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채널 끊긴 남북..쪽지 던지거나 확성기 들고 외친다

정용수 2017. 10. 18.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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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측 개성공단 무단 운영 보도에, 기업인들 20개월만의 방북 추진
남북간 채널 끊겨 정부 기업인 방북의사 북측에 전달 방법 모색
연락채널 복원 안될 경우 판문점 군사분계선서 메가폰으로 전달하는 방법이 유일
못들은 척 하던 북 때론 메가폰에 호응, 때론 묵살. 이번에는?
20개월 만의 방북은 성사될 것인가. 개성공단에서 공장을 가동하다 지난해 2월 한국의 공단 잠정중단 조치로 철수한 기업인들이 현장방문을 추진 중이다. 신한용 개성공단기업 비상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은 17일 “최근 언론에서 북한이 무단으로 공장을 가동한다는 보도가 있었다”며 “보도가 사실이라면 북한은 즉각 가동을 중단해야 하고, 북한의 공장 가동 여부 확인과 시설 점검을 위해 개성공단 방문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신 위원장을 비롯해 개성공단 기업인 40명은 지난 11일 정부에 방북 신청을 했다. 백태현 통일부 대변인은 “기업인들의 방북 의사를 북측에 전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들을 모색하도록 하겠다”며 “가급적 빠른 시일 내에 (개성공단 기업인 방북) 문제가 매듭될 수 있도록 관계부처와 협의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개성공단 입주기업 대표들이 지난 11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북한의 무단가동에 대한 긴급대책회의를 한 뒤 기자회견을 했다. 앞줄 왼쪽부터 문창섭, 신한용 비대위원장, 정기섭, 김학권 공동위원장. 강정현 기자
그러나 이들의 방북을 위해선 ‘넘어야 할 산’이 있다. 현대아산이 북한에 임차해 분양한 개성공단이지만 군사분계선을 넘어야 하고, 공단 외부는 북한 땅이어서 북한의 동의와 신변안전 보장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남북 당국 간 교감과 협력이 필수다. 기업인들의 방북과 귀환을 위한 출입사무소(CIQ) 운영과 비무장지대(DMZ)와 군사분계선(MDL) 차량의 안전한 운행을 위한 남북 군의 경호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북한의 4차 핵실험(지난해 1월 6일)과 장거리 로켓(지난해 2월 7일) 발사로 공단이 문을 닫기 전까지 남북은 서해 군통신선으로 공단 방문자들의 인적사항이나 신변안전 확인서 등을 팩스로 주고받았다. 하지만 공단 폐쇄 조치에 북한이 반발하며 남북 간 채널을 완전히 닫으면서 이런 절차를 진행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서해 군 통신선뿐만 아니라 판문점 연락사무소에 설치된 남북직통전화를 통해 오전 9시와 오후 4시 각각 개시통화와 마감통화를 시도하고 있지만 북측이 아예 수화기를 들지 않고 있다”며 “팩스도 전원을 꺼둔 것으로 보여 연락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판문점 남측지역에 관광객이 방문하거나 군사정전위원회 담당자가 방송을 할 경우 북한 군이 나와 군사분계선을 넘는지 감시를 한다. 이곳 건물 안은 마이크 선으로, 건물 밖은 약 10센티미터 높이의 블럭을 설치해 군사분계선을 표시해 놓고 있다. 북측 지역 건물인 판문각 안에서는 망원경으로 지켜보거나 방송내용을 받아적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사진=연합뉴스]
이 때문에 지난 6월 9일 동해상에서 표류하다 구조된 어민과 어선을 송환할 때 정부는 확성기(메가폰)으로 북측에 일정을 통보하기도 했다. 판문점은 군사정전위 관리지역인 만큼 정부가 문건을 작성해 유엔 군사정전위 담당자에게 전달하면 메가폰을 들고 “9일 오전 동해상 00지점에서 송환할 예정이니 귀측 해당 인원이 인계를 받으라”는 식이다. 앞서 5월말에도 같은 방식으로 북한 어민들을 송환하기도 했다. 때론 방송과 함께 문서(쪽지)를 만들어 MDL 너머로 살짝 던져 놓으면 북측 병사가 가져가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정부 당국자는 “북측은 메가폰 방송에 아무런 응답을 하지 않다가 동해상에 경비정이 나타나는 것으로 보아 상부에 보고는 이뤄지는 것 같다”며 “하지만 지난 8월 대연평도 인근에서 북측 주민으로 추정되는 사체를 발견해 넘겨주겠다고 방송을 했을 땐 아무런 반응이 없어 국내에서 화장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이 “현재 북한과 2~3개의 채널을 유지하고 있다”고 언급하는 등 군사적 긴장이 최고조에 이른 북미 간에도 채널을 유지하고 있고, 중국·러시아·일본 등도 북한과 e메일 등을 통한 의사전달을 하고 있지만 한국만 북한의 반응만 쳐다봐야 하는 ‘깜깜이’인 상황이다. 정부 당국자는 “남북관계 개선에 앞서 채널 복원이 우선이 돼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를 고려하면 정부가 기업인들의 방북을 위해 다양한 방안을 찾고 있다고 하지만 또다시 메가폰을 들어거나 쪽지를 던져 놓아야 하는 상황이 재현될 수 있고, 북한이 이에 호응할 지 미지수라는 관측이 많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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