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체포' 추명호, 이명박·박근혜 국정원 의혹 '키맨'
'최순실 몰랐다' 우병우에 민간인·공무원 사찰 보고
(서울=뉴스1) 최은지 기자 = 이명박정부 국가정보원의 불법 정치개입 의혹과 관련한 핵심인물 추명호 전 국정원 국장이 17일 오전 국가정보원법상 직권남용 및 정치관여 혐의로 긴급체포됐다.
추 전 국장은 이명박정부 시절 박원순 서울시장을 견제하기 위해 '좌파의 등록금 주장 허구성 전파로 파상공세 차단' 등 문건을 작성하고 문화·예술계의 블랙리스트 작성에 개입한 혐의를 받고 있다.
여기에 전날(16일) 국정원 개혁발전위원회의 조사 결과로 추 전 국장이 박근혜정부 시절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과 안봉근 전 청와대 국정홍보비서관과 접촉했던 정황이 구체적으로 드러나면서 세 사람의 관계가 주목받고 있다.
국정원 개혁위에 따르면 추 전 국장은 박근혜정부 시절 최순실씨 관련 첩보를 2014년부터 파악했고 민간인과 공무원 등을 사찰해 우 전 수석에게 보고한 것으로 드러났다. 추 전 국장은 당시 국정원 2차장 밑에서 국내정보수집을 담당하는 업무를 맡았는데 이 업무는 새 정부 들어 폐지된 것으로 알려졌다.
개혁위는 추 전 국장이 부임한 2014년 8월 이후 최순실씨와 미르재단 관련 첩보가 총 170건이 작성됐다고 밝혔다. 추 전 국장은 '최순실 전담팀'을 중심으로 최순실씨와 주변인물 조사도 계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도 개혁위가 밝혀낸 문건 중에는 Δ윤전추 행정관 임명의 배경 Δ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에 300억 출연 관련된 재계 반응 Δ우 전 수석의 최순실씨 및 김기춘 전 비서실장과의 관계에 대한 소문 Δ삼성전자의 코레스포츠 280만유로 송금 등의 내용이 포함돼 있다.
그러나 추 전 국장은 최순실 국정농단의 단초가 되는 첩보가 수집됐음에도 국정원 원장 등에 정식으로 보고하지 않고, 오히려 첩보를 수집한 직원들에게 인사상 불이익을 준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추 전 국장은 안봉근 전 청와대 국정홍보비서관의 경찰인사 관여 등 첩보를 보고한 직원을 '유언비어를 유포한다'며 질책하고 지부로 발령을 낸 것으로 밝혀졌다.
개혁위 발표로 우 전 수석, 안 전 비서관과 추 전 국장의 관계가 구체적으로 드러났다. 개혁위는 2016년 2월 우 전 수석이 추 전 국장을 2차장에 추천할 정도로 밀착 관계였다. 이병기 당시 청와대 비서실장의 반대로 승진은 무산됐지만 둘 사이의 관계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또 추 전 국장은 2015년 인권위 전 상임위원인 유영하 변호사(박근혜 전 대통령 전 변호인)와 함께 안봉근 전 비서관을 2회 이상 접촉했다.
다만 개혁위는 추 전 국장이 휴대폰 제출을 거부했고 직원의 PC를 포맷하게 지시하는 등 관련 자료를 확인하지 못해 추 전 국장이 우 전 수석과 안 전 비서관에 비선 보고했는지 여부는 확인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동안 최순실씨를 몰랐다고 일관되게 주장했던 우 전 수석, 박근혜 정부의 인사에 개입했다는 의혹에도 법망을 피해갔던 '문고리 3인방'의 한명인 안 전 비서관의 연결고리가 추 전 국장을 중심으로 드러날지 주목되고 있다.
개혁위에 따르면 2016년 7월말 우 전 수석의 '처가 부동산 넥슨 매각' 혐의가 언론에 보도되고 이 전 감찰관이 감찰에 착수하자, 추 전 국장은 7월말 동향수집을 지시했다.
수집된 동향은 우 전 수석에게 2차례 보고됐다. 특히 우 전 수석을 겨냥한 특별감찰에 대한 대응방안으로 Δ경찰청 등 자료 선별 지원해 '조사 비협조' 오해가 불거지지 않도록 유의 Δ필요시 특별감찰관 조사기간을 연장, 시간벌기로 야당의 공세타이밍 분산시키는 대응 검토를 제시하며 국정원 차원에서 특별감찰반의 감찰을 방해한 정황이 드러났다.
검찰이 이 전 감찰관에게 감찰을 중단하라고 위협한 혐의(특별감찰관법 위반)도 적용해 우 전 수석을 재판에 넘겼지만, 박근혜정부의 국정원이 특별감찰반의 감찰을 방해하려 한 구체적인 보고서가 이번 개혁위 조사로 드러나며 파장이 예상된다.
추 전 국장이 우 전 수석과 관련된 혐의는 문화체육관광부 간부에 대한 세평을 작성해 보고한 점에서도 드러났다.
개혁위에 따르면 추 전 국장은 2016년 3월4일 세종시에 근무하던 직원에게 문체부 간부 8명의 명단을 불러주며 세평을 작성해 보고할 것을 지시했다. 직원들은 이들에 대한 부정적인 평판을 위주로 한 세평을 작성했다.
추 전 국장이 세평작성을 지시한 8명 중 6명은 우 전 수석이 좌천성 인사조치를 지시한 인물과 동일하다. 우 전 수석은 문체부 감사담당관 및 국·과장 6명을 좌천성 인사조치하게 한 혐의(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밖에 추 전 국장은 2016년 6월말쯤 우리은행장의 비리 첩보를 수집하도록 지시해 우 전 수석에게 보고했고 김진선 당시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에 대한 동향 보고서 작성을 지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정원 개혁위가 추 전 국장에 대해 수사의뢰를 권고하면서 이번 수사의뢰로 우 전 수석과 국정원의 관계, 최순실씨 국정농단에 대한 우 전 수석의 책임 여부가 드러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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