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본 남북이산상봉 사진 한장.. 뇌리서 떠나질 않아"

2017. 10. 18.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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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장의 사진은 때로 깊은 우물 같다.

수십만 마디의 말, 수십 년의 이야기를 품고 고여 목마른 자를 기다린다.

"거대한 역사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헤어진 남북의 부부가 수십 년 만에 다시 만나 얼싸안고 오열하는 장면이었어요. 떨어져 있었지만 둘은 서로를 매일 그리워하며 그들만의 방식으로 사랑했던 거죠. 1000번 넘게 혼잣말처럼 사랑의 약속을 해온 이들의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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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산상봉 모티브로 앨범 만든 노르웨이 재즈 보컬 네가드

[동아일보]

남북한 이산가족 부부의 상봉 장면. 동아일보DB
한 장의 사진은 때로 깊은 우물 같다. 수십만 마디의 말, 수십 년의 이야기를 품고 고여 목마른 자를 기다린다.

몇 년 전 인터넷 서핑 중에 우연히 접한 남북한 이산가족 상봉 사진. 거기서 노르웨이 재즈 보컬 실예 네가드(네르고르·51)는 깊은 슬픔의 일렁임을 봤다.

“거대한 역사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헤어진 남북의 부부가 수십 년 만에 다시 만나 얼싸안고 오열하는 장면이었어요. 떨어져 있었지만 둘은 서로를 매일 그리워하며 그들만의 방식으로 사랑했던 거죠. 1000번 넘게 혼잣말처럼 사랑의 약속을 해온 이들의 만남….”

노르웨이 가수 실예 네가드의 앨범. 소니뮤직엔터테인먼트코리아 제공
네가드는 북유럽 대표 재즈 보컬이자 싱어송라이터다. 팻 메시니, 투츠 틸레망 같은 거장과 작업했고 토르드 구스타브센, 아르베 헨릭센 같은 노르웨이 대표 재즈 주자들이 그의 밴드를 거쳤다.

최근 전화 인터뷰에서 네가드는 여전히 그 사진이 눈에 선하다고 했다. 곧장 떠오른 ‘For You a Thousand Times(당신을 위해서 천 번을)’란 구절을 신작의 화두로 삼기로 하고 9곡을 더 썼다. “커다란 세상사에 휘둘리는 작은 사람들의 이야기들이죠.”

13일 발매된 ‘For You…’는 남북 이산가족 이야기를 헤어짐과 만남에 관한 세계 보편의 이야기로 확장한 작품이다. 아프리카 타악기 등장에도 맥락이 있다. “가족 잃은 아이들에 새 가정을 꾸려주는 국제 비영리단체 ‘SOS어린이마을’ 홍보대사로 활동하며 아프리카를 여러 번 방문하면서 많은 걸 느꼈어요. 긴 가뭄 끝에 비를 기원하는 엄마의 맘을 첫 곡 ‘It‘s Gonna Rain’에 담았죠.”

서아프리카 전통 현악기 은고니가 등장한다. 케냐 가수 니오타 은도고는 몸바사 현지에서 구음을 녹음해 보내왔다. 노르웨이 오슬로의 스튜디오에서 녹음한 네가드의 보컬, 서양 악기들과 섞어냈다. 네가드는 “‘Hush Little Bird’는 4년 전 에티오피아에서 입양한 내 아들 조나(Jonah)의 아프리카 현지어 옹알이를 녹음해 실은 자장가”라고 했다.

2013년 내한 공연을 한 네가드는 “서울은 정말 멋진 도시”라면서 “최근 북한을 둘러싼 위기 고조가 안타깝다”고도 했다. “거대한 이슈에 휘말려 찢어진 작은 개인들의 역사를 담은 제 노래가 슬프게 들리길 바라진 않아요. 헤쳐 나가는 사람들의 힘과 자부심을, 살아간다는 것의 찬란함을 담고 싶었거든요.”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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