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경미한 하자도 보수해야" 大法 판결 3년간 무시한 HUG

고성민 기자 2017. 10. 17. 0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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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보증을 담당하는 공기업인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아파트 입주민들이 제기한 하자보수보증 관련 소송에서 “하자보수 책임을 이행하라”는 대법원 판결이 났는데도, 꼼수를 부리며 3년 동안이나 무시했다가 국토교통부 감사에 적발됐다.

대법원 판결 결과를 알고 하자보수를 다시 요청한 입주자들에게는 보수를 해준 반면, 판결 내용을 알지 못한 단지에는 아무런 안내를 하지 않고 모른척했던 것. 이로 인해 전국 37개 단지, 1만여가구가 아직까지 하자보수를 받지 못하고 있다. 이 가운데 하자보증 소멸시효 5년이 지난 입주자들은 이제 와서 하자보수를 신청할 수도 없는 처지에 놓였다.

조선일보 땅집고가 17일 입수한 ‘주택도시보증공사 종합감사’ 보고서에서 국토교통부는 이같은 문제점을 지적하고 “대법원 판결과 다르게 보증이행을 거절한 보증사고에 대해 신속하게 이행 방안을 마련하라”고 통보했다.

옛 주택법에 따르면 내력 구조부에 발생한 결함으로 아파트가 무너진 경우 또는 안전진단 실시결과 무너질 우려가 있는 경우를 중대한 하자로 규정하고 ▲기둥·내력벽 10년 ▲보·바닥·지붕 5년의 보수 기간을 각각 정했다.

HUG측은 이에 근거해 2005년 이후 하자보수를 신청했던 아파트 중 ‘경미한 하자’라고 판단한 121개 단지, 4만가구에 대해 보증이행을 거절했다. 그러자, 일부 아파트 입주민들이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이후 대법원은 2014년 10월 “국민의 주거 안정과 주거 수준 향상을 목적으로 하는 주택법의 입법 취지 등을 종합하면 중대한 하자에 대해서만 보증책임을 부담하는 것으로 제한하려는 취지는 아니다”라며 “경미한 하자 역시 기둥·내력벽은 10년, 보·바닥·지붕은 5년의 하자보수 기간을 두어야 한다”며 입주민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HUG측은 대법원 판결에도 불구하고 보증이행을 요청한 입주자들에게 적극적인 안내와 구제 조치를 취하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국토부 감사결과에 따르면 HUG측은 같은 해 11월 13일 각 지부(센터)에 대법원 판례에 따라 업무를 처리하도록 지시하면서도 그동안 하자보수 보증이행을 거절했던 현장에 대해서는 보증채권자(입주자대표회의)가 다시 보증이행청구를 할 경우에만 보증책임을 이행하도록 조치했다.

HUG측은 보증이행 약속 안내문조차 제대로 게시하지 않았다. HUG 홈페이지 ‘고객지원센터’ 메뉴 중 ‘약관/서식/자료실’란에 “회사는 대법원 판결을 참고하여 하자보수보증약관에 따라 하자보수를 이행할 계획임”이라는 내용을 잘 보이지도 않게 슬쩍 게재한 것이다.

HUG가 대법원 판결 전 하자보수 보증청구를 거절한 121개 단지 중 판결 이후 재청구를 하지 않아 하자보수를 아직 받지 못한 37개 단지 현황. /자료=국토교통부

HUG의 이 같은 고의적 책임 회피로 인해 보증거절을 당했던 전국 121개 아파트, 4만3273가구 중 다시 하자보수를 요청한 84곳(69%)을 제외한 37곳(31%)은 재청구를 하지 않아 하자보수를 받지 못했다.

더구나 37곳 가운데 4곳은 소멸시호 5년마저 경과해 지금 이 사실을 알았더라도 하자보수를 청구할 수 없게 됐다.

HUG 관계자는 “이미 소멸시효가 지난 단지는 방법이 없다”면서 “감사 결과에 따라 이행청구를 거절했던 사업장에 대해서는 적절한 안내 조치를 시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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