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치킨집 사장님들 "BHC, 공정위 조사받으면서도 갑질"

2017. 10. 17.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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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맹점에 '튀김용 기름' 시장가보다 2배 가량 비싸게 공급
"광고비·판촉물 강제할당..영업이익률 22%로 경쟁사 3배"
BHC "점주모임 마케팅위와 협의" 점주들 "처음 듣는 얘기"

[한겨레]

외국계 치킨 프랜차이즈인 비에이치씨(BHC)가 불공정거래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 조사를 받으면서도 가맹점에 공급하는 필수품목인 튀김용 기름을 시장가격보다 두배 가까이 비싸게 파는 등 각종 ‘갑질’을 저지르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17일 비에이치씨 가맹점주들에 따르면, 비에이치씨는 튀김용 기름인 해바라기유 15ℓ짜리를 6만7100원에 가맹점에 공급하고 있다. 하지만 인터넷쇼핑몰에서는 용량이 더 큰 18ℓ 해바라기유(해표 제품)가 4만1650∼4만4600원에 팔린다. 같은 기준으로 비에이치씨 기름이 81~93% 더 비싸다. 10년 가까이 가맹점을 한 김아무개(가명)씨는 “비에이치씨의 해바라기유(고올레산 99.9%)는 해표 해바라기유(고올레산 100%)와 품질 차이가 없는데도 가격은 거의 두배 수준”이라며 “가맹점의 기름 사용량이 일정 기준에 못 미치면 추가로 살 것을 강요한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가맹점주들은 비에이치씨의 전국 가맹점 수(1400여개)와 기름 판매량을 감안할 때 부당이익이 연간 80억원대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또 비에이치씨는 2015년 10월부터 가맹점주와 사전협의 없이 닭 한마리당 400원의 광고비를 부과했다. 한 가맹점주는 “가맹본부로부터 사전에 광고계획에 대해 전혀 들은 바 없다”며 광고비가 일방적 조처임을 강조했다. 비에이치씨는 가맹점주들의 불만이 커지자, 2017년 1월부터 광고비를 없애는 대신 닭고기(신선육) 공급가격을 마리당 400원 인상하는 ‘눈가림식’ 조처를 취했다. 이에 따른 부당이익이 연간 100억원으로 가맹점주들은 추산했다.

비에이치씨는 판촉행사 강요와 판촉물 강제할당 혐의도 받고 있다. 지방의 한 가맹점주는 “다이어리나 썬크림을 무상 증정하는 판촉행사를 가맹점주 의사와는 무관하게 일방적으로 진행한다”며 “판촉물도 사실상 강제 할당하고 반품도 받지 않았다”고 말했다. 비에이치씨는 공정위 조사 이후 가맹점주에게 판촉행사 참여 의사를 묻는 방식으로 바꿨다.

비에이치씨가 외부와 할인행사를 강요한 의혹도 나온다. 한 가맹점주는 “카카오톡 할인행사의 경우 닭 한마리당 판촉물 부담액이 1천원을 넘어 본사 담당자에게 불참 의사를 전했으나 묵살당했다”며 “배달앱과 이(e)쿠폰 할인행사의 경우도 할인금액, 기본 수수료와 카드결제 수수료 등을 감안하면 남는 것이 없는데도 본사 매출 확대를 위해 사실상 강제로 진행했다”고 말했다.

치킨 프랜차이즈 2위인 비에이치씨는 2013년 미국계 사모펀드인 로하틴그룹(TRG)이 인수했다. 로하틴그룹이 비에이치씨 등 여러 프랜차이즈를 운영하려고 세운 프랜차이즈서비스아시아리미티드(프랜차이즈서비스)는 지난해 매출액 3365억원과 영업이익 762억원을 기록했다. 비에이치씨 매출액이 2326억원으로 69.1%를 차지해, 영업이익에도 크게 기여한 것으로 보인다. 한 가맹점주는 “비에이치씨의 지난해 영업이익률이 22.6%로 경쟁사인 제너시스비비큐와 교촌에프앤비(6~9%)의 3배에 달하는 것은 튀김용 기름 고가 판매 등과 같은 ‘갑질’ 때문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비에이치씨는 “광고비는 가공단계 개선에 따른 추가비용을 반영한 것이고, 가맹점주 모임인 마케팅위원회와 사전협의를 거쳤다”며 “광고비를 없애고 닭고기 가격을 올린 것도 마케팅위원회와의 협의를 거친 것”이라고 말했다. 또 “각종 할인행사 강요 주장도 전혀 근거가 없다”며 “담당자가 사전에 문자로 알리고 게시판에 공지해 희망자에 한해 시행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 가맹점주는 “5년 이상 장사를 했지만 마케팅위원회라는 이름은 처음 듣는다”며 “본사가 보내온 문자를 보면 ‘광고전단지와 판촉물 ○○○개를 일괄 발주 예정’이라고 사실상 통보식”이라고 말했다. 비에이치씨는 고가 튀김용 기름 의혹에는 해명하지 못했다.

한편 공정위는 지난 7월부터 비에이치씨, 굽네치킨 등 3곳을 불공정거래 혐의로 조사했고, 현재 법위반 혐의를 검토 중이다. 김상조 공정위원장은 필수품목 공급으로 얻는 이익규모 공개 등 가맹분야 불공정거래 종합대책을 발표한 바 있다.

곽정수 선임기자 jskw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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