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그만두고 '레고 아티스트' 된 남자, 이 사람입니다

김진선 입력 2017. 10. 17.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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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장난감을 예술로 승화하다, 네이선 사와야의 특별한 세계

[오마이뉴스 글:김진선, 편집:김준수]

▲ [디 아트 오브 더 브릭]  네이선 사와야_옐로우맨
ⓒ (주)GKMS
어렸을 적 누구나, 네모난 투박한 모형을 쌓아, 상상 속 세계를 구현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투박해 보이는 알록달록 네모난 모형은 무엇이든 만들어 낼 듯했고, 설계도만 따라서 차곡차곡 쌓다 보면 원하는 모습이 눈앞에 펼쳐졌다. 세월이 지날수록 다양한 디자인과 색깔, 모형들이 더해지면서, 표현할 수 있는 세상의 폭도 커져, 그 묘미를 더했다. 이렇듯 레고는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하는 아이템이다. 

레고는 흔한 장난감에 지나지 않았다. 설계도만 따라서, 쌓다 완성된 그 자체로 희열을 느꼈을 뿐. 이, 레고를 예술로 승화시킨 사람이 있다. 5살에 부모님께 레고를 선물 받고, 10살에 부모님께서 강아지를 키우지 못하게 하자, 레고를 부수어 강아지를 만들어 자신의 세계를 만들기 시작한, 네이선 사와야(Nathan Sawaya)가 그 주인공이다.

네이선 사와야는 세계 최고로 레고 브릭만을 사용해 작품을 만들었다. 2D 평면에서 입체적인 3D로 입체적인 감각을 더했다. 흔히 볼 수 있는 생활소품에서 인물 초상화, 구스타프 클림트의 '연인', 에드바르트 뭉크의 '절규' 등 예술작품을 레고로 표현해 작품에 또 다른 관점을 제시한다. 또 자신의 세계를 구현해 보는 이들에게 감정의 여백을 남기게 한다.

보는 이들마다 작품에 대한 자유로운 상상을 펼칠 수 있고, 창의력이 솟아날 수도 있다. 아니면 자신을 투영해 외로움이나, 쓸쓸함, 또는 마음의 정화를 할 수 있을 수도. 아래는 네이선 사와야와의 일문일답을 정리한 내용이다.

"레고는 누구나 작품 만들 수 있는, '예술의 민주화'라고 할 수 있다"

▲ 공룡 [디 아트 오브 더 브릭] 공룡
ⓒ (주)GKMS
- '레고=아이들 장난감'이라는 인식에서 벗어나, 예술의 한 범주가 된 듯하다.
"레고를 현대미술의 장르로, 예술로 봐주길 바랐다. 레고는 접근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보는 이들에게 다가가기 쉽고, 친근감이 든다. 개개인의 경험이 많기 때문인 것 같은데, 예를 들어 대리석으로 만든 작품을 보고 뭔가를 깎아서 만들어봐야겠다는 생각은 쉽지 않다. 하지만 레고는 그렇지 않지 않나. 사람들이 전시회를 보고 창의성을 높일 수 있다고 판단했다. '예술의 민주화'라고 할까. 맥이 닿았다고 생각한다.

가끔 여러 가족에게 메일을 받는데 '아이들이 너무 좋아하고 전시회를 보고 나서 창고에서 꺼낸 레고로 무언가를 만든다. 애들이 몰두하느라 3일 동안 얘기를 못 한다'는 등의 내용이다. 이런 얘기 들을 때 일을 잘 하고 있다고 생각이 든다."

- 레고는 기존 설계도를 통해서만 만드는데, 직접 디자인을 통해 작품을 완성하지 않나. 쉽지 않은 과정이다.
"나 역시 어렸을 때는 부모님이 레고를 사주시면 설계도와 똑같이 만들었다. 성이나 트럭 등. 10살 때 부모님이 강아지를 안 사주셔서 레고로 만들었는데, 그때가 깨달음의 순간이었던 것 같다. '레고는 장난감 이상이구나', '내 마음대로 만들 수 있구나'라는. 음악가가 되고 싶으면 기타를 만들고, 토끼와 놀고 싶으면 토끼를 만들었다. 내게 레고는 장난감 이상의 의미였다.

아이들이 레고를 받았을 때 설계도만이 아닌, 다른 것을 생각할 수 있게, 유도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아이들이 영감을 받는다면 모나리자 등 내가 해석한 무언가를 만들 수 있는 창조의 시간이 될 수 있을 것이다."

▲ 네이선 사와야_DIVISION  [디 아트 오브 더 브릭] 네이선 사와야_DIVISION
ⓒ (주)GKMS
- 레고의 색이나 모형이 예술 세계를 표현하는 데 한계가 있진 않나. 손으로 모양을 만들어내는 것도 아니고, 색깔을 섞을 수도 없으니.
"맞다. 최근에 레고 모형이나 색이 예전보다 다양해졌는데, 난 내가 기억한 레고를 주로 쓴다. 네모난 모형을 어떻게 활용할까 궁리할 수 있기 때문인데, 그런 제한이 문제를 푸는 핵심이 되기도 한다. 색 역시 흥미로운 포인트다. 다양해졌지만, 섞을 수 없지 않나. 어려운 점이다. 명화 같은 것을 모사하거나 만들 때 채도나 색감 등 표현이 쉽지 않은 어려움이 있다. 제 작품을 보고 영감을 받는다면 분명 시중에 판매하는 레고로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 휴먼, 인간을 표현할 때 상징적인 것이 있다면.
"제 개인적인 큰 변화, 변호사에서 아티스트가 된 감정을 많이 담았다. 당시 부정적인 주변의 시각 등을 형상화한 것이다. 작품은, 인간의 모습에 감정을 투영한 것인데, 조각품으로 만들어 낼 때 도구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 초현실적이고 추상적이기도 한데, 우리가 어차피 다 사람이기 때문에 교집합이 분명 있을 것이다. 때문에 이해하기 쉬울 것이고."

- 마술사가 마술이 자신의 언어가 된다면 레고가 언어가 된 것 같다.
"창작, 영감을 주는 것은 예술가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난 창의성에 집중한 것 같은데, 삶에 좀 더 많은 미술, 예술이 가까이에 하는 바람이다. '허그맨'이 대표적인데, 예상치 못한 곳에서 예술을 만나면 놀라는 동시에 영감을 받지 않나."

"변호사 그만두고 레고아티스트 될 때, 반대하는 사람도 많았지만..."

▲ 허그맨  [디 아트 오브 더 브릭] 허그맨(Hugman)
ⓒ (주)GKMS
- 만들고 싶은데 만드는 과정에서 실패한 것도 있나.
"작업을 할 때 접착제로 레고를 고정하는데, 생각한 것이 나오지 않으면 끌로 쳐서 없애는 과정을 거친다. 몇 주 동안 작업한 것을 없앨 때는 마음이 아프기도 하다. 시작을 했다가 그만둔 경우는 없다. 시작했다가 변화, 조정을 한 적은 있다." 

- 한국에 왔는데 영감을 받았나. 만들고 싶은 작품이 있나.
"희망컨대 더 많이 (한국을) 보고 싶다. 직업상 여행을 많이 하는 편인데, 당장 받지 못하다가도 갑자기 생각이 나더라. 당장 떠오르지 않더라도, 다른 장소에서도 영감을 받을 수도 있지 않을까."

- 다른 예술가들이 레고를 소재로 작품을 한다면 어떨 것 같은가.
"좋다고 생각하고 장려한다. 그리고 이미 많아지고 있는 것 같다. 미술 사조를 만드는 게 아닌가 싶다. 다른 분야와 콜라보레이션 작품도 하고 있는데 현대미술의 지평을 높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 CNN이 선정한 '꼭 봐야 할 10대 전시'로 소개되기도. 그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너무 좋고 영광이다. 좋은 전시도 많은데 감사한 마음이다. 초현실적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레고를 통해 현대미술을 이끌어냈다고 했는데 동의한다. 작품을 잘 봐주고 인정해 줘서 감사할 뿐이다." 

- 레고를 녹인다든지 구멍을 뚫는다든지, 변형을 시켜 작업할 의사도 있는가.
"예전에는 그렇게 하기도 했는데 물리적인 위험이 따라서. 굳이 해야 할까. 모르겠다(웃음)!"

- 작업을 하다가 환기시킬 때 하는 또 다른 활동이 있는가. 
"요리. 스트레스 쌓이면 요리를 하는데 감정이 해소되고 편안해진다. 아마 레고아티스트가 안됐다면 요리사가 됐을 듯하다."

- 많은 소재 중 왜 하필 레고인가?
"재밌어서, 누구도 하지 않아서. 그리고 딱 떨어지는 90도 각, 직선이 너무 좋다(웃음). 가까이서 보면 뾰족한 직각이지만, 멀리서 보면 원근감 때문에 유려한 곡선이 되기도 한다. 변화하는, 착시효과가 좋다."

- 꿈만 가지고 감히 무언가를 시작하지 못하는 이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한다면?
"희망의 메시지, 곧 전시회의 주제가 아닌가, 싶다. 변화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곧 가능성에 대한 얘기 같다. 꿈을 향해 가는 사람을 붙잡고 있는 모습을 형상화한 '구속'(Grasp)이라는 작품은 내 모습이기도 하다(변호사를 그만두고 레고아티스트가 될 때 이를 지지하는 분들도 있었지만, 반대하는 이들도 많았다)."

▲ 네이선 사와야_앉아있는 파란 사람 [디 아트 오브 더 브릭] 네이선 사와야_앉아있는 파란 사람(Blue Guy Sitting)
ⓒ (주)GKMS
- 작품을 보고 관람객들이 놓치지 않았으면 하는 것이 있다면 어떤 점일까.
"마음을 열고 오픈마인드로 느꼈으면 좋겠다는 것. 작품을 볼 때마다 보는 이들마다 느끼는 바가 다를 텐데, 정답은 없는 것 같다. '휴먼 컨디션' 섹션에 담긴 사람들의 모습은 누구를 지칭한 게 아니다. 빨강, 파랑, 노랑 등 단색으로 표현해 자신을 투영해서 해석할 수 있게 만들었다."

네이선 사와야의 <디 아트 오브 더 브릭>은 그의 작업실을 보여주는 듯한 'ARTIST STUDIO'를 시작으로 자신이 경험하고 느낀 감정을 투영한 'HUMAN CONDITION'. 비너스, 다비드상 등 유명한 조각품을 창조한 'PAST MASTERS' 등 다양한 주제로 섹션이 나눠져 있다. 내년 2월 4일까지 아라아트센터에서 만나 볼 수 있다.

▲ 네이선 사와야 [디 아트 오브 더 브릭] 네이선 사와야
ⓒ (주)GK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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