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비정규직 노동자들 이야기..'얼굴들'

신효령 2017. 10. 17.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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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가 이상엽과 활동가 변정윤, 기록노동자 이혜정·희정이 '얼굴들'을 냈다.

한국비정규노동센터가 기획해 2014년부터 2016년까지 3년에 걸쳐 만난 전국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사진과 구술을 엮은 책이다.

책장을 넘기다 보면, 저마다의 얼굴과 이름 옆에 '콜센터 노동자'에서 '아파트 경비 노동자'까지 30종에 이르는 다종다양한 '일'들이 꼬리표처럼 붙어 있다.

1부 '우리가 아는 얼굴들'에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초상 사진을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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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신효령 기자 = "휴게실도 사용 못 해요. 정규직은 서클룸이라고 해서 거기서 쉬고 우리는 외곽 휴게실에서 쉬어요."(전홍주, 35쪽)

"비정규직이라고 차별 두지 말고 누가 아프면 어디 아프냐 하고 챙겨 주는 것, 같은 라인에서 웃고 인사하고 술 한 잔하고 말 그대로 살맛 나는 현장이었으면 좋겠어요."(박두원, 43쪽)

사진가 이상엽과 활동가 변정윤, 기록노동자 이혜정·희정이 '얼굴들'을 냈다. 한국비정규노동센터가 기획해 2014년부터 2016년까지 3년에 걸쳐 만난 전국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사진과 구술을 엮은 책이다.

20대부터 7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남녀 노동자 59명의 얼굴과 목소리를 한 권의 책에 담았다. 책장을 넘기다 보면, 저마다의 얼굴과 이름 옆에 '콜센터 노동자'에서 '아파트 경비 노동자'까지 30종에 이르는 다종다양한 '일'들이 꼬리표처럼 붙어 있다.

"나는 최고운이며, '9-4'이며, 이제 막 인천공항에 도착한 이주 노동자이다."

에필로그(‘하늘에서 온 편지’)에서 송경동 시인은 생활고와 병을 견디다 죽은 시나리오작가 최고운의 목소리를 빌어 지상에 편지를 보낸다.

"그동안 너무 도움 많이 주셔서 감사합니다. 창피하지만 며칠째 아무것도 못 먹어서, 남은 밥이랑 김치가 있으면 저희 집 문 좀 두드려 주세요."

주인집 문틈에 끼워 넣은 비참한 쪽지가 유서가 되고 만 작가 최고운은 자기와 비슷한 이유로 하늘나라에 오게 된 이들의 안부를 전한다.

그들은 삼성서비스 최종범 씨, 구의역 안전문 수리 도중 사망한 '9-4', 세월호 기간제 교사 김초원·이지혜 선생, 기아차 비정규직 해고자 윤주형 씨, 송파 석촌동의 세 모녀다.

지하철 경정비 노동자 서재현·이대희 씨는 2014년 인터뷰 당시, 풍문으로만 들리던 서울시의 직접 고용을 간절히 바랐다. 2016년 12월, 같은 일을 하는 두 사람은 그해 5월에 일어난 구의역 '9-4' 승강장 사고를 계기로 서울메트로에 안전 업무직으로 직접 고용됐다(147·151쪽).

"나의 절실함이 다른 누군가의 절실함과 부딪힐 때마다, 한 번쯤 돌아볼 수 있길 바란다. 나조차 미처 오르지 못한 채 걷어차야 하는 사다리는 누가 거기에 놓았을까. '하늘에서 온 편지'는 이렇게 끝을 맺는다. '언제든 우리의 안부나 의견이 궁금하면 물어봐 주길 바란다. 우리는 '인간의 역사' 속에 살아 숨 쉬며 끝없이 당신에게 말 걸 것이고, 어떤 사회적 존재의 잊히지 않는 이름으로, 모른 척 지나칠 수 없는 얼굴로, 언제나 당신 곁에 머무를 것이다. 나는 최고운이며, '9-4'이며, 최종범이며, 이제 막 인천공항에 도착한 네팔에서 온 이주 노동자이다."(189쪽)

책은 2부로 구성됐다. 1부 '우리가 아는 얼굴들'에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초상 사진을 실었다.

촬영은 노동자들의 생활공간에서 밤낮을 가리지 않고 진행됐다. 스트로보(플래시)를 활용해 배경을 죽이고 '얼굴'을 훤히 드러내는 원칙을 유지함으로써 시공의 일관성을 확보했다.

2부 '나와 당신의 이야기'에는 비정규직 노동의 현주소를 밝히는 이남신 소장의 글과 함께, 노동자의 삶과 싸움, 죽음의 현장을 화보로 구성했다.

'아카이브'에는 인터뷰에 참여한 노동자들의 전체 구술을 담았다. 채록 일자를 표기했고, 이후 다시 만났거나 소식을 접한 이들의 후일담은 아래에 따로 추가했다. 192쪽, 후마니타스, 2만원.

snow@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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