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은 우리 미래의 일부지만, 비트코인도 그럴까?

이용준 2017. 10. 17.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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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대 6천 달러를 노리는 비트코인과 암호화폐의 미래

[오마이뉴스 이용준 기자]

비트코인과 비트코인캐시

 비트코인
ⓒ pixabay
비트코인이 얼마 전에 가격대 6백만 원을 돌파했고, 현재 알트코인들과의 격차는 사상 최고 수준이다. 예전에 '비트코인 하드포크에 대비하여 비트코인을 구입해야 하나'라는 문제에 대해 몇 가지 가정을 전제로 반대 의견을 블로그에 적은 바 있다.

많은 행동경제학자들이 판단력을 기르기 위해서 미래에 관한 예측을 해보라고 조언한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예측이 얼마나 터무니없는가 뒤를 돌아보고 깨달으라는 의미다. 자신감 편향과 확증 편향은 우리 대부분이 가지고 있다. 게다가 나중에 결과가 확인되면 자신이 이미 그 결과를 예측했었다는 터무니없는 주장을 서슴없이 하는 것도 우리 인간이다. 그래서 자신의 예측이 틀렸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것만도 큰 도움이 된다. 왜 틀렸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 것이 미래에 예측 성공률을 높이는 길임은 물론이다.

당시 비트코인캐시를 노리고 비트코인을 구입할 이유가 별로 없다고 주장한 근거는 두 가지 정도였다. 첫째, 사상 최초의 분기 사태를 맞은 비트코인의 미래가 최소한 단기적으로 불확실하다는 점, 그리고 둘째, ETH 대 ETC 가치 비율을 생각해 보면, BCC의 가치는 별로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따라서 별로 크지 않은 보너스(BCC)를 얻기 위해 미래가 불확실한 BTC에 투자하는 것이 확률상 기댓값이 크지 않다는 논리였다.

현재를 보자. 첫째, 비트코인은 엄청난 가격 상승을 했다. poloniex 기준으로 BTC/USD는 8.1 하드포크 후 거의 정확하게 두 배가 됐다. 우리 돈으로는 얼마 전에 600만 원을 돌파했지만, 달러 기준으로 6000불 돌파도 멀지 않아 보인다. 둘째, BCC 가치는 거의 정확하게 BTC 가치의 5% 수준에 머물러 있다. 그러니까 나의 예측은 두 번째 부분이 맞았음에도 불구하고 첫 번째 부분이 대대적으로 빗나가서 전체적으로 빗나간 그림이 되었다. 즉, 8.1 직전 비트코인을 샀더라면 큰 이익을 보았을 것인데, 그 이유는 BCC로 인한 보너스 때문이 아니라 그냥 비트코인이 폭등했기 때문이다.

이더리움

2017년 상반기 이더리움의 초강세는 기술적으로 우월한 이더리움이 근미래에 비트코인을 제치거나, 최소한 근접한 시총을 가진 2위 화폐로 안정적으로 자리 잡으리라는 기대에 근거했다. 현재는 어떤가? 비트코인은 다시 접근 불가의 최강자 자리를 되찾았다. poloniex 차트를 보면 ETH/BTC는 올해 6월 13일 사상 최고점인 0.15에 도달했지만, 현재 0.058 수준이다. 물론 연초의 0.01 수준에 비하면 괄목상대할 성장세이지만, 비트코인의 기축통화 지위를 위협하던 기세는 찾아보기 힘들다.

암호화폐는 실물을 근거로 하지 않고, 특정 국가의 경제력에 의해 뒷받침되지도 않는다. 따라서 사람들의 심리에 의해서 좌우되는 대단히 불안정한 가치를 가진다. 비트코인 대비 이더리움의 가치가 최고치에 달한 시점이 6월 13일이라는 사실은 대단히 의미심장하다. 6월 12일, Bancor가 ICO를 시작하면서 이더리움 트랜잭션에 대한 심각한 문제 제기가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개스를 매개로 한 일견 진일보한 거래 검증 방식이 사실은 심각한 병목현상을 유발할 수 있다는 사실이 널리 알려지면서, 이더리움은 폭락을 시작했다. 그런데 비탈릭 부테린은 이 사태에 어떻게 대응했는가? 어차피 나중에 해결될 문제라고 하면서 문제 자체를 인정하기 거부했다. 나는 존재를 확인할 수 없는 나카모토 사토시에 비해, 적극적으로 홍보와 해명을 하고 다니는 비탈릭 부테린의 존재가 이더리움의 가치에 플러스가 될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내 생각이 틀린 것이다. 거래 병목 현상은 개발자의 시점에서 보면 천천히 개선해 나가면 되는 버그일 뿐이지만, 사업가 입장에서 보면 심각한 경영상 위기다. 이것을 비탈릭은 단순히 개발자적 관점에서 사소한 문제라고 치부한 것이다. POS로의 전환도 원래 계획보다 늦어지고 있는 지금, 과연 이더리움의 기술적 결함이 사소한 것인지 의문이 가시지 않는다.

블록체인과 미래

미래는 여전히 예측하기 어렵지만, 블록체인 기술이 미래의 우리 생활에 한 자리를 차지할 것이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기술적으로 당장 실용화 가능한 자율주행 자동차가 법적, 제도적 한계로 아직 실험실에서 나오지 못하고 있는 것과 같이, 블록체인 역시 기술적으로는 현재 실용화되지 못할 이유가 없다.

블록체인 자체는 미래에 분명히 우리 생활 속에 존재하겠지만,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이 과연 거기 그 자리에 있을까? 이 문제는 내가 암호화폐에 대해서 말할 때마다 꺼냈던 문제였다. 내 예상은 언제나 같았다. 블록체인의 생존확률은 100%지만, 개개의 화폐 수준에서는 심지어 BTC나 ETH도 100% 생존은 장담할 수 없다고.

요즘 주류 언론에서 암호화폐를 다루는 기사가 부쩍 늘었다. 어떤 기사는 "범죄용 화폐"라든가 "지하경제용 화폐"라는 표현을 거리낌 없이 쓰고 있다.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이 지하 세계에서만 통용된다면 그 미래는 밝지 않을 것이다.

부정부패와 빈부격차가 만연할 때 독재정부가 쓸 수 있는 강력한 카드가 화폐개혁이다. 인도에서는 작년 말 가장 많이 쓰이는 지폐 두 종류를 개혁하고, 구권 교환에 제한을 가했다. 예컨대 중국이 정부 주도로 새로운 암호화폐를 발행하는 일은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다.

그럴 경우,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을 소액이라도 법정 암호화폐로 교환해 준다면 고마운 일일 것이다. 미국, 중국, 일본, EU, 이 정도만 법정 암호화폐를 발행해도 비트코인의 가치는 나락으로 떨어질 것이다. 만약 이들 정부가 합심해서 국제 통용 암호화폐를 발행하면 비트코인의 가치는 0에 수렴할 것이다.

현재 비트코인은 거의 가치저장의 수단으로만 활용되고 있다. 거래 매개의 수단으로서 비트코인은 아직도 상당히 불편하다. 현재 비트코인 결재를 받아주는 상거래 주체들이 편의성 때문에 그런 결정을 한 경우는 거의 없으리라 본다. 경쟁 업체와의 차별성 부각, 그리고 마치 적립식 펀드 투자하듯이 스스로 투자하려는 목적으로 비트코인을 받는 것이다.

비트코인은 이더리움의 도전을 꺾고 여전히 기축 암호화폐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그 지위는 결코 견고하지 않다. 이더리움의 기세가 꺾인 마당에 다른 알트코인들은 더 말할 것도 없다. 비트코인에게 있어 한 가지 위안이라면, 신규 화폐의 기술적 우위가 비트코인에게 큰 위협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한 번' 확인했다는 점이 될 것이다.

하지만 화폐의 문제는 단순히 네트워크 외부성의 문제가 아니다. 세계 도처에 깔려 있는 미국 달러도 미국 정부가 화폐개혁을 단행한다면 한갓 휴짓조각이 된다. 미국 돈을 휴짓조각으로 만들면 세계 각지에서 들고 일어나겠지만,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은 그런 반발도 기대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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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제 블로그인 blog.naver.com/junatul에 오늘 자로 게시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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