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하고만 있지 않겠다' MB의 반격 시작되나

안성모·유지만 기자·김현 뉴스1 기자 입력 2017. 10. 17. 13:01 수정 2017. 10. 18.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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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정권 '적폐청산'에 MB 측 불만 고조.. "보수세력 결집 통해 전면전 나서자"

“가만히 당하고만 있지는 않을 것이다.”

이명박(MB) 정부에서 고위직을 지낸 친이(친이명박)계 핵심인사가 문재인 정권이 추진하고 있는 ‘적폐청산’에 대해 강한 불만을 터트리며 한 말이다. 그는 “적폐청산이 아니라 정치보복”이라며 “앉아서 당하고만 있지 않겠다는 강경 기류가 팽배하다”고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보수 야당은 물론 정치권과 거리를 둬온 MB 측근들 사이에서도 반격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MB 진영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친이계 좌장으로 ‘MB 정권 2인자’로 불렸던 이재오 늘푸른한국당 대표는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자신들의 통치를 위해서 지난 정권의 없는 적폐를 만들어서 잡아가는 것은 나라 전체를 진흙탕으로 몰아가는 짓이다”고 주장한 후 “이렇게 되면 반격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6개월 된 문재인 정권보다 5년간 집권했던 (MB 진영) 사람들이 가진 자료가 더 많을 것이다”며 “만약 양측이 부딪치게 되면 문재인은 어디론가 가버리고 노무현과 이명박의 싸움만 남는 ‘문재인 패싱’이 일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동안 정체상태였던 보수세력의 통합 움직임도 본격화하고 있다.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 내 통합파와 이재오 대표의 늘푸른한국당 인사들, 그리고 보수 시민단체들이 결속하는 통합방안이 속도를 내고 있다. 자유한국당이 박근혜 전 대통령과 친박 핵심 인사들의 출당 문제를 해결하면 바른정당 내 통합파 인사들이 탈당해 원외 정치권 및 보수단체 인사들과 함께 합류하는 식의 시나리오가 거론된다. 이를 도모하기 위한 보수대통합추진위원회 구성이 추진 중에 있다. 현 정권의 ‘적폐청산’이 보수통합의 계기를 마련해 줬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명박 전 대통령(오른쪽)이 9월25일 서울 강남구 사무실을 나서고 있다. © 시사저널 최준필

 

속도 내는 MB 정부 ‘적폐청산’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추진되고 있는 ‘적폐청산’ 작업은 박근혜 정부를 넘어 이명박 정부까지 겨냥하고 있다. ‘적폐청산’이라는 기치를 앞세워 여권에서 추진되고 있는 개혁 작업이 사실상 보수정권 9년간 문제가 됐던 사안들을 다루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이명박 정부 당시 논란이 됐던 이른바 ‘4자방(4대강, 자원외교, 방위산업)’과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 등이 적폐청산의 핵심 사안으로 재조명되고 있다. 이로 인해 정치권에선 이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수사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이 전 대통령이 현 정부의 적폐청산 작업에 대해 “퇴행적 시도”라고 규정하며 추가 대응을 예고하고 나서면서 양측의 신경전이 고조되고 있다.

여권은 이명박 정부의 ‘적폐청산’에 대한 고삐를 더욱 죄고 있다. 이 전 대통령 재임 당시 국정원과 국군사이버사령부가 댓글을 통해 선거 및 여론 조작을 시도한 의혹들이 거의 매일 언론에 보도되고 있고 국정원은 개혁발전위원회 산하 적폐청산 태스크포스(TF)의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5차례에 걸쳐 원세훈 전 국정원장 시절 국정원의 사이버 댓글 외곽팀 활동 등에 대해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검찰수사도 속도를 내고 있다. 현재 검찰은 원세훈 전 국정원장 시절 국정원의 사이버 댓글 외곽팀 활동, 공영방송 장악 시도, 정치인과 문화예술계 인사 사찰 의혹 등을 수사하고 있다. 민병주 전 심리전단장, 유아무개 전 심리전단 팀장 등을 구속해 재판에 넘겼고, 국정원 퇴직자 모임인 양지회 전 간부를 비롯해 당시 국정원의 여론조작용 ‘사이버 외곽팀’ 활동에 관여한 민간인 8명을 기소했다. 검찰은 양지회가 원 전 원장의 직접적인 요청으로 조직적인 외곽팀 운영에 나선 것으로 결론짓고, 이 단체 전직 회장 2명도 기소 대상에 포함시켰다. 또한 이 전 대통령 시절 국정원에서 고(故)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노벨평화상 취소 청원을 추진했다는 의혹도 제기돼 있는 상태다.

이와 함께 이 전 대통령 재임 당시 각종 논란의 대상이 됐던 ‘4자방’ 비리 의혹도 정조준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이명박 정부 당시 4자방 비리를 조사해 부정축재 재산을 모두 환수하겠다는 뜻을 표명한 바 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을 중심으로 4자방 비리 의혹에 대한 공세가 집중되고 있는 모습이다. 추미애 민주당 대표는 추석 연휴 마지막 날인 10월9일 열린 ‘추석민심 최고위원회의’에서 4자방 의혹을 대표적 적폐 대상으로 꼽은 뒤 “짓밟힌 공적 정의를 회복해 달라는 것이 국민의 요구”라고 주장했다.

배우 문성근씨(왼쪽)와 방송인 김미화씨가 9월18, 19일 블랙리스트 피해자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방검찰청으로 출석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시사저널 최준필

 

MB 진영, 반격 카드 만지작

민주당 적폐청산위원회 박범계 위원장은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 등을 통해 4자방 등 이명박 정부에서 자행된 권력형 비리 의혹을 파헤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박 위원장은 특히 제2롯데월드 인하건과 관련해 “한 그룹의 사적 이익을 위해 국가 안보를 판 반역적 행위”라며 검찰수사의 필요성을 거론했다. 민주당은 10월12일 시작된 국정감사에서 관련 상임위를 중심으로 4자방 비리 의혹에 대해 집중 공세를 펼치고 있다. 여권에선 국정원 댓글 사건과 4자방 의혹 등과 관련한 이 전 대통령의 검찰 소환 조사에 대해 “성역은 없다” “이 전 대통령도 예외일 수 없다”며 강한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자연스럽게 이 전 대통령과 측근들의 대응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 현재 이 전 대통령과 측근들은 자신들을 향한 여권의 공세에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고 있다. 이 전 대통령의 측근들은 적폐청산 이면에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에 대한 한풀이와 보수세력의 궤멸을 위한 정략적 의도가 깔려 있다며 이를 ‘정치보복’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 당시 청와대에서 근무한 한 인사는 10월12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지금 문재인 정부에서 하고 있는 것은 노 전 대통령이 서거하신 데 대한 책임을 우리에게 씌워서 보복하려는 것 아니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장제원 자유한국당 의원도 “현재 여권은 노 전 대통령이 그랬던 것처럼 이 전 대통령을 검찰 포토라인에 세우고 구속시키든가 아니면 완전히 식물인간으로 만들겠다는 의도”라고 주장했다. 이 전 대통령도 9월28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안보가 엄중하고 민생경제가 어려워 살기 힘든 시기에 전전 정부를 둘러싸고 적폐청산이라는 미명하에 일어나고 있는 사태를 지켜보고 있다”며 “퇴행적 시도는 국익을 해칠 뿐만 아니라 결국 성공하지도 못한다”고 날을 세웠다. 이 전 대통령은 또 “때가 되면 국민 여러분께 말씀드릴 기회가 있을 것”이라며 추가 대응을 예고했다.

이에 따라 이 전 대통령 측이 들고 있을 반격 카드에도 관심이 쏠린다. 당시 청와대에서 근무했던 한 인사는 “지금 문재인 정부 청와대가 보수 정권 9년간 청와대에서 했던 것들을 다 들여다보듯이 우리도 노무현 정부 청와대로부터 인수인계를 받았으니 들여다본 게 있지 않겠느냐”며 “어떤 카드를 내놓을지는 여권이 어떻게 하는지를 지켜보면서 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선 이 전 대통령 측의 반격 카드로 거론되는 것은 노 전 대통령 일가의 뇌물수수 의혹이다. 이미 한국당에서 “본질은 노 전 대통령 가족이 640만 달러 뇌물을 받았느냐 여부”(홍준표 대표)라며 이슈화를 시도하고 있다. 한국당은 조만간 노 전 대통령 가족들의 뇌물수수 의혹에 대해 검찰 고발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당 정치보복대책특별위원회에 속한 장 의원은 “640만 달러 중 100만 달러에 대해선 아직 공소시효가 남아 있다”며 “조만간 권양숙 여사와 자녀들에 대해 검찰 고발을 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또 다른 카드로는 노 전 대통령 재임 당시 문제가 됐던 ‘바다이야기 사태’와 문 대통령의 아들 준용씨의 취업을 둘러싼 의혹 등이 거론된다. 청와대에서 근무했던 또 다른 인사는 “당시 바다이야기 사태로 온 나라가 떠들썩했고 검찰수사도 진행됐지만 제대로 수사가 되지 못한 채 조용히 덮어버렸다”면서 “이에 대해서도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지 않겠느냐”라고 말했다. 

자유한국당은 ‘바다이야기 사건’ 등 각종 의혹에 대한 재조사를 요구하고 있다. 정우택 한국당 원내대표는 최근 “추석 연휴 이후 노 전 대통령 일가가 받은 640만 달러 뇌물 문제와 (문 대통령의 아들) 문준용씨 고용정보원 특혜취업 의혹에 대해 특검을 통해 진상을 규명하도록 본격적으로 나서겠다”고 밝혔다.

최교일 자유한국당 공명선거추진단장(가운데)과 의원들이 4월18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민원실 앞에서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일가 640만 달러 뇌물수수 의혹에 대한 검찰수사 재개를 촉구하는 서한을 전달하기 위해 민원실로 향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현 정권과 전면전, 나쁠 게 없다”

일각에선 또 다른 카드가 등장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명박 정부의 한 핵심인사는 구체적인 언급은 자제한 채 “당시 청와대 주요 수석들의 얘기를 들어보니 명확한 증거가 있는지 여부는 확인할 수 없지만 다른 한 건도 쥐고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다만, 이 전 대통령 측이 전면전을 선택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여론이 어떻게 반응할지도 염두에 둬야 하기 때문이다. 이 전 대통령 측 한 인사는 “현 정권과 전전 정권이 전면전을 하는 것은 우리에게 나쁠 게 없다. 지금은 현 정부에 대한 지지율이 높지만 조만간 적폐청산에 대한 피로감이 쌓이고 보수세력이 결집하게 되면 전면전을 충분히 할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타이밍이 문제”라고 말했다. 김두우 전 청와대 홍보수석은 ‘전면전 여부’에 대해 가능성을 열어두면서도 “(전면전을) 하더라도 우리가 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추가 대응의 경우 속도를 조절하려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키를 쥐고 있는 문재인 정부가 어떤 카드를 들고 있는지 알 수 없기 때문으로 여겨진다. 이 전 대통령과 가까운 한 인사는 “지금은 소나기가 오는 시기이니 일단은 피하는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 여권이 매일 언론을 통해 여론전을 하고 있는데, 추가로 무엇을 내놓을지 모르니 나올 때까지 지켜보는 게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장 의원도 “지금 권력을 갖고 있는 사람이 모든 것을 다 갖고 있을 것”이라며 “중간에 어설프게 대응했다간 되치기를 당할 수 있으니 여권에서 모든 것을 다 털고 여론작업이 끝날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 전 수석은 “우리도 여권이 공세를 취하는 데 대해 여러 가지 생각을 하고 있다”면서 “(추가 대응은) 시간이 좀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 지켜보자”라고 밝혔다. 

안성모·유지만 기자·김현 뉴스1 기자 asm@sisajournal.com <저작권자 ⓒ 시사저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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