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그단 보그다노비치, '세르비아 성공신화' 이어갈까?

이민욱 2017. 10. 18. 01:5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점프볼=이민욱 칼럼니스트] 2000년대 초반 새크라멘토 킹스 아니 ‘밀레니엄 킹스’는 유기적인 팀 농구로 전 세계 농구팬들을 매료시켰다.

당시 킹스의 주전 중에는 세르비아 출신 선수들이 무려 두 명이나 있었다. 바로 블라디 디박과 페자 스토야코비치였다. 이들은 크리스 웨버 마이크 비비 덕 크리스티와 함께 팀에 없어서는 안 될 핵심 자원들이었다.

그러나 영원한 ‘킹스맨’은 되지 못했다. 디박은 이후 자유계약선수 신분으로 LA 레이커스(2004년)와 계약을 맺었으며, 페자 스토야코비치는 메타 월드 피스(당시 론 아테스트)와의 트레이드로 인디애나 페이서스(2006년)로 이적했다. 이후 이들은 현역 은퇴 때까지 새크라멘토 소속 선수가 되지 못했다. 그리고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킹스에서 세르비아 선수가 뛰는 모습을 볼 수 없었다. 

그런데 2017-2018시즌, 킹스 경기에서는 간만에 디박과 스토야코비치의 ‘후계자’를 만나볼 수 있을 것 같다.

주인공은 바로 1992년생 보그단 보그다노비치(198Ccm, 가드/포워드)이다. 이번 유로바스켓 2017 본선에서 세르비아를 준우승으로 이끈 보그다노비치는 2014년 NBA 드래프트에서 피닉스 선즈에 1라운드 29순위로 지명된 선수였다.

그러나 2016년 6월 23일(현지시간) 트레이드로 권리가 킹스로 넘어갔다. 보그다노비치 트레이드를 주도했던 킹스 단장은 바로 디박이었다.

2016-2017시즌 터키리그(BSL) 팀인 페네르바체 율케르 이스탄불을 유로리그 우승과 터키리그 우승으로 이끄는 보그다노비치는 2017년 7월 킹스가 제시한 3년간 2,700만 달러(한화 약 309억 원) 계약에 동의했다.

사실 NBA 경험이 전혀 없는 이의 몸값치고는 무척 비싼 편이다. 어찌 보면 아직 킹스의 프론트에 남아 있는 디박 스토야코비치의 ‘세르비아 커넥션’ 이 작용한 느낌도 없지 않아 있다. 그러나 실력이 없었다면 킹스가 쉽게 이런 계약을 보그다노비치 측에 제시할 수도 없었을 것이다. 과연 유럽프로농구 무대와 대표팀 경기에서 보그다노비치는 어떤 활약을 펼쳤을까?

+유로리그 정복한 페네르바체의 기둥+

18살이던 2010년, 보그다노비치는 세르비아 프로농구의 대표 명문 팀, 파르티잔 베오그라드(Partizan Belgrade)에서 첫 번째 프로 계약을 맺으며 프로 선수 생활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보그다노비치가 파르티잔에서 가장 물오른 기량을 과시했던 시기는 2013-2014시즌이었다. 그 시절 파르티잔은 위기에 처해 있었다. 팀의 전도유망한 포인트가드였던 프랑스 출신 리오 베스터만(198cm, 가드)이 전방십자인대파열로 인해 시즌 아웃되었기 때문이다.

당시 파르티잔의 지휘봉을 잡고 있던 몬테네그로 출신 듀스코 부오세비치 감독은 보그다노비치를 팀의 주득점원으로 활용하면서 동시에 1번 역할까지 맡겼다. 결과는 비교적 성공적이었다.

파르티잔은 당시 유로리그 16강(Top 16)에 진출했는데 주인공은 단연 보그다노비치였다. 그는 23경기에 출장하여 평균 14.8점 3.7리바운드 3.7어시스트 1.6스틸로 맹활약하며 파르티잔의 에이스로 우뚝 섰다.

그리고 이 과정 속에서 기념비적인 경기의 주연이 되기도 했다. 바로 2014년 1월 17일 유로리그 16강 3라운드(73-72 파르티잔 승), 강호 CSKA 모스크바 전이었다.

당시 만 22세였던 보그다노비치는 CSKA 모스크바의 스타들을 상대로 주눅 들지 않고 공격적인 농구를 펼쳤다.

CSKA 모스크바 선수들은 그의 불붙은 슛 감을 경기내내 제어하지 못했다. 이날 보그다노비치는 32분 59초간 27점 2리바운드 1어시스트를 기록하며 팀 승리의 일등공신이 되었다.

+유로리그 16강 3라운드, CSKA 모스크바 전 보그단 보그다노비치의  하이라이트+

https://www.youtube.com/watch?v=XMYYAX__Vok

2013-2014시즌이 끝난 이후 보그다노비치는 페네르바체와 4년 계약을 맺었는데 여기에는 2, 3시즌 이후 옵트 아웃(Opt-Out) 조항이 추가되어 있었다.

2014-2015시즌과 2015-2016시즌 보그다노비치는 스타들의 틈바구니 속에서도 자신의 입지를 확고히 다지며 고정적인 출장 시간을 보장받는 팀의 중요 자원으로 경기에 나와 좋은 공격력을 선보였다.

다만 이 시기 그는 경기력의 기복 때문에 더 올라갈 수 있는 여지가 있는 주가가 떨어지기도 했다. 특히 경기가 안 풀리는 날에는 유난히 슛이 부정확했다. 이로 인해 보그다노비치를 페네르바체를 대표하는 ‘슈퍼스타’ 라고 보기에는 부족한 점이 많았다.

+보그다노비치의 개인 기록+

2014-2015시즌-> 29경기 평균 28분 19초  10.6점 2.9리바운드 2.8어시스트 0.7스틸

2015-2016시즌-> 28경기 평균 27분 38초  11.7점 3.3리바운드 3.0어시스트 1.0스틸

그러나 보그다노비치에 대한 이 부정적인 평가는 불과 1년 만에 뒤집혔다. 사실 보그다노비치의 2016-2017시즌 출발은 좋지 못했다.  잘기리스 카우나스 전(2016년 10월 26일 유로리그 정규시즌 3라운드 경기)에서 부상으로 거의 두 달간 경기에 출장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당시 보그다노비치는 드리블 돌파를 시도하다 오른쪽 발이 수비수의 발을 밟는 바람에 발목 부상을 당했다.

그러나 보그다노비치는 쓰러지지 않았다. 1월 초 유로리그 경기에 다시 나선 보그다노비치는 경기 감각을 완전히 찾은 후, 엄청난 경기력을 선보이며 비로소 페네르바체의 중심이자 에이스로 올라섰다.

유로리그 8강 플레이오프에서 파니사니아코스 아테네를 상대로 3경기 평균 19.3점이라는 가공할 공격력을 선보인 보그다노비치는 그 기세를 파이널 포까지 이어갔다.

첫 상대였던 레알 마드리드(14점 6리바운드/ 84-75)를 넘은 보그다노비치의 앞에 나타난 팀은 그리스 강팀 올림피아코스. 하지만 올림피아코스도 상승세의 보그다노비치를 제대로 막아설 수 없었다.

보그다노비치는 올림피아코스 전에서 대표팀 동료인 니콜라 칼리니치(12점 6리바운드 6어시스트). 팀의 살림꾼, 엑페 우도(18점 12리바운드)의 든든한 지원사격을 받으며 17점 5리바운드로 페네르바체가 16점차 승리(80-64)를 거두고 우승을 차지하는데 도움을 주었다.

터키리그에서도 보그다노비치의 득점포는 쉬지 않고 터졌다. 그는 파이널에서 페네르바체가 베식타스를 꺾고 2시즌 연속 우승을 차지하는 데 크게 기여하며 파이널 MVP에 선정되는 기쁨을 안았다.

+2016-2017시즌 유로리그 보그다노비치의 개인 기록+

유로리그-> 22경기 평균 27분 56초 14.6점 3.8리바운드 3.6어시스트 1.1스틸

+2016-2017 보그다노비치 유로리그 하이라이트+

https://www.youtube.com/watch?v=xzM_zu3cOvM

세르비아를 유로바스켓 준우승으로 이끌다

그의 성인 대표팀 첫 경험은 유로바스켓 2013 본선 때였다. 보그다노비치는 만 21세의 어린 나이에도 빠르게 팀에 적응하며 개인 활약으로만 봤을 때는 성공적인 데뷔전을 경험했다.

세르비아가 준우승을 차지했던 2014년 스페인 월드컵에서 보그다노비치의 대표팀 내 입지는 더욱 굳어진다. 

9경기에서 평균 12.0점 2.4리바운드 2.6어시스트로 코트를 종횡무진 누비며 이제 팀의 핵심 앞선 자원으로 완전히 자리를 잡게 된다. 특히 그리스와의 경기에서는 27분간 21점을 기록하는 폭발적인 득점력을 과시하기도 했다.

유로바스켓 2015 본선과 2016년 리우 올림픽을 거치면서 대표팀 내 입지가 넓어진 보그다노비치는 유로바스켓 2017 본선에서 완전 대박을 쳤다.

당시 세르비아는 팀의 주축 선수들이 휴식과 부상 그리고 대표팀 은퇴 등으로 모두 불참하며 그 어느 시기보다 전력이 약해보였던 팀이다.

이 악조건 속에서 세르비아를 구해낸 이가 바로 ‘에이스’ 보그다노비치였다. 그는 내, 외곽을 넘나드는 폭발적인 득점(20.4점)과 날카로운 패스(5.0어시스트)를 앞세워 세르비아를 결승까지 올려놓았다. 

세르비아의 결승 상대는 이번 유로바스켓 2017 본선에서 돌풍을 일으키며 대회 기간 내내 핫한 이슈들을 몰고 다녔던 슬로베니아였다.

경기 결과는 접전 끝에 세르비아의 8점차 패배(85-93)로 끝났다. 보그다노비치는 22점 3리바운드 5어시스트로 고군분투했으나 우승 문턱에서 쓰라린 눈물을 흘려야만 했다. 그래도 올-토너먼트 팀에 선정되며 개인 활약에 대한 보상은 충분히 받아냈다.

+보그단 보그다노비치 유로바스켓 2017 하이라이트+

https://www.youtube.com/watch?v=Br1zgZIEGfY

보그다노비치의 플레이 스타일

긴 윙스팬(211cm)의 소유자인 보그다노비치는 ‘전방위 득점원’ 이다. 그는 3점 슛과 중거리 슛, 돌파 그리고 플로터와 반칙 유도를 이용한 자유투에 이르기까지 공격 루트가 무척 다양하다. 

슛 거리도 긴 편이며 중요한 순간에 위치에 상관없이 클러치 득점을 성공시킬 수 있는 강심장이기도 하다. 또한 볼이 없을 때도 상대 팀은 보그다노비치를 얕봐서는 안 된다. 

적절한 움직임으로 커트인 득점을 노리거나 아니면 자신이 수비수들을 현혹시키는 미끼가 되어 다른 팀원의 좋은 찬스를 이끌어내기 때문이다. 유럽 선수답게 패스도 잘한다.

민첩성이 부족해 보이는 부분이 걸리기는 하지만 수비력도 과거에 비해 많이 좋아졌다. 특히 상대를 막아설 때 자신의 긴 팔을 적절하게 사용하는 장면이 인상적이다. 물론 약점도 있다. 특히 슈팅력이 난조에 빠졌을 때 그 날 경기력까지 부진한 점은 분명 개선해야 한다. 수비에서는 스크린 대처 능력을 좀 더 키워야 한다.

과연 이런 장단점이 NBA 레벨에서는 어떻게 드러날지 궁금하다.

새크라멘토 킹스는 19일 휴스턴 로케츠와의 경기로 2017-2018시즌을 시작한다.

#사진=NBA 미디어센트럴, FIBA 제공

     

저작권자 ⓒ 점프볼.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Copyright © 점프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