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으로 응원했던 MBC 파업..방송 하차 후련해요"

최미랑 기자 2017. 10. 17. 2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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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김유정 리포터 ‘지지’ 밝혀

“아침 방송이 끝날 때마다 노조원들이 집회하는 로비를 피해 도망치듯 회사를 나왔어요. 마음속으로만 ‘힘내세요’라고 응원하면서요. 쉬운 결정이 아니었지만 방송에서 하차하니 오히려 후련합니다.”

김유정 리포터(40·사진)는 17일 경향신문 기자와 만나 MBC 아침방송 <뉴스투데이>에서 교통정보를 전하다 하차한 심경을 이렇게 말했다. MBC는 지난달 4일부터 시작된 총파업으로 뉴스 제작이 어려워지자 지난달 25일부터 보도국은 메인뉴스를 제외한 아침·저녁 뉴스를 녹화방송으로 전환했다.

이에 김 리포터를 비롯한 프로그램 출연자, 코너별 작가, 프리랜서 아나운서 등 계약직 방송인 10명은 파업 지지 뜻을 밝히며 지난달 29일 집단 퇴사했다.

김 리포터는 지난 10년 동안 MBC에서 생방송으로 진행되는 교통정보 코너를 맡아 왔다. 시청자에게 매일 아침 7시40분쯤 출근길 교통상황을 전하는 게 그의 일이다. 라디오 방송에서 2001년부터 ‘57분 교통정보’ 등을 담당한 걸 포함하면 MBC와의 인연은 17년째다. 김 리포터는 “다시 돌아올 수 있을 거란 희망을 놓아버린 것은 아니지만 이번에는 ‘방송 경력에 종지부를 찍는구나’ 하는 각오로 하차했다”고 말했다.

김 리포터는 5년 전 170일간의 파업도 지켜봤다. 오랜 기간의 파업이었지만 그때는 “뉴스가 굴러는 갔다”고 말했다.

이번에는 달랐다. 뉴스 방송시간이 15~20분으로 단축된 데 이어 녹화방송하는 지경에 이르자 김 리포터 등은 서로 상의한 끝에 더 이상 이 프로그램 제작에는 동참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회사는 김 리포터에게 교통정보가 아닌 다른 코너를 진행할 것을 제안했지만 받아들이지 않았다.

김 리포터 같은 프리랜서 방송인이 파업에 동참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김 리포터는 “그만두기로 결정하기까지 다들 굉장히 고민이 컸다”고 했다.

사측은 지난 12일 사내게시판에 보도본부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일부 노조원이 프리랜서 작가와 리포터들에게 사퇴를 강요했고, 파업이 끝나면 나중에 복귀시켜 주겠다는 약속을 했다고 주장했다.

“이런 내용은 사실과 다릅니다.” 김 리포터는 “프리랜서 방송인들이 하차한 것은 전적으로 자발적인 참여였지 누구의 강요나 협박에 의한 것이 아니다”라며 “프리랜서들이 다시 MBC로 돌아와 일하게 되는 것도 눈치를 봐야 하는 상황에 놓인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김 리포터는 “MBC가 예전에 비해 공정성을 많이 잃었다고 생각한다”며 “MBC가 예전의 명성을 다시 찾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MBC와 KBS의 총파업은 이날로 44일째 이어지고 있다.

<최미랑 기자 ra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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