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대지정' 무력화 시킨 시진핑, 차기 권력도 좌지우지

베이징=CBS노컷뉴스 김중호 특파원 2017. 10. 17. 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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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후계구도에 후춘화 VS 천민얼 구도 굳혀..최종 낙점, 시 주석 결정 따라 판가름 날 듯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사진=자료사진)
중국 공산당 19차 당대회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지만 시진핑(習近平) 국가 주석의 뒤를 이을 ‘포스트 시진핑’ 구도는 여전히 안갯 속에서 윤곽조차 드러내지 않고 있다.

10년 전인 2007년 17차 당대회를 통해 중앙위원에서 정치국 상무위원으로 두 단계 도약한 시 주석은 당 서열 6위로 당시 가장 강력한 경쟁자였던 리커창(李克强) 총리마저 제치며 5세대 지도자의 선두에 화려하게 등극했다.

시 주석의 전례대로라면 19차 당대회에서 시 주석의 후계구도가 정해져야만 했고 두 달 전까지도 후춘화(胡春華.54) 광둥(廣東)성 서기와 쑨정차이(孫政才.54) 전 충칭시 서기라는 젊고 능력있는 후계자들이 그 뒤를 잇는 것이 당연한 수순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시 주석의 권한이 강화되면서 ‘격대지정’(隔代指定.현 지도자가 한세대를 건너뛰어 그 다음 세대의 지도자를 지명하는 방식)이라는 중국 고유의 후계구도가 무너질 조짐을 보이고 후계자 그룹 중 한명이던 쑨 서기가 부패 혐의로 낙마하면서 한치 앞도 내다보기 힘든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 쑨정차이 대타 천민얼과 후춘화 치열한 후계다툼 불가피

일각에서는 낙마한 쑨 서기의 뒤를 이어 충칭(重慶)시 서기로 등극한 천민얼(陳敏爾.57) 전 구이저우(貴州)성 서기를 주목하고 있다.

천 서기는 시 주석이 저장성 당서기 시절 인연을 맺은 '즈장신쥔(之江新軍)'의 대표 인물로 시 주석의 수족 가운데 한 명이다.

시 주석이 저장성 당서기 겸 대리성장으로 부임할 당시인 2002년 10월 선전부장이었던 천 서기는 2003년 부터 시 주석의 이념을 담은 저장일보 칼럼 즈장신어(之江新語)' 232편 작성에 절대적인 공헌을 한 최측근이다.

18기 중앙위원에 불과한 천 서기가 중국 지도부 최고 반열인 정치국 상무위원에 올라서기 위해서는 정치국원을 넘어 2단계나 올라서야 하는 무리수를 둬야만 한다.

하지만 시 주석 자신 역시 중앙위원에서 정치국 상무위원으로 도약해 중국 최고 권력까지 차지했던 전력을 감안한다면 천 서기가 같은 방식으로 그 뒤를 이을 가능성이 오히려 크다고 볼 수 있다는 해석이 만만치 않다.

천 서기가 일거에 차기 중국 권력구도의 ‘다크호스’로 급부상하게 된 이유다.

천 서기가 차기 중국의 지도자로 선택된다면 이는 중국 특유의 격대지정 방식의 후계선정 구도가 무너진다는 의미이며 시 주석이 국가 주석직 퇴임 후에도 막강한 권력을 휘두르게 될 것이라는 점을 시사하는 것이다.

◇ 천민얼 후계구도에 부담 느낀 시진핑, 후춘화 카드로 빅딜 나설까?

하지만 또 다른 측에서는 시 주석이 격대지정에 의한 후계자 중 한명인 쑨정차이를 낙마 시킨 뒤 곧바로 자신의 수족인 천민얼을 차기 후계구도로 선정한다면 그에 대한 내부 반발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이런 이유 때문에 당대회가 다가올수록 한풀 꺾인 듯 했던 후춘화 카드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홍콩 빈과일보는 최근 시 주석이 부활되는 공산당 주석을 맡되 후춘화를 후계자로 낙점하는 형식의 '빅딜'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후 서기가 정치국 상무위원에 진출해 중앙서기처 제1서기 및 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을 맡게 될 것이라고 설명이다.

후진타오(胡錦濤) 전 주석의 권력기반인 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 출신의 후 서기는 '리틀 후진타오'라고 불릴 정도로 후 전 주석의 총애를 받았던 인재중 한명이다.

후베이(湖北)성 우펑(五峰)현의 농민 가정 출신으로 1983년 베이징대 중문과를 졸업한 뒤 시짱 근무를 자원해 시짱에서만 19년을 일하며 시짱자치구 부주석까지 오르는 등 동갑내기이자 경쟁자였던 쑨정차이 보다 다채로운 이력을 자랑한다.

시 주석이 지난 4월 광둥성에 대한 업무지시를 통해 "지난 5년간 광둥성 업무는 충분히 긍정적"이라며 후 서기에 대해 긍정적인 평을 내린 것도 긍정적이다.

후 서기는 이에 응답하듯 지난 8월말 인민일보에 시 주석에 대한 충성을 맹세하는 3천자의 기고문을 싣고 9월 광동성 내부회의에서 "시진핑의 치국이정(治國理政·국가통치) 신이념, 신사상, 신전략을 관철해야 한다"며 시 주석에 대한 철저한 충성을 과시하기도 했다.

◇ 쑨정차이 대타 천민얼과 후춘화 치열한 후계다툼 변수는 시진핑

하지만 후춘화와 천민얼 사이의 치열한 후계구도의 가장 큰 변수는 역설적이게도 시진핑 국가주석이 될 가능성이 크다.

19차 당대회를 통해서 시 주석의 권한이 크게 강화되면서 시 주석이 10년을 넘어 15년 이상의 장기집권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은 아직도 유효하다.

지난 17차 당대회 때 시 주석과 리커창 총리 같이 후춘화와 천민얼이 이번 19차 당대회에서 모두 정치국 상무위원 자리에 오른다 해도 이것이 차기 권력을 보장해주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 정치에 정통한 베이징의 한 소식통은 “시 주석이 기존 중국 정치권의 전통과 관행을 모두 해체하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의 차세대 지도자가 누가 될지는 사실상 5년 뒤인 20차 당대회에 가서야 결정된다고 보는 것이 정확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베이징=CBS노컷뉴스 김중호 특파원] gabobo@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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