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타이가 남자를 만든다

채민기 기자 2017. 10. 18.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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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스맨' 넥타이 만든 '드레익스' 마이클 힐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色 배합, 자연에 힌트 있어"

한국에서 1000만명 넘는 관객(1·2편 합계)을 모은 영화 '킹스맨'은 작정하고 만든 남성복 교과서다. 영국 유명 패션 쇼핑몰 '미스터 포터'와 함께 영화 속 의상·액세서리들을 실제로 출시해 남자들이 주인공처럼 입어보도록 했다. 1편 개봉 당시 이 컬렉션으로 런던 패션위크에 나간 데 이어 지난달엔 런던에 전용 매장도 열었다. 영화에 나왔다는 점만 내세우지 않고 슈트·셔츠 등 분야별로 영국을 대표하는 브랜드와 협업하는 건 영국 신사의 멋과 제대로 만든 물건의 맛을 느껴보라는 의미다.

드레익스(Drake's)는 그중 넥타이와 포켓스퀘어(재킷 가슴에 꽂는 손수건)를 만든 곳이다. 킹스맨의 상징인 감색 줄무늬 넥타이, 2편에서 주인공 '에그시'가 오렌지색 턱시도에 매고 나온 나비넥타이 등이 드레익스 제품이다. 넥타이와 포켓스퀘어에서 남성복 전체로 상품군을 확대하고 올 들어 영국 밖에도 독립 매장을 열기 시작했다. 지난달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문을 연 한국 매장에서 마이클 힐(40)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만났다. 감색과 갈색, 청록색이 섞인 줄무늬 넥타이에 흰색 리넨(마) 포켓스퀘어를 꽂은 그는 "넥타이와 포켓스퀘어는 비슷비슷해지기 쉬운 남자의 옷차림에 취향과 감각을 불어넣는 마무리"라고 했다.

서울 강남구 신사동 드레익스 매장에서 만난 마이클 힐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넥타이 고르는‘공식’을 따르기보다 자주 매 보며 자신과 어울리는 디자인을 찾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김지호 기자

지금 남성복은 캐주얼이 꾸준히 강세다. 엄격한 정장 대신 '비즈니스 캐주얼'을 입는 직장이 늘면서 넥타이에 포켓스퀘어까지 갖춘 남자는 점점 드물어진다. 힐 디렉터는 "그럴수록 넥타이와 포켓스퀘어를 이용한 자기 표현이 돋보일 수 있다"고 했다. "조금 더 차려입는 건 언제나 옳은 선택입니다. 격식을 조금 더 차린다고 문제 될 건 없지만 덜 갖추면 난처한 경우가 있으니까요." 그는 "킹스맨이 남자들에게 던진 메시지 역시 품격 있고 정중한 옷차림도 얼마든지 시도해볼 만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힐 디렉터는 "넥타이로 멋을 내려면 옆 사람과 똑같아야 한다는 생각을 버리라"고 조언했다. "대담한 무늬를 겁내지 마세요. 다양한 재킷과 생각보다 잘 어울리거든요." 그는 큼지막한 페이즐리(휘어진 깃털 문양) 넥타이를 가리키며 "드레익스의 옛 스카프 원단으로 만든 것"이라고 했다. "이렇게 빈티지한 느낌이 요즘 넥타이 트렌드이기도 하죠."

드레익스는 넥타이를 맞춤 제작하기도 한다. 사람마다 체형이 다른 만큼 넥타이 치수도 달라지기 때문이다. "넥타이 양쪽 끝이 허리띠 근처까지 오는 정도가 이상적이지만 맹목적으로 따를 필요는 없어요. 저는 넥타이 끝을 허리춤에 집어넣는 걸 좋아해서 조금 긴 길이를 선호하는 편이죠."

힐 디렉터는 "넥타이를 포켓스퀘어와 함께 착용할 때는 비슷한 색으로 맞추지 말고 적당한 대조를 이루는 게 훨씬 감각적으로 보인다"며 "색상을 고르기 어렵다면 자연으로 눈을 돌려보라"고 했다. 갈색 나뭇가지에 달린 녹색 잎, 흰색 꽃잎과 붉은 꽃술처럼 '자연스러운' 색상 조합에서 힌트를 찾을 수 있다는 뜻이다.

힐 디렉터는 패션 경영을 전공하고 런던의 양복점 거리 '새빌로'에서 경력을 쌓았다. 어린 시절 넥타이 공장을 운영했던 아버지를 따라 주말마다 원단 공장을 드나들었고, 나중엔 냄새만으로 어느 공장 옷감인지 가려낼 정도가 됐다고 한다. 그는 "아버지가 물려주신 것까지 포함해 넥타이를 적어도 1000개는 갖고 있다"며 "10개쯤 골라 놓고 한동안 매다가 바꾼다"고 했다. 포켓스퀘어도 그만큼 가지고 있는지 묻자 한숨을 내쉬었다. "물론이죠. 그런데 아내가 포켓스퀘어를 꽂고 외출하는 걸 좋아해서 제 것이 자꾸만 줄어드네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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