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마음속에 순수한 사랑 품고 있죠

최보윤 기자 2017. 10. 18. 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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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만에 연극 무대 첫 도전.. '라빠르트망'의 김주원·오지호

"지호씨, 셔츠 단추 풀고. 좀 더 야성적으로, 풀어진 모습으로! 그래요. 그거다 역시!"

밤 10시를 향해가는 초침 소리가 마치 메트로놈 같다. 18일부터 서울 LG아트센터 무대에 오르는 연극 '라빠르트망'의 리허설을 지휘하는 고선웅 연출가의 목소리가 점점 높아진다. '미스터리 멜로극'이란 수식어답게 장소영 음악감독의 스산한 음악이 흘러나오자 주인공 리자 역을 맡은 김주원이 치마를 치렁이며 등장한다. 단단한 발끝, 활처럼 휘어지는 허리, 고혹적인 손짓…. 순수와 관능을 넘나드는 동작이 짙은 향기를 낸다.

서울 종로의 한 연습실에서 연극 ‘라빠르트망’의 주인공 오지호(왼쪽)와 김주원은 마치 ‘현실 속 연인’처럼 애틋한 모습을 그려냈다. /장련성 객원기자

프랑스 영화 '라빠르망'(1996)을 각색한 연극 '라빠르트망'의 주연을 맡은 발레리나 김주원(40)과 배우 오지호(41)는 하루 8시간 이상 강행군 연습에도 지친 기색이 없다. 김주원은 1998년 발레 '해적'으로, 오지호는 같은 해 정지영 감독의 영화 '까'로 데뷔한 '20년 경력'의 베테랑. 하지만 연극 도전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지난 3월 퇴행성 척추 디스크로 한 달 넘게 침대 신세를 졌다는 김주원은 "무대에 오르니까 오히려 자유로워질 수 있어 한결 편해졌다"며 웃는다. 이날도 예정 시간을 한 시간 넘겨 연습이 진행됐지만 "연기 신인의 각오"(김주원) "이방인으로 느껴지지 않기 위한 노력"(오지호)이라고 했다.

"춤이란 건 완벽하고 정확한 약속을 통해 이뤄지는데 그 신호를 저희는 눈으로 주고받거든요. 그게 이번 무대에서도 통하더라고요. 오빠의 눈을 보면 위로가 되고 힘이 나서 정말 막스를 사랑할 것 같은 마음도 생겨요." 둘의 전체적인 아우라로 영화 못지않은 분위기를 자아낼 수 있다는 고선웅 연출가는 강하게 믿었다. "영화 속 주인공 모니카 벨루치는 그 이름 자체가 아름다움의 대명사잖아요. 그녀가 갖고 있는 색깔을 감히 쫓아갈 순 없겠죠. 대신 저는 무대에서 어떻게 해야 빛날지를 고민했던 사람이니까 아이디어를 많이 녹여냈죠."

영화 속 남자 주인공 뱅상 카셀처럼 곱슬거리는 머리카락으로 변신한 오지호(막스 역)는 첫사랑 리자와 그와 닮은 알리스(김소진) 사이에서 혼란스러워한다. 영화 '미인'(2000) 등을 통해 다비드상 같은 이미지로 각인시켰던 오지호의 진한 얼굴 윤곽선 덕택에 멀리서도 감정의 격돌이 느껴진다. 오지호는 "이번 작품을 하면서 이렇게 에너지를 얻어 갈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연극은 원형 무대를 이용해 서로에 대한 오해로 결국 이별하고 새로운 사랑을 찾아가는 과정을 은유적으로 그린다. 김주원은 "리자 대사 중 '난 미지근한 게 싫어. 뜨겁거나 차가워야 하지'라는 부분이 저랑 좀 비슷한 것 같다"며 "연극에서 등장하는 공중전화, 편지 같은 아날로그 도구들이 사랑을 이어주던 시절이 그립다"고 말했다.

오지호가 한마디 거들었다. "사랑은 이기적인 거 아닌가요. 자기 사랑이 가장 아름다운 거니까요. 그게 애인이든 가족이든 남들이 뭐라 해도 내 사랑은 순수하고 열정적인 거죠. 그 '순정'을 확인해 볼 수 있는 무대가 이번 연극이라 생각해요." 연극 라빠르트망은 11월 5일까지 LG아트센터에서 열린다. (02)2005-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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