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에너지 분야서 애플 'A-', 삼성·LG전자 'D'

주영재 기자 입력 2017. 10. 17. 13:00 수정 2017. 10. 17.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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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글로벌 전자기기 브랜드의 친환경 에너지 정책을 평가한 결과 애플이 ‘A-’로 가장 좋은 평가를 받았고, 삼성전자와 LG전자는 ‘D’로 하위권에 올랐다.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는 17일 삼성전자와 애플, 하웨이 등 3대 스마트폰 제조사를 비롯해 17개의 글로벌 전자기기의 친환경 실태를 비교 분석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조사 결과가 실린 보고서 ‘친환경 전자제품 구매 가이드’에 따르면 세계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1위인 동시에 전자기기의 주요 부품 공급사 역할을 하는 삼성전자의 경우 재생가능에너지 사용량(182GWh)이 전체 전력 소비량의 1%를 차지하는데 그쳤다. 온실가스 배출량도 지난해를 기준으로 2년 전에 비해 24%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LG전자는 재생가능에너지 사용량이 전체 전력 소비량의 0.5%에 불과했다.

두 기업은 재생가능에너지 사용량을 공개하지 않고 있고 재생가능에너지 전환에 관한 목표도 밝히지 않고 있다. 재생에너지 사용을 지지하는 정책도 보이지 않았다. 전력 사용량 전체도 영업비밀이라며 공개하지 않았다.

애플이 투자한 일본의 태양광 발전소의 모습. 애플은 2018년 말까지 자사 전력 사용량의 100%를 재생가능에너지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출처:애플 환경책임보고서 2017년

삼성전자는 현대제철에 이어 국내 전력 다소비 기업 중에서 2위다. 이어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 등 반도체·전자기기 업체 5곳이 10위권에 포함되어 있다. 이인성 그린피스 서울사무소 IT 캠페이너는 “IT기업들은 금속이나 석유화학 다음으로 산업용 전기를 많이 사용한다”며 “한국의 에너지 전환이나 재생가능 에너지를 확대하는데 이런 기업들이 리더십을 발휘하는 게 필수적이다”라고 말했다.

2015년 기준 산업용 전력사용량 상위 10대 기업 현황. 자료:한국전력, 그린피스

재생에너지 사용에서 큰 의지를 보이지 않는 국내 업체와 달리 애플과 HP는 높은 평가를 받았다. 애플은 2012년 자사의 전력 사용을 100% 재생가능에너지로 충당하겠다고 발표했다. 이후 재생가능에너지 투자를 강화했고 현재 자사의 데이터센터를 비롯해 전 사업장에서 재생가능에너지 사용률을 96%까지 끌어올렸다. 애플은 지난해 협력사의 경우도 100% 재생가능에너지를 사용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목표 이행을 위해 전 세계 협력사 14곳이 재생가능에너지 100% 사용을 약속했다.

HP는 지난해 자사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였을 뿐 아니라 협력업체까지 21% 감축했다는 점에서 애플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B’ 평가를 받았다. HP는 현재 자사 에너지 사용량의 14%를 재생가능에너지로 충당하고 있다. 협력사의 47%도 재생가능에너지를 사용하고 있다. 다만 애플과 달리 협력사의 재생에너지 사용량을 100%로 전환하는 시점을 약속하지 않았다. 애플과 HP가 미국의 파리기후변화협정 탈퇴를 선언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반대 서한을 보내는 등 재생에너지 지지활동을 적극적으로 편 것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

전 세계 IT 산업의 에너지 소비량은 2012년 기준 전세계 전력 소비량의 7% 이상을 차지한 것으로 추산된다. 올해는 12%를 초과할 것으로 보이며, 2030년까지 매년 최소 7%씩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 세계 전력 소비량 평균 증가율의 2배 수준이다. 전력 소비 증가는 온실가스 배출 및 기후변화 문제와 직결된다.

그린피스가 기업들이 공개한 정보와 매출 등을 비교 검토해 추정한 결과, 17개 업체가 자사와 협력업체를 통해 배출한 온실가스의 양은 2016년 기준 약 1억미터톤이다. 체코의 연간 탄소배출량과 맞먹는 수준이다. 전자기기 생산 과정에서 주로 화석연료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인성 IT 캠페이너는 “전자기기 생산에 있어 탄소 배출의 75% 이상, 많게는 80% 가까이가 완제품 조립 단계 이전 부품ㆍ소재 생산 과정에서 발생한다”며 “에너지 전환 시대를 맞은 우리나라에서 재생가능에너지를 확대하려면 무엇보다 IT 기업들의 역할이 중요하다”라고 밝혔다.

파리기후변화협정의 목표대로 기온 상승폭을 1.5℃ 이하로 낮추려면 에너지 소비를 줄이고 재생가능에너지 사용을 확대하려는 기업들의 역할이 필수적이다. 기후변화에 대응하려는 기업들의 인식과 실천도 개선되고 있다. 재생가능 에너지를 사용하겠다고 밝힌 기업들의 모임인 ‘RE100’의 가입 기업수가 111개로 증가했다.

그린피스는 국내 제조사들도 이런 세계적 추세에 동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인성 캠페이너는 “많은 IT기업들이 RE100에 동참하는 상황에서 국내 제조사들이 에너지 전환 목표나 재생가능에너지 사용, 탄소 감축에 대한 야심 찬 계획이 없다면 글로벌 경쟁력에도 엄청난 타격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린피스는 재생가능에너지 사용 외에도 자원 소비 절감, 독성 화학물질 사용 배제 등도 평가했다. 각 분야별로 정보공개의 투명성, 관련 목표 설정 및 이행 약속, 실제 사용 실태, 관련 정책을 어느 만큼 지지했는지를 평가했다. 자원 소비 절감 부문에서는 페어폰이 A-를, 애플이 C, LG가 C-, 삼성이 D를 받았다. 재생가능에너지 사용, 자원 소비 절감, 독성 화학물질 사용 배제 등 세 항목을 평가한 전체 성적에서는 페어폰이 B, 애플이 B-로 선두였고, 아마존과 오포, 샤오미 등이 F로 최하위를 기록했다.

<주영재 기자 j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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