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력파·전자기파가 밝혀낸 중성자별 충돌

남도영 2017. 10. 17.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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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문연·서울대 등 45개국 연구진
여러 연구기법 동시 사용해 관측
다중신호 천문학 시대 막 올라
KMTNet 남아프리카 관측소가 포착한 GW170817의 모습 천문연 제공

아인슈타인이 예측한 지 1세기 만에 '중력파'와 빛, 입자 등 천체 활동에서 나오는 다양한 신호를 동시에 관측해 우주의 비밀을 밝히는 '다중신호 천문학' 시대를 여는 막이 올랐다.

한국천문연구원·서울대학교 초기우주천체연구단·한국중력파연구협력단은 국내 연구진 38명을 포함한 국제공동연구팀이 중력파와 전자기파를 동시에 관측해 중성자별의 충돌로부터 일어나는 일련의 물리적 과정을 규명하는데 최초로 성공했다고 16일 밝혔다.

이번 관측은 올해 중력파 관측 연구로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한 '라이고-비르고(LIGO-Virgo) 국제협력단'을 비롯해 우주를 연구하는 세계 45개국 900여 기관 소속 총 3500여 명의 과학자들의 협동 연구로 이뤄졌다. 미국과 유럽의 중력파 관측시설 3곳을 비롯해 감마선, 엑스선, 가시광선 등을 관측하는 각종 천체관측 설비가 총동원됐다.

중성자별은 별이 초신성 폭발 후 남긴 고밀도 천체로, 크기는 지금 20㎞ 정도에 불과하지만 질량은 태양의 2배 내외에 달해 별 중에서 밀집도가 가장 높다. 과학자들은 중성자별의 구조나 변화를 관찰하면 블랙홀 등 아직 풀리지 않은 우주의 비밀에 다가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임명신 서울대 교수(초기우주천체연구단 단장)는 "이번 연구로 중성자 별 충돌 현상의 존재를 증명하고 충돌 과정에 대한 전체적인 이해가 가능해졌다"며 "중력파와 광학 관측의 협동 연구를 통해 중력파 신호가 정확히 어디에 있는 어떤 천체에서 나왔는지 최초로 밝혀낸 역사적인 사건"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8월 17일 오후 9시 41분(한국시간 기준) 라이고-비르고 과학협력단은 중성자별 충돌에 의해 발생한 중력파 현상을 관측하고 이를 'GW170817'로 명명했다. 중력파 종료 시각 약 2초 후에는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페르미, 유럽우주국(ESA)의 인티그랄 등의 감마선 우주망원경에서 중성자별 충돌 때 발생하는 짧은 감마선 폭발 현상이 포착됐고, 약 11시간 후에는 지구에서 약 1억 3000만 광년 떨어진 은하 'NGC 4993'에서 GW170817에 대응하는 천체가 가시광선으로 발견돼 위치가 정확히 결정됐다.

특히 이번 연구성과는 중력파와 전자기파, 입자 등 다양한 관측 방법을 동시에 사용해 우주를 관측하는 새로운 연구방법인 '다중신호 천문학'이 본격적인 시작을 알렸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한국중력파연구협력단을 이끄는 이형목 서울대 교수는 "천문학의 난제였던 중성자별 충돌 현상을 이번에 단숨에 규명한 것처럼 다중신호 천문학 연구를 통해 우주론, 중력, 밀집천체 등의 천체물리학 제반 연구 분야에서 획기적인 발견들이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역사적인 연구에 참여한 한국 연구자들의 활약도 빛났다. 임명신 서울대 교수(초기우주천체연구단 단장)가 이끄는 연구진은 한국천문연구원의 '외계행성 탐색시스템'(KMTNet) 망원경과 서울대의 이상각 망원경 등을 사용해 중력파 발생 후 약 21시간 후부터 GW170817에 대한 가시광선 추적관측을 시작했다.

특히 KMTNet이 24시간 연속해서 관측한 자료는 GW170817이 그동안 이론적으로만 알려져 있던 '킬로노바' 현상을 일으켰다는 것을 실제 관측으로 밝혀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킬로노바는 중성자를 빠른 속도로 포획해 만들어진 무거운 원소가 붕괴하는 과정에서 신성(Nova)의 1000배 정도 에너지를 내는 현상을 말한다.

이번 국제공동 연구진의 연구성과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2편, 천문학 및 물리학 분야 최상위급 학술지인 '피지컬 리뷰 레터스'와 '천체물리학 저널 레터스' 등에 5편이 게재된다.

이 중 킬로노바의 특성을 밝힌 네이처 논문과 GW170817이 발생한 NGC 4993 은하의 특성을 분석한 천체물리학 저널 레터스 논문에선 국내 연구진이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했다. 라이고-비르고 과학협력단이 네이처와 피지컬 리뷰 레터스에 게재한 논문에도 한국중력파연구협력단 소속 연구원 14명이 저자로 포함됐다.

남도영기자 namdo0@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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