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장의차 막고 '기부금 형태의 통행료 갈취' 전국 도처에서

전상후 2017. 10. 16.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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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기부금 또는 마을발전기금 형태의 현대판 통행료 갈취행위가 충남 부여군 옥산면뿐만 아니라 전국 도처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실이 16일 확인됐다. <세계닷컴 단독 10월 14일자/‘“통행료 500만원 내라”.. 장의차 2시간 막은 마을주민들’ 참조>

지난 8월 8일 오전 9시쯤 충남 부여군 옥산면 J리 마을 입구 노인회관 앞. 주민들이 폭 5~6m의 좁은 도로를 막아놓은 1t 트럭 때문에 장의차량들이 꼼짝없이 서 있다. 방모씨 유족 제공
전국 장의업계 관계자와 장의차 운전기사, 네티즌들은 특히 충청도 지방에서 강압성 통행료 갈취행위가 십수년 전부터 가장 심하다고 전했다.

지난 13일 충북 제천시 봉양읍 K리 마을회관 앞에서 마을발전기금 형태의 통행료 문제 때문에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다.

이달 11일 별세한 할머니(93·서울)의 시신을 화장한 유골을 고향 선산 할아버지 묘소 옆에 안장하기 위해 손자인 이모(25·서울 성북구 안암동)씨 등 친인척 30여명이 장의차와 승용차 3대를 이용, 13일 오후 1시쯤 K리 마을 입구에 도착하자마자 마을주민 4명이 도로를 막아선 뒤 “300만원을 기부해야 통행을 허용하겠다”고 말했다.

유족 대표와 마을 이장이 1시간여 동안 대화를 했으나 타협점이 나오지 않자, 유족 측이 급기야 관할 제천시청에 항의 전화를 했다.

그러나 시청 관계자는 “관례이기 때문에 좋게 해결하는 게 좋지 않겠느냐…”는 반응을 보였고, 유족은 수긍할 수가 없었다.

제천시청 직원이 마을 이장과 한동안 통화를 했으나, 주민들이 양보할 기미를 보이지 않자 유족 일행은 모두 장의버스에서 내려 유골함, 장의용품을 승용차에 실은 뒤 20여분간 걸어서 1.7㎞쯤 떨어진 장지로 향했다.

유족 이씨는 14일 장례 일정을 방해받은 데다 부당한 요구를 받은 사항을 행정안전부와 국회 신문고에 ‘장의차량 교통방해 행위를 막아달라’는 요지의 법령개정 민원을 제기했다.

부산 시립영락화장에서 만난 국내 유명 장의업체인 A사 부산지역본부장인 K(39)씨는 “부산으로 오기 직전인 지난 8월 초순 오전 10시쯤 인삼으로 유명한 충남 금산군 한 마을에서 어르신 네분이 우리 회사 장의차를 막무가내로 막고 돈을 요구했다”며 “그때 유족들이 계속 버티다가 2시간 가까이 된 11시 50분쯤 500만원에 합의를 봤다는 보고를 본사에서 들은 적이 있는 데 충청도 지역이 텃새가 매우 강한 것 같다”고 말했다.

방모(90·대전시 서구)씨 유족들이 옥산면 J리 마을주민들에게 건넨 350만원이 적혀 있는 통행료 영수증. 면사무소 회의 때문에 급히 자리를 뜬 이장 대신 마을주민이 사인했다. 유족 제공
경남 창녕군에서는 통행기부금을 내지 않으려고 심야에 장례를 치르는 웃지 못할 촌극이 벌어졌다. B 장의업체 부산 본점 소장 P(41·여)씨는 “지난해 초 부산의 한 유족이 부친 시신을 마을에서 500m쯤 떨어진 고향 뒷산에 안장하려고 이장과 사전에 전화로 협의를 수차례 했으나 수백만원을 요구하는 마을대표의 과도한 요구 때문에 합의가 안 되자 자정에 장의차를 불발, 새벽 1시 좀 지나 현장에 도착한 뒤 장례를 치르는 행사를 제가 직접 진행한 적이 있다”고 덧붙였다.

장의차 운전경력 10년 차인 S(46)씨는 “저도 최근 경남 산청군 모 마을에서 제지를 당했다가 2시간여 만에 상주가 300만원을 주고 합의하는 장면을 봤다”며 “요새는 대부분 출발 전날 유족이 마을 이장과 통행을 허용하는 대가의 기부금 액수에 대해 사전에 전화로 합의를 본 뒤 출발하는데, 사전 합의가 안 됐을 경우 꼭 장례 당일날 사단이 벌어진다”고 설명했다.

포털사이트 네티즌들이 본 피해 사례를 댓글로 남긴 경우도 수백건에 달했다.

다음에서 ID Steve Kwon을 쓰는 네티즌은 “요즘 농사꾼들 전혀 순수하지 않아요~. 저도 유사 사례로 한 번은 250만원, 또 한 번은 400만원을 현금으로 갈취당했죠~너무 억울했습니다~. 특히 마을 이장은 동네 조폭과 같은 경우 많습니다~”라고 자신의 사례를 자세히 밝혔다.

후리지아는 “우리 엄마 장례 때도 그랬다. 고향 선산에 모시는데도 고향에 살지 않고 타지에 살았다는 말도 안 되는 이유로

돈을 요구하더라. (알고 보니) 그 돈은 노인정과 동네 사람들 술값이더라”고 비난했다.

네이버 네티즌 ehal****는 “면사무소에 전화해서 지금 상황이 이러하니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물어보니 면 직원 답변은 ‘마을발전기금이니 내시고 빨리 진행하시는 게 좋을 것 같다’ 하더라고요. 여러분이 잘 모르시는 것 같은데요. 여기저기 상 당해서 시골로 가게 되면요 정말 가는 곳마다 기부금 내라고 합니다~. 정말 이런 법이 있는 걸까요?. 분명 이런 법이 있다면 폐지해야 할 것이고, 엄중히 처벌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면사무소 직원들도 오히려 돈 내고 빨리 진행하라니 ㅠㅠ…”라고 한탄했다.

해품달은 “충남 서천군 비인면 춘장대해수욕장 인근에서 아버지를 산소에 모실 때 동네 사람들이 돈 내놓으라고 큰소리쳐서 어쩔 수 없이 삥 뜯기고, 큰아버지 모실때는 못 지나가게 해서 관을 들고 50m 거리를 300m 삥 돌아가게 하고…. 이건 완전 깡패짓들이지…. 시골 인심? 지나가는 개가 오줌싸는 소리다..”며 “이거야말로 오래된 적폐 중의 적폐”라고 일갈했다.

hwki****는 “저도 최근에 경험했고 장의차가 들어가지 못해 뒷산에서 위험하게 경사길로 내려갔습니다. 마을발전기금으로 몇십만원 내달라는 것도 이해가 될까 말까 하는데 단위가 백 단위라고 합니다. 상조회사에서 그러는데 전국적으로 동일한 현상이라고 하는데 법적 조치가 있어야 할 듯합니다”라고 주장했다.

전상후 기자 sanghu6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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