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과세? 금융자산인지, 화폐인지 성격 규정부터

2017. 10. 17.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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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청장 "차익 과세 여부 검토"에
'명확한 법적 개념 필요' 목소리

전문가들 "한국, 양도·부가세 다 매길듯"
기재부 "형평성 고려해 신중히 결정할 것"

[한겨레] 정부가 최근 비트코인 같은 가상화폐에 대한 과세 여부 검토에 들어가면서 가상화폐를 금융자산으로 볼지, 화폐적인 기능을 인정할 것인지 등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미국과 일본 등 주요국들은 법 개정 등을 통해 가상화폐에 대한 과세 근거를 마련했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법적 개념조차 명확히 세우지 못한 상황이다.

지난 13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국세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한승희 국세청장은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에 대해 “부가가치세나 양도소득세 과세 여부를 기획재정부와 함께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가상화폐는 금융자산과 지급수단(화폐)의 성격을 동시에 가지고 있어 그 용도에 따라 과세기준이 달라진다. 미국?영국?독일 등 다수 국가들은 가상화폐를 재산적 가치가 있는 자산으로 보고 양도차익에 소득세 등을 부과하고 있다.

남은 쟁점은 화폐적 기능의 인정 여부다. 지급수단인 화폐적 성격을 인정하면 가상화폐 구매에 부가세를 매길 수 없게 된다. 미국에서는 지난해 상반된 판결이 잇따라 나왔다. 플로리다주 법원은 가상화폐가 화폐가 아니라고 판결했다. 일반적인 교환의 수단으로 쓰이지 않는데다, 현금이나 금처럼 침대 매트리스 아래 숨길 수 있는 실물자산이 아니라는 이유를 들었다. 반면 두 달 뒤 뉴욕주 연방법원은 가상화폐를 화폐라고 판결했다. 재화와 서비스의 지급수단이고, 은행 계좌에서 직접 교환이 가능하기 때문에 화폐의 정의에 부합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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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같이 엇갈린 판결과 별도로 미국 학계에서는 가상화폐는 아직 법정 화폐로는 부적절하다고 보는 의견이 많다. 무엇보다 가격 급등락으로 적정한 가치를 평가할 수 없어 화폐로서 교환 기능이 힘들다고 본다. 신용을 보장해줄 발행기관이 없고, 오직 시장 참여자들에 의해 가격이 움직여 미래가치도 불확실하다고 여긴다.

상황이 이런만큼 가상화폐의 화폐 인정 여부는 나라별로 엇갈린다. 국제금융센터와 한국금융연구원 등의 자료를 종합하면, 독일·호주·싱가포르는 가상화폐를 화폐로 인정하지 않아 가상화폐를 통한 거래에 부가세를 매긴다. 반면 영국·스웨덴·일본은 가상화폐의 화폐적 성격을 인정해 부가세를 면제한다. 일본은 지난 4월 자금결제법을 개정해 가상화폐를 정식 지급결제수단으로 인정하고, 가상통화 구입 때 부과되는 8%의 소비세를 면제했다. 미국도 버몬트 등 주 정부 단위에서 가상화폐를 결제수단으로 인정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가상통화 관계기관 합동 태스크포스’를 구성했지만 소비자 보호를 위한 규제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지난달 4일 금융위원회 등은 태스크포스 회의에서 “가상통화는 화폐·통화나 금융상품으로 보기 어렵고, 과세 문제는 각국 정부와 국제기구의 동향을 보면서 대응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라고만 밝혔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가상화폐를 자산으로 간주해 양도세를 부과하는 방향으로 갈 것이라고 관측한다. 가상화폐를 금융상품으로 규정할 경우 양성화가 불가피해 정부로선 부담스럽겠지만, 계속 방치할 경우 탈세 문제가 불거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 일본과는 달리 가상화폐 구매에 부가세를 매길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한다. 일본은 가상화폐 결제가 가능한 소매점이 올해 말 20만개가 넘을 것으로 예상돼 면세를 통해 거래를 촉진하려는 목적이 있다. 하지만 한국은 거래 활성화보다는 이용자 피해 방지 측면에서 조심스레 접근하고 있어 면세해줄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기재부 관계자는 “가상화폐의 성격 규정만 이뤄지면 세제에 집어넣으면 된다”면서도 “자본소득에 제한적인 과세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 형평성을 고려해 신중히 판단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가상화폐의 증여와 관련해 법적인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대기 한국금융연구원 선임 연구위원은 “가상통화의 익명성으로 상속·증여세 대상에서 누락될 수 있어 명확한 기준과 집행수단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한광덕 선임기자 kd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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