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로 10분 거리' 한샘 vs 이케아..'홈퍼니싱 고양 大戰'

박수현 기자 입력 2017. 10. 18. 06:10 수정 2017. 10. 18. 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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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케아 코리아가 오는 19일 경기도 고양시에 2호점을 연다. 이에 따라 지난 8월 스타필드 고양에 들어선 ‘국내 가구 1위 업체’ 한샘과 ‘세계적인 가구 공룡' 이케아의 전면전이 불가피해졌다. 한샘 고양점과 이케아 고양점은 직선거리로 불과 3.4km, 차로는 10분 거리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

경기도 고양시에 위치한 이케아 고양점과 롯데아울렛 전경. /롯데백화점 제공

국내 홈퍼니싱(집꾸미기) 시장에서는 한샘이 1위를 달리고 있다. 한샘의 지난해 매출은 1조9345억원으로 전년 대비 13% 성장했다. 매출액 기준으로 현대리바트(7356억원), 에넥스(3941억원), 퍼시스(2316억원) 등과 비교해도 압도적이다.

하지만 세계 1위 가구 브랜드 파워를 지닌 이케아의 진격도 만만치 않다. 이케아 코리아는 2014년 12월 1호점인 광명점을 개장해 한국 진출 첫해인 2015년 단숨에 매출액 3450억원을 올렸다. 지난해 매출액은 전년대비 6% 성장한 3650억원을 기록했고 한 해 동안 제품 판매량은 15% 늘었다. ‘이케아 패밀리’ 멤버십 가입자 수도 한해동안 90만명에서 120만명으로 30% 넘게 증가했다. 늘었다. 광명점 개장 이후 몰린 방문자 수는 누적 650만명, 홈페이지 누적 방문자 수는 4000만명에 달했다.

이들이 손잡은 유통업체들도 화제다. 이케아는 롯데와 한샘은 신세계와 각각 손잡았다. ‘이케아·롯데’ 동맹에선 이케아 소유 건물에 롯데가 입점했다. ‘한샘·신세계’ 동맹의 경우 한샘이 스타필드에 자리잡았다.

◆ 규모는 이케아, 선점은 한샘…영업전략·매장 콘셉트 다 달라

이케아 고양점의 영업면적은 약 1만5700평으로 한샘 고양점(약 1100평)의 14배에 육박한다. 가구 단일 매장 기준으로 세계 최대 규모다. 규모로 치자면 한샘이 이케아의 적수가 되지 못한다.

하지만 스타필드 고양의 집객효과를 고려하면 한샘도 밀리지 않는다는 평이 나온다. 개점 두 달째인 스타필드 고양 방문객은 평일 하루 평균 5만~6만명, 주말 하루 평균 11만명으로 흥행 중이다. 지난 추석 연휴 기간에는 100만여명이 스타필드 고양을 찾았다.

이케아 고양점 내부(왼쪽)와 스타필드 고양에 입점한 한샘의 종합전시장. /각 사 제공

이케아와 한샘은 영업 전략에서도 큰 차이를 보인다. 이케아는 구매자가 직접 조립하고 설계하는 DIY(여러가지 물품을 스스로 만들거나 손질하는 것) 가구를 중심으로 커온 기업답게 가성비를 중시한다. 또 매장 동선에 따라 가정용 가구와 생활용품, 주방 가구, 리모델링 관련 제품 등을 진열해 소비자가 홈퍼니싱에 관련된 모든 제품을 같은 날 구매할 수 있게 했다.

반대로 한샘의 핵심 전략은 ‘토탈(total) 홈 서비스’다. 개별 제품을 판매하는 것보다 집이나 방 전체를 설계·시공하는 서비스에 중점을 둔다. 주방가구 전문회사를 모태로 한 컨설팅 서비스에 강하다는 점을 내세웠다. 한샘 관계자는 “이케아에 대응하기 위해 한샘 고양점은 ‘한샘 디자인 파크’라는 콘셉트를 내걸고 아기자기한 소품부터 인테리어 공사 설비까지 한꺼번에 상담받고 시공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설명했다.

주요 전략이 다르다 보니 매장이나 서비스 운영 방식도 다르다. 이케아는 회원들을 대상으로 한해 인테리어 컨설팅 서비스를 예약제로 제공한다. 서비스를 받고자 하는 소비자는 직접 실측 사이즈를 알아와야 하며, 사이즈를 모를 경우 상담이 어렵다. 이케아는 매장 내 설치된 디지털 키오스크의 설계 프로그램을 통해 소비자가 용도, 배치 공간, 개인의 생활양식에 따라 미리 공간을 구현해 볼 수 있도록 했다.

한샘에서는 인테리어 코디네이터(IC), 키친 디자이너(KD), 리하우스 디자이너(RD) 등 분야별 공간설계 전문가가 소비자들의 취향을 반영해 맞춤형 상담 서비스를 제공한다. 전국 아파트의 설계도를 모아 만든 3D 인테리어 설계 프로그램 ‘홈플래너’로도 상담받을 수 있다.

◆ 롯데·신세계, 500만 수도권 서북부 초대형 상권 두고 ‘격돌’

수도권 서북부 상권을 놓고 유통업계 맞수인 롯데와 신세계도 맞붙는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지난 8월 스타필드 고양 개장식에서 쇼핑몰간 경쟁구도를 의식해 “이케아도 쉬어야 한다”며 국회에 계류 중인 복합쇼핑몰 의무휴업 규제안에 대해 우회적으로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스타필드 고양과 롯데아울렛·이케아 고양점의 위치./ 조선일보 DB

스타필드 고양과 롯데아울렛‧이케아가 들어서는 지역은 고양시와 서북부권(은평‧서대문구)을 비롯해 인근 서울 강서, 마포, 영등포, 경기 파주, 김포 등 총 500만명 이상이 거주하는 초대형 상권이다. 20~30대 젊은층과 어린 자녀를 둔 30~40대 가족단위 가구 비중이 높아 소비력이 왕성한 점도 유통업계가 이 지역에 눈독을 들이는 이유 중 하나다.

롯데와 신세계 모두 핵심 고객층인 ‘가족 단위 소비자’를 겨냥해 매장 내 키즈와 식음료·놀이 시설을 대폭 강화하며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롯데아울렛은 유명 맛집 유치에 공을 들이는 한편 유아동 동반 고객들을 위한 체험형 놀이 시설을 확충했다. 1층에는 약 100평 규모의 ‘타요 키즈카페’를 열고 아이들이 타요 캐릭터 자동차를 탈 수 있는 체험존 등을 준비했다. 지상 1층에는 아이들은 레고를 가지고 놀고 부모들은 커피를 마실 수 있는 공간인 ‘브릭카페 고래고’도 들어선다.

신세계 스타필드 고양은 엔터테인먼트 체험 요소를 대폭 강화한 ‘쇼핑 테마파크’를 내세웠다. 영업면적의 30%를 엔터테인먼트 시설로 채웠다. 유아동 특화 공간은 스타필드 하남의 2배 이상으로 늘렸다. 특히 어린이 완구 전문점 ‘토이킹덤’은 매장 면적은 하남의 무려 4배다. 아쿠아필드 안에선 스파, 수영도 즐길 수 있다. 특히 북한산을 바라볼 수 있는 ‘인피니티풀’은 하남 보다 25% 정도 크다. 스타필드 고양은 가족단위 고객이 즐길 수 있는 휴양지로서 구색을 갖췄다.

규모 면에서는 스타필드 고양이 롯데아울렛을 압도한다. 롯데아울렛과 이케아는 연면적 16만4000㎡, 4층 규모다. 롯데아울렛이 지하 1층과 지상 1층, 이케아가 지상 2층과 3층을 사용한다. 합산한 영업면적은 6만8827㎡다. 스타필드 고양은 연면적 36만4000㎡, 영업면적 13만5500㎡ 규모다. 롯데아울렛·이케아의 2배가량이다.

하지만 이케아 광명점의 사례를 감안하면 이케아의 집객 효과를 무시할 수 없다. 이케아와 연결된 롯데아울렛 광명점의 경우 ‘이케아 인접 효과’로 올들어 매출이 7% 증가하면서 다른 지역 매장보다 우수한 매출을 기록 중이다. 젊은 고객층 유입에도 성공했다. 20대 이하 비중이 20%로 다른 매장보다 8%포인트가량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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