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프로야구 홈런왕 출신 메이저리거 에릭 테임즈(31·밀워키 브루어스)가 '금의환향'했다. 테임즈는 17일 한국을 찾았다. 1년 만의 '귀향'이다. 테임즈는 17일 저녁 서울 잠실구장에서 와서 NC 다이노스와 두산 베어스의 플레이오프 경기를 관람한다.
테임즈는 "새벽 4시쯤 한국에 도착해서 피곤하지만, NC를 응원하고 싶어서 왔다"며 "김경문 감독께 인사하니 '유니폼을 준비할테니 대타로 나갈 준비를 하라'고 하더라. 지금 선수들이 잘하고 있어서 한국시리즈에 올라갈 거라고 믿는다"고 했다. 테임즈는 방문 기간 서울과 NC 연고지인 창원 마산을 오가며 지인들을 만날 예정이다. 또 한국 팬들을 위해 19일 서울 영등포 타임스퀘어에서 팬 사인회도 한다.
테임즈는 미국 캘리포니아 출신이다. 한국과는 별다른 인연이 없던 그는 2014년 NC 유니폼을 입은 뒤 반(半)쯤 한국인이 됐다. 갈매기살을 좋아하고, 한국 포털사이트를 검색해 야구 기사를 찾아본다. 또 자신의 소셜미디어(SNS) 계정에 글을 올릴 때마다 '#테임즈'라는 한국어 해시태그도 걸어놓는다.
테임즈가 한국을 '제2의 고향'이라고 표현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별 볼 일 없었던 그의 야구 인생은 한국에서 확 바뀌었다. 2011년 빅리그에 데뷔한 테임즈는 두 시즌 동안 타율 0.250, 21홈런·62타점을 기록했다. 하지만 2013년을 마이너리그에서만 머물렀다. 2014년 한국에 온 테임즈는 웨이트 트레이닝으로 몸을 키웠다. 호리호리하던 그는 근육질 몸을 만들었고, NC 시절 '마산 로보캅'이라는 별명까지 붙었다. 체지방률은 보디빌더 수준인 3%대였다. 덕분에 스윙과 파워가 커졌다. 그러면서도 유연성 훈련을 열심히 해 좀처럼 부상도 없었다.
힘과 유연함을 모두 갖춘 테임즈는 KBO리그에서 3년간 타율 0.349, 124홈런·382타점으로 맹활약했다. 2015년에는 한국 프로야구 최초로 40홈런-40도루를 기록하며 최우수선수(MVP)가 됐다. 지난 시즌에 40홈런을 날려 최정(SK)과 홈런 공동 1위를 차지했다.
한국에서 보인 활약 덕분에 테임즈는 지난해 11월, 3년간 총액 1600만 달러(약 179억원)의 조건으로 밀워키와 계약했다. 5년 만의 빅리그 복귀였다. 새 연봉은 그의 마지막 메이저리그 시즌이던 2012년 연봉(48만5000달러)의 10배가 넘은 금액이었다. 미국산 '원자재'로 한국에 수입된 테임즈는 업그레이드 '가공'을 거쳐 미국에 역수출된 셈이다.
올 시즌 그는 한국에서 갈고 닦은 실력을 마음껏 뽐냈다. 밀워키의 주전 1루수 자리를 꿰찼고, 138경기에 나와 타율 0.247, 31홈런·63타점을 기록했다. 동료 트래비스 쇼와 함께 팀 내 홈런 공동 1위, 타자의 종합능력을 평가하는 OPS(출루율+장타율)는 0.877로 팀 내 1위다.
특히 시즌 초반인 지난 4월, 테임즈는 한 달간 11홈런을 폭발하며 빅리그를 깜짝 놀라게 했다. 미국 CBS스포츠는 "시즌 초반 메이저리그 최고의 화제는 테임즈다. 밀워키의 최고로 횡재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의 '괴력'에 의심의 시선을 쏠렸고 급기야 '금지 약물 복용설'까지 흘러나왔다. 그는 4월 한 달간 도핑검사를 5차례나 했다. 하지만 후반기 들어 햄스트링 부상으로 상승세가 꺾이면서 이런 의혹들도 쏙 들어갔다. 그는 "도핑검사가 그립다. 내가 홈런을 칠 때마다 검사가 기다리고 있었는데, 슬럼프에 빠지자 검사도 사라졌다"며 웃었다.
시즌 막판 다시 살아난 테임즈는 30홈런을 넘기면서 한국 프로야구 출신으로 빅리그에서 성공한 선수가 됐다. 올 시즌 메이저리그에서 30홈런을 넘긴 선수는 모두 26명이다. 그의 성공으로 한국 야구와 생활 및 문화에 대한 빅리그의 관심도 커졌다. 미국 언론들은 테임즈와 인터뷰할 때면 "간단한 한국어와 한국 음식을 소개해달라"고 요청했고, 테이즈가 전하는 응원 등 한국 프로야구 문화에 대해서도 흥미를 보였다. 메이저리그에는 선수별 응원라는 게 없지만, 밀워키 구단은 테임즈의 NC 시절 한국말 응원가를 수입해 사용했다.
메이저리그에서 테임즈의 별명은 한국에서와 같은 '상남자'였다. 테임즈가 지난 8월 특별 유니폼에 새길 자신의 별명을 '상남자'(SANG NAMJA)'로 선택했기 때문이다. 한국 팬들은 근육질 몸매에 우락부락한 그를 '남자 중의 남자'라는 뜻에서 '상남자'라고 불렀다. 메이저리그 전문가 송재우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테임즈를 통해 많은 한국 문화가 미국에 널리 알려졌다. 한국인도 하기 어려운 일을 테임즈 혼자 해낸 것"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