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플레이오프 1차전을 앞두고 김준완(28·NC)에게 잠실 외야수비에 대해 물었다. 부담스런 상대 두산도 문제지만 넓은 잠실구장에서 외야수비의 중요성은 더욱 커진다.

김준완은 “잠실구장 외야수비가 부담되지 않느냐”는 질문에 “전혀 그렇지 않다. 넓으니까 오히려 편하다”라고 답했다. 이내 “마음껏 뛰어다닐 수 있잖아요”라고 덧붙였다.

김준완은 육성(신고)선수였다. 고려대 재학 시절 준족 외야수로 주목을 받았지만 2013 신인 드래프트에서 지명을 받지 못했다. 김준완은 “드래프트에 실패했다고 집에 전화를 걸었을 때 정말 괴로웠다”고 말했다. NC에 육성선수로 입단했고 4년째인 지난해부터 조금씩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김준완은 경기 전 각오대로 넓은 잠실구장에서 마음껏 뛰어 날아올라 잡았다. KBO리그 가을야구 역사에 길이 남을 만한 슈퍼캐치였다. 2-1로 앞서다 3점을 내줘 다시 뒤집힌 4회말, 계속된 2사 1·3루 위기에서 민병헌이 타석에 들어섰다. 바뀐 투수 제프 맨쉽의 공을 때려 잠실구장 좌중간 가장 깊숙한 곳으로 날렸다. 제대로 맞은 타구여서 잠실구장에 있는 모두가 2루타 이상을 예감했다. 3루주자 허경민도, 1루주자 류지혁도 득점을 거의 확신했다. 2루타라면 점수는 2-6으로 벌어졌다. 선발에서 불펜으로 보직을 바꾼 맨쉽의 첫 등판 첫 타자에게 맞은 2루타는 남은 시리즈에도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그때 중견수 김준완이 번쩍 나타났다. 오히려 제 자리에서 우익수쪽으로 약간 옮겨 둔 채 수비 위치를 잡고 있었다. “맞는 순간 사실 빠졌다고 생각했다. 펜스 플레이라도 해야겠다고 무작정 달렸다”고 했다. 공을 보지도 않고 달렸다. 30m를 넘어 약 40m 가까이를 질주했다. NC 이동욱 수비코치도 “사실 벤치에서도 타구가 빠졌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거짓말같은 일이 벌어졌다. 김준완은 “끝났다고 생각했는데, 마지막에 공의 힘이 떨어지더라”라고 말했다. 포기하지 않았고, 몸을 날렸다. 승부였다. 김준완은 “어차피 빠지면 1루주자도 홈에 들어오는 상황이었다. 승부를 걸었다”고 했다. 왼손에 낀 글러브를 몸을 틀어가며 뻗었다. 공이 땅에 닿기 직전, 글러브가 그 밑을 파고들었다. 믿어지지 않는 슈퍼캐치가 완성됐다. 이 코치는 “메이저리그급 수비가 아니라, 메이저리그도 울고 갈 수비”라고 기뻐했다.

슈퍼캐치는 경기의 흐름을 바꿔놓았다. NC는 5회초 스크럭스의 만루홈런으로 경기를 뒤집었고 두산전 포스트시즌 6연패를 끊었다.

김준완의 호수비는 이것 하나가 아니었다. 0-1로 뒤진 2회 2사 허경민이 우중간 타구를 잡아 2루에 뿌렸고, 정확한 송구로 타자주자를 잡아냈다. 6회 2사 2루에도 우익수 나성범과의 사인 미스로 놓칠 뻔 했던 타구를 몸을 날려 걷어냈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으면 기회는 온다. 육성선수에서 시작해 플레이오프 선발 1번타자가 된 김준완이 슈퍼캐치로 다시 한 번 이를 증명했다.

PS. 그 정도의 슈퍼캐치라면 펄쩍펄쩍 뛰어도 모자란다. 좌익수 권희동은 두 손을 번쩍 들어 축하하려 했지만 정작 김준완은 별다른 표정없이 더그아웃으로 뛰어 들어왔다. 그때 기분이 어땠냐는 질문에 잠시 생각하더니 “아, 다행이다 라는 생각이 들더라”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