석이 차기 대표주자로 키운 인물이다.

지난 2012년 말 집권한 시 주석이 10년 이상 집권하려는 움직임은 롯데를 비롯한 한국 기업들에게는 당장 부담으로 다가온다.

특히 월스트리트 저널 등 외신은 2012년 말 최고 권력자에 오른 시 주석이 집권 초기 시장 자율을 강조했던 것에서 벗어나 갈수록 국가 개입주의와 국유기업 중심의 '국가 자본주의' 모델을 선호하는 쪽으로 바뀌고 있다고 지적한다.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중국이 이전까지는 한국을 롤모델로 여겼지만 최근에는 휴대폰, 자동차, 패션, 화장품 등 다양한 산업분야에서 경쟁국으로 인식하면서 사드 보복과 같은 견제를 하고 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유통업계의 한 관계자는 "중국 관계 당국은 부인하고 있지만 롯데에 대한 사드 경제보복이 가장 단적인 예"라며 "이런 면을 보면 중국을 대국이라고 부르기에는 아쉬운 부분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중국 랴오닝성 선양시에 부분 개장한 롯데복합몰(사진공동취재단)2014.6.1/뉴스1

◇4조 투자한 선양·청두 복합몰의 운명은…후계 구도에도 촉각

그러면서도 롯데는 차기지도자로 누가 내정될 지에도 관심을 쏟고 있다. 시 주석의 권력강화 행보로 중국 공산당의 집단지도체제와 10년 단위의 후계자 지정 전통이 지켜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지만 영구집권은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중국 지도부 안팎에서는 1960년대 출생 세대인 류링허우 세대인 천민얼(陳敏爾·56) 충칭시 당 서기와 후춘화(胡春華·54) 광둥성 당 서기가 상무위원으로 승진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 공산당의 최고 권력기관은 7명의 상무위원으로 구성되는 정치국 상임위인데, 서열 1위인 시진핑 국가 주석 외 2위 총리, 3위 전인대 상무위원장 등 나머지 6명이이 어떤 순으로 나열되지는 안갯속이다. 5년마다 열리는 당 대회가 7일간 열린 관례에 따라 24일 폐막한 뒤 25일쯤 7명의 정치국 상무위원을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당장 누가 내정되더라도 한국 기업에 우호적이지 않은 상황이 당장 급반전하는 일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시 주석이 최소 5년은 더 집권하는데다, 차기 지도자로 거론되는 천민얼 서기는 시 주석이 저장성 당 서기로 근무할 당시 선전 업무를 맡으면서 시 주석에 눈에 들은 측근 중 측근이어서 그가 권력을 잡더라도 전임자인 시 주석의 정책기조를 상당부문 이어받을 가능성이 높다.

후춘화 서기의 경우 '작은 후진타오'로 불릴 정도로 후진타오 전 주석의 신임을 받았지만 시 주석이 취임한 이후에는 자중하면서 기를 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이미 중국 사업 매각 결정을 한데다 다시 사업을 한다고 하더라도 끊어진 거래선을 회복하고, 매장을 다시 추스르는 작업이 만만치 않다"며 "웬만한 상황 반전이 없다면 중국 마트사업 매각 결정을 철회하기는 쉽지 않아보인다"고 말했다.

지난 3월 중국인들이롯데마트 충칭 매장 앞에서 시위를 하고 있다. © News1

이 때문에 장기적인 관점에서 중국에 적지 않은 투자를 해온 롯데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롯데는 1994년 롯데제과를 시작으로 첫발을 내디딘 이후 22개 계열사 2만여 명이 근무할 정도로 현지 사업 규모의 몸집을 불렸다. 롯데가 그간 중국에 투자한 금액은 8조원 이상일 것으로 추산되는 가운데 각각 3조원과 1조원이 각각 투자된 대형 프로젝트인 랴오닝성의 선양과 쓰촨성 청두의 복합몰 사업에도 제동이 걸렸다.

롯데 계열사 7곳이 참여하는 롯데월드 선양의 경우 총 3조원을 들여 이미 오픈한 백화점과 영플라자, 시네마 외에 쇼핑몰, 테마파크, 호텔, 오피스, 아파트 등을 추가로 개장해 2019년 중국판 롯데타운을 완성할 계획이었지만 지난해 11월 소방 점검 등의 이유로 건설공사가 중단됐다.

1조원가량을 투자하는 청두 복합몰 사업도 중국 당국이 쇼핑몰, 시네마, 호텔 등 상업시설의 건설 공사 허가를 내주지 않으면서 터파기만 하고 공사가 중단된 상태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삐걱대고 있는 중국사업을 언제까지 지속할지, 또 지속한다면 어느 선까지 유지할지가 이달 공식 출범한 롯데지주와 신동빈 회장의 최우선 현안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ryupd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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