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석유전쟁]①키르쿠크 석유 앞에 '토사구팽' 당한 쿠르드족

이현우 입력 2017. 10. 17. 10:34 수정 2017. 10. 17.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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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년간 'IS'라는 공공의 적과 맞서 싸우던 이라크와 쿠르드자치정부(KRG)가 IS가 괴멸직전 상태에 놓이자마자 전쟁에 돌입했다.

주요 석유시설을 장악하고 있는 쿠르드의 독립을 좌시할경우, 막대한 전후복구 비용이 필요한 이라크 정부 입장에서는 엄청난 경제적 타격으로 연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라크 재건 사업과 함께 지난 2003년 이라크전쟁 이후 파괴된 이라크 남부 지역의 막대한 원전지역 개발을 목표로 하는 미국 입장에서 쿠르드족 편을 들기는 힘들 것이란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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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르쿠크로 진격 중인 이라크군 모습(사진=KBS 뉴스광장 장면 캡쳐)


[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지난 3년간 'IS'라는 공공의 적과 맞서 싸우던 이라크와 쿠르드자치정부(KRG)가 IS가 괴멸직전 상태에 놓이자마자 전쟁에 돌입했다. KRG가 주민투표를 실시해 독립을 선언할 때부터 우려하던 무력충돌 사태가 드디어 시작된 것. IS와의 전쟁을 통해 이라크 주요 유전지대를 점령한 쿠르드족과 이라크 정부 간의 '석유전쟁'이 본격화되면서 이라크 내전은 본격적인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16일(현지시간) 알자지라 방송 등 현지 언론들의 보도에 따르면, 이라크 정부군과 친이란 시아파 민병대는 KRG의 군 조직인 페슈메르가가 점령 중인 키르쿠크 시내로 진격했다. 이라크군은 15일 밤부터 16일 새벽까지 군사 작전을 벌여 쿠르드계가 관리해 오던 키르쿠크시의 주요 군사기지와 석유회사를 장악했으며 이 과정에서 양자간 교전이 있었으나 구체적인 인명피해는 확인되지 않았다. 페슈메르가 군은 전열을 재정비 중이며 이라크군에 대한 반격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 양자간 충돌은 KRG가 지난달 25일, 이라크 중앙정부와 국제사회의 반대를 무릅쓰고 분리·독립 투표를 시행하면서부터 예상됐던 것이었다. KRG는 이라크 북부의 쿠르드 자치지역 3개주와 키르쿠크, 디얄라주 등 쿠르드계가 많은 일부 지역에서 독립투표를 강행했으며, 유권자의 93%가 분리·독립에 찬성했다고 발표했다.

이에 이라크 중앙정부는 당장 들고 일어났다. 주요 석유시설을 장악하고 있는 쿠르드의 독립을 좌시할경우, 막대한 전후복구 비용이 필요한 이라크 정부 입장에서는 엄청난 경제적 타격으로 연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이데르 알아바디 이라크 총리는 "전체 국민에 봉사하고 통합을 보전하라는 헌법상 임무를 완수하고 있다"며 "IS의 위협이 여전한데도 일방적 분리·독립투표로 이라크가 분열되도록 했다"고 KRG를 비난했다.

이라크의 유전지대는 크게 남동부의 바스라 유전지대와 쿠르드족이 점령한 북동부 유전지대로 나뉜다. 쿠르드 자치정부(KRG)가 독립을 선언한 쿠르디스탄 지대는 송유관이 지나가는 요충지이기도 하다.(사진=아시아경제DB)


한편 양군에 무기를 제공해 함께 동맹군으로 IS 토벌에 나섰던 미국은 곤란한 입장에 처했지만, 곧바로 이라크 정부의 손을 들어줬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6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우리는 어느 편도 들지 않고 있지만, 그들이 충돌하고 있다는 사실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라크군의 키르쿠크 공격에 대해 묵인하겠다는 발언이었다. 앞서 미국 국무부는 지난달 29일 KRG의 분리독립 찬반투표 강항에 대해 반대했으며 단합된 이라크를 지지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라크 재건 사업과 함께 지난 2003년 이라크전쟁 이후 파괴된 이라크 남부 지역의 막대한 원전지역 개발을 목표로 하는 미국 입장에서 쿠르드족 편을 들기는 힘들 것이란 분석이다. 후세인 정권 타도와 IS 토벌에서 선봉으로 쓰였던 쿠르드족은 강대국의 이익 앞에 '토사구팽(兎死狗烹)' 당한 셈이다. 역시 자국 내 쿠르드족의 분리 독립을 바라지 않는 터키와 이란 등 주변 강대국들도 이라크 정부를 지지하고 있어 쿠르드족은 사면초가 상황에 빠질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이라크군과 함께 미군의 무기지원을 받으며 IS와의 실전 경험도 풍부한 페슈메르가의 군사력이 강한만큼, 이라크와 KRG와의 전쟁이 언제 마무리될 지는 미지수다. 전력으로만 보면 현재 미국과 각국의 군사원조를 통해 재건된 이라크군의 규모가 훨씬 크지만, 2014년 IS 토벌 초기 이후 병사 중 3분의 1 정도가 여전히 장부상으로만 존재하고 중앙 정파들간의 정쟁에 따라 수시로 전선을 이탈하는 이라크군의 상황을 고려하면 쿠르드족과의 전쟁은 IS와의 전쟁보다 훨씬 힘들고 길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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