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쿠르드 딜레마..쿠르드 포기시 숙적 이란 영향력 확대

입력 2017. 10. 17. 10:44 수정 2017. 10. 17. 15:39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라크군 키르쿠크 공격, 미의 이란 핵 합의 불인증 시기와 겹쳐

(서울=연합뉴스) 유영준 기자 = 트럼프 행정부는 이라크의 쿠르드를 포기할 것인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이라크 정부와 분리독립을 추진 중인 쿠르드 자치정부 간의 분쟁에서 중립을 표방한 가운데 과연 쿠르드 자치정부가 이라크 정부에 의해 굴복하도록 미국이 허용해야 하는지에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이란의 지원을 받는 시아파 민병대가 합세한 이라크군이 쿠르드 자치정부 군사조직 페슈메르가가 장악하고 있던 북부 석유 주산지 키르쿠크 지역을 무력으로 탈취함으로써 미국 내에 쿠르드 동정론이 급격히 확산하고 있다.

키르쿠크는 이슬람국가(IS)의 공격으로 이라크군이 패주하면서 IS의 수중에 들어갔으나 쿠르드의 페슈메르가가 탈환해 그동안 장악해 온 곳이다. IS와의 전투 초기 페슈메르가의 투쟁으로 와해상태에 빠진 이라크군은 재건의 시간을 벌었다.

(키르쿠크<이라크> AFP=연합뉴스) 이라크 정부군이 16일(현지시각) 쿠르드계가 장악하고 있는 북동부 도시 키르쿠크를 향해 진격 중인 가운데 유전지대를 통과하고 있다. 이라크 정부군은 최근 독립 투표를 시행한 이라크 북부 쿠르드자치정부(KRG)와 갈등을 빚는 와중에 쿠르드계가 관리해 오던 키르쿠크의 주요 군사기지와 석유회사를 이날 전격적인 작전으로 장악했다. lkm@yna.co.kr

그러나 미군이 철수한 이라크의 공백을 시아파 세력이 채우면서 이란의 영향력 아래에 들어갔다. 그리고 이란은 끊임없이 이라크 정부에 시아파 공동전선에 합류할 것을 압박해오고 있다.

사실상 쿠르드가 이라크를 구원한 셈이나 IS를 거의 소탕한 지금의 상황에서 이라크 정부는 쿠르드를 다시금 키르쿠크에서 북부 그들의 자치구역으로 축출하려 하고 있다.

미국의 고민은 이라크군과 쿠르드 모두 그동안 IS와의 투쟁에서 미국에 협력해온 점이다. 시아파가 다수인 이라크 정부군이 사실상 이란의 영향력 아래에 있음에도 IS 소탕이 급선무였던 만큼 이라크 시아파 세력의 정권 장악을 용인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IS가 붕괴하면서 이라크-쿠르드 공동전선에 균열이 발생한 만큼 미국으로서도 새로운 딜레마와 함께 또 다른 선택을 해야 할 시기를 맞고 있다.

마치 2차대전 종전이 다가오면서 동맹이었던 소련을 견제하기 위한 대응책 마련에 부심했던 것처럼 중동 분쟁을 계기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는 이란을 견제하기 위한 필요성에 직면하고 있는 것이다.

공교롭게도 시아파 민병대가 가세한 이라크 정부군의 키르쿠크 공격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을 중동의 불안요소로 지목하면서 이란과의 핵 합의를 '불인증'하고 나선 지 수일 만에 이뤄졌다. 마치 트럼프 대통령이 지목한 '불안요소'를 입증하기라도 하듯.

따라서 비록 중립을 표방하기는 했으나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발언 내용을 실증하기 위해서도 뭔가 조처를 해야 할 상황을 맞고 있는 셈이다.

미국 내 여론도 쿠르드 동정론으로 흐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6일 자 사설을 통해 쿠르드 페슈메르가가 미국의 이라크 개입 이래 미국의 가장 신뢰할만안 우군이었다면서 만약 미국이 쿠르드를 포기하거나 이라크 정부군에 의한 장악을 허용할 경우 미국의 신뢰성은 물론 지역의 다른 동맹들도 트럼프 행정부와의 관계를 재고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WSJ은 특히 이라크군의 키르쿠크 공격에는 다른 전략적 의미가 내포돼 있다면서 키르쿠크로부터 쿠르드의 축출은 이라크는 물론 지역 전반에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이란의 의도가 담겨있다고 경고했다.

이라크군의 키르쿠크 공격은 사실상 이란의 사주를 받은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리고 쿠르드의 축출을 방관할 경우 전후 이라크가 사실상 이란의 영향력에 들어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포린폴리시(FP)도 전문가 기고를 통해 동일한 시각을 나타냈다. 그리고 트럼프가 중동의 불안요소인 이란을 견제하려면 그 출발점이 키르쿠크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그동안 불가피하게 이란 세력의 발호를 묵인해왔던 요인인 IS도 거의 소탕된 만큼 이제는 이라크 내에서 독주하고 있는 이란 세력을 견제해야 할 시기라고 촉구했다.

이라크 내 시아파 경쟁세력인 아랍계 수니파와 이란의 영향력을 거부하는 온건 시아파, 성직자 등을 지원할 것을 촉구했다.

FP는 키르쿠크를 공격한 이라크군이 사실상 이란 혁명수비대의 영향력 아래에 있는 바드르 여단에 의해 통제되고 있다면서 이들의 득세를 허용할 경우 전후 재편되는 중동질서에서 이란이 독주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FP는 따라서 이라크 내에 시아파 민병대 등 이란 영향력 하 세력들이 마음대로 넘지 못하도록 금지선(레드라인)을 설정할 필요가 있다면서, 필요한 경우 페슈메르가에 대한 무기 공급 등으로 이라크 정부를 압박할 필요도 있다고 지적했다.

일단 중립을 표방하기는 했으나 그동안 극도의 적대감을 표출해온 이란이 다시금 등장하고 있는 쿠르드 문제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태도를 취할지 주목된다.

yj3789@yna.co.kr

☞ '호랑이 선생님' 황치훈, 11년 뇌출혈 투병 끝 별세
☞ '땅 많이 팔면 승진?'…공무원 인사고과 가점제 갑론을박
☞ 눈싸움하다 눈 맞았나…노르웨이 여자 복서의 키스
☞ "내가 네 부하야?"…30년지기 조폭 선·후배 취중 혈투
☞ 에어아시아 6㎞ 추락하듯 급강하…승무원이 공포 키워

▶연합뉴스 앱 지금 바로 다운받기~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Copyright © 연합뉴스. 무단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