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죽어서 묻힐 때도 통행료내라니".. 장의차 갈취 만연

전상후 입력 2017. 10. 16. 18:36 수정 2017. 10. 16. 2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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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의차를 대상으로 마을기부금 형태의 '현대판 통행료' 갈취행위가 전국 도처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장의업계와 장의차 운전기사, 유족들은 충청지역에서 강압성 통행료 갈취행위가 십수년 전부터 가장 심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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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부여 사태로 본 실태

장의차를 대상으로 마을기부금 형태의 ‘현대판 통행료’ 갈취행위가 전국 도처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장의업계와 장의차 운전기사, 유족들은 충청지역에서 강압성 통행료 갈취행위가 십수년 전부터 가장 심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다.

16일 장의업계와 유족 등에 따르면 이모(56·여·서울)씨는 지난 8월6일 별세한 친정어머니 방모(90·대전시)씨 시신을 안장하려다 황당한 일을 겪었다. 같은달 8일 오전 7시30분쯤 친인척 등 30여명이 장의차와 승용차에 타고 이씨 산이 있는 충남 부여군 한 마을에 도착했다.

그런데 노인회관 앞 도로에서 주민들이 “통행료 500만원을 내라”며 1 트럭으로 도로를 차단하는 바람에 장지로 갈 수가 없었다.

당시 한낮 기온이 35도를 오르내리는 찜통더위 속에 시신 훼손을 우려한 유족들은 1시간가량 버티다가 결국 350만원에 합의를 봤다.

이어 현금과 영수증을 주고받고서야 장지로 갈 수 있었으나 장례 일정은 큰 차질을 빚었다. 이씨는 청와대 민정수석실에 ‘부당한 악습을 척결해달라’는 요지의 진정서를 냈다.

유족들이 이 마을주민들에게 건넨 350만원이 적혀 있는 통행료 영수증. 면사무소 회의 때문에 급히 자리를 뜬 이장 대신 마을주민이 사인했다.
방모씨 유족 제공
지난 13일 충북 제천시 봉양읍 한 마을회관 앞에서도 장의차 통행료 때문에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다. 이모(25·서울)씨는 친인척 등 30여명과 함께 지난 11일 돌아가신 할머니(93·서울)의 시신을 화장한 유골을 고향 선산에 안장하려고 나섰다.

13일 오후 1시쯤 장의차와 승용차가 마을 입구에 도착하자마자 주민 4명이 “300만원을 기부해야 통행을 허용하겠다”고 도로를 막아섰다.

유족 측은 주민 대표와 1시간가량 대화했으나 합의가 안 되자 급기야 제천시청에 항의 전화를 했다. 그러나 시청 관계자는 “좋게 해결하는 게 좋지 않으냐”는 반응을 보였다. 제천시청 직원이 주민 대표에게 전화를 했는데도 상황변화가 없자 유족 일행은 장의 버스에서 내려 20여분간 걸어서 1.7㎞쯤 떨어진 장지로 향했다.

이씨는 행정안전부와 국회 신문고에 ‘장의차량 교통방해 행위를 막아달라’는 요지의 법령개정 민원을 제기했다.

부산 시립영락공원에서 만난 A장의업체 부산본부장 K(39)씨는 “지난 8월 초순 오전 10시쯤 충남 금산군 한 마을에서 어르신들이 장의차를 막무가내로 막고 돈을 요구했다”며 “2시간 만에 500만원에 합의를 봤다는 보고를 들은 적이 있다”고 말했다.

경남 창녕군에서는 장의차 통행료를 내지 않으려고 심야에 장례를 치르는 웃지 못할 촌극이 벌어졌다.

B장의업체 부산 본점 소장 P(41·여)씨는 “최근 부산의 한 유족이 부친 시신을 마을에서 800쯤 떨어진 고향 뒷산에 안장하려고 이장과 사전에 전화로 협의를 수차례 했으나 수백만원을 달라는 마을대표의 과도한 요구 때문에 자정에 장의차를 타고 새벽 1시쯤 현장에 도착해 장례를 치르는 행사를 직접 진행한 적이 있다”고 밝혔다.

부여경찰서는 지난 8월 이씨 일행의 장의차를 막은 주민 4명을 이날 소환 조사했다.

최석천 수사과장은 “공갈·협박에 가담한 주민 4명의 조사를 완료했다”며 “10년 이하 징역형이 가능한 공갈죄(형법 제350조 1항) 등을 적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집행유예가 없고 최고 징역 15년형이 가능한 특수공갈(제350조의2) 혐의를 적용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편, 경찰수사를 받은 마을 주민들은 이날 뒤늦게 이씨에게 받은 350만원을 돌려주고 사과했다.

부여·부산=전상후 기자 sanghu6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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