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고용직 '노조설립' 길 열려도 법 개정은 험로

CBS노컷뉴스 김민재 기자 2017. 10. 18. 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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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고용 '노동자' 범위·보호 권리 등 놓고 갑론을박 이어질 듯
정부가 특수고용노동자들의 노동기본권을 보장하기 위한 작업에 착수했지만, 쟁점의 핵심인 '노조 할 권리' 인정 여부를 놓고는 한동안 논란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국가인권위원회는 17일 "고용노동부가 '특수형태근로종사자가 노조를 결성해 단체행동과 단체교섭에 나설 수 있도록 노동 3권을 보장하는 법률안을 마련하라'는 지난 5월 인권위 권고를 수용했다"고 밝혔다.

특수고용노동자는 일반 노동자와 마찬가지로 사업주에게 업무 지휘 감독을 받으며 노동력을 제공하고 대가를 받지만, 계약 형식상 근로계약이 아닌 개인사업자로 사업 계약을 맺고 있다.

이 때문에 '노동법 사각지대'에 놓인 특수고용노동자들은 사업주가 일방적으로 계약 내용을 변경 또는 해지하거나 과도하게 업무를 부과해도 항의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그동안 정부는 일반적으로 특수고용노동자를 '특수형태근로종사자'라고 부르며 노동자로 인정하지 않아 노동자들만이 누릴 수 있는 노동권을 허용하지 않았다.

전국학습지산업노조만 대법원 판결 등을 통해 유일하게 노조 설립 필증을 발부받았을 뿐, 지난 8월 대리운전노조·택배연대노조 등이 노조 설립 신고를 냈지만, 노동부는 이를 법외노조로 보고 설립신고증을 내주지 않고 있다.

하지만 지난 12일 김영주 노동부 장관이 국회 국정감사에서 "(택배노조로부터) 서류를 보완받는 이유는 설립 허가를 위해 희망을 드리기 위한 것"이라며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답하면서 정부의 특수고용 문제에 대한 태도의 변화된 기류가 감지됐다.

이에 더해 노동부가 이번 회신에서 처음으로 노동3권까지 논의 대상으로 삼으면서 그동안 굳게 닫혀있던 특수고용노동자들이 노동자로 인정받을 수 있는 길이 드디어 열린 셈이다.

다만 이들의 노동자성을 정부가 정식 인정하고 노조까지 설립하기에는 앞으로 가야할 길이 많이 남아있다.

노동부는 관련 언론 보도 직후 해명자료를 내고 "구체적인 법·제도적 방안에 대해서는 아직 결정된 바 없다"고 해명했다.

노동부 관계자는 "직종 간에도, 직종 내에도 다양한 스펙트럼이 있기 때문에 실태조사와 사회적 논의를 거쳐 특수고용의 개념과 범주부터 설정해야 할 것"이라며 "노동기본권을 보호할 범위나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을 보호할 것인지 이제 논의를 시작하는 단계"이라고 설명했다.

우선 특수고용노동자 범위를 어디까지 인정하느냐부터 논란거리다. 90년대 들어 서비스업이 발달한 이래 특수고용노동이 다양한 직종과 형태로 늘어났기 때문이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따르면 골프장 경기보조원(캐디), 대리운전기사, 대출모집인, 레미콘 기사, 보험설계사, 택배기사, 카드모집인, 퀵서비스 기사, 학습지 교사 등이 특수고용노동자로 꼽힌다.

하지만 노동계에서는 이 외에도 간병인이나 채권추심인, 방송사 작가 등 약 40개 업종이 사실상 특수고용노동자들과 유사한 방식으로 일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더구나 같은 직종 안에서도 특수고용노동자로 근무하기도, 혹은 직접고용된 노동자로 일하거나 위탁·도급·파견 등의 형태로 일하는 등 실제 고용상태에 따라 상황이 다르기도 하다.

이 때문에 특수고용노동자의 규모도 근로복지공단은 지난 6월 48만명이라고 조사했지만, 국민권익위원회는 2010년 115만명, 인권위는 2014년 230만명으로 추산했고, 노동계는 250만명으로 집계하는 등 기준과 규모도 제각각이다.

이에 대해 노동부는 단순히 특정 직종을 노동자로 인정하거나 특수형태근로종사자로 남겨두는 방식 대신, 특수고용노동자의 명확한 기준과 관련 보호체계를 정비하는 데 우선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위해 이번 달부터 시작한 특수고용노동자에 대한 실태조사를 올해 안에 마치고, 내년 하반기까지 노사정 및 민간전문가간 사회적 논의를 거친 뒤 국회에서 법 제·개정 논의로 이어갈 계획이다

반면 노동계는 다종다양한 특수고용노동자들의 노동환경을 일일이 특별법을 제·개정해 보호하기보다는 노동자들에게 노조할 권리인 노동3권을 보장해 스스로 노동환경을 개선하는 편이 효과적이라는 주장이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이성종 정책실장은 "노동법을 개정해 특수고용노동자를 노동자로 인정하고 노동3권을 모두 부여하면 쉽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인데, 특별법을 새로 제정한다면 부분적으로만 보호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국회에는 더불어민주당 한정애 의원이 노동자 정의 등을 확대해 노조법의 보호 범위를 넓히는 내용을 담은 노조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한 바 있다.

이 실장은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나오지 않아 살펴보는 단계"라며 "과거 노조 설립이 실패한 사례도 있는 만큼 신중하게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CBS노컷뉴스 김민재 기자] ten@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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