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강원랜드 최종합격자 518명 모두 청탁 대상자였다

입력 2017. 10. 16. 05:06 수정 2017. 10. 16.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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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3년 강원랜드 신입사원 채용 때 최종합격자 518명 모두가 유력자들의 취업청탁 대상자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청탁자로 이름을 올린 이들 가운데 당시 사장, 국회의원, 도·시·군의회 의원, 중앙부처 공무원들뿐 아니라 국회의원의 사촌동생, 노조위원장, 기자, 고등학교 교감, 심지어 스님까지 포함된 것으로 밝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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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관 부정채용 민낯]
청탁 관리자 명단 입수..120여명이 625명 청탁
스님부터 기자, 교감, 노조, 국회의원 사촌까지
'경쟁율 10대1' 5200여명 지원자 대다수 들러리
청탁자 대부분 "그런 일 없다" "이름 팔았을 것"

[한겨레]

강원도 정선군에 위치한 강원랜드 전경. 강원랜드 제공

2012~13년 강원랜드 신입사원 채용 때 최종합격자 518명 모두가 유력자들의 취업청탁 대상자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청탁자로 이름을 올린 이들 가운데 당시 사장, 국회의원, 도·시·군의회 의원, 중앙부처 공무원들뿐 아니라 국회의원의 사촌동생, 노조위원장, 기자, 고등학교 교감, 심지어 스님까지 포함된 것으로 밝혀졌다. 확인된 청탁자만도 120여명에 이른다. 이들의 청탁 대상자는 모두 625명이었으며, 최종 합격자들은 모두 여기서 나왔다. 합격자의 100%가 청탁의 뒷배를 끼고 있었던 셈이다. 전체 지원자 5286명(경쟁률 10.2 대 1)의 대다수는 영문도 모른 채 이들 ‘합격 예정자’의 들러리를 선 꼴이다.

청탁자 명단에는 문화체육관광부와 지식경제부(현 산업통상자원부), 지역 방송사 간부와 신문사 기자, ○○ 스님, ◇◇고 교감, △△△횟집 자녀, 국회의원의 사촌동생과 ‘동네 형님’도 있었다. 조직의 비리를 감시하고 바로잡아야 할 강원랜드 감사위원장과 감사실장, 사외이사까지 채용 비리에 가세했다. 이런 사실은 15일 <한겨레>가 이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2013년 강원랜드 채용청탁 대상자 관리 명단’에서 확인된다.

폐광지역개발지원특별법에 따라 ‘우선 고용’ 대상자인 폐광지역 출신자는 202명으로 청탁 대상자의 3분의 1가량이었다. 권성동 자유한국당 의원 쪽 청탁 대상자는 11명 중 8명이 자신의 선거 지역구인 강릉 출신이었다. 다른 유력자들의 청탁 대상자 중에는 서울·인천·수원 등 수도권과 천안·포항·제주 등 ‘기타지역’ 출신자들도 상당수 있었다. 어디보다 공정하고 투명해야 할 공공기관인 강원랜드가 주로 강원도 출신 정치인과 강원랜드 안팎의 유력자들의 ‘취업청탁 놀이터’에 불과했음을 보여준다. 입사 희망자들이 ‘빽’이 있고 없음에 따라 맨 처음부터 운명이 따로 정해져 있었던 셈이다.

당시 강원랜드 인사팀이 작성한 명단에는 모두 625명(1차 427명, 2차 198명) 청탁 대상자들의 이름과 생년월일, 출신지와 학력, 전화번호, 전형 점수와 합격 여부 등이 엑셀 파일로 상세히 정리돼 있다. 특히 이들의 주민번호 앞 칸에는 ‘추천자’라는 항목으로, 청탁자들의 이름이나 직업이 명기됐다. 이들 뒷배들은 임원1(사장), 임원2(전무), 임원3(경영지원본부장), 국회의원, 관련기관, 지역, 내부, 사외이사 등 8개 그룹으로 분류됐다. 최다 추천자는 최흥집 당시 사장이었다. 모두 267명을 ‘추천’해 256명을 합격시켰다. 염동열 자유한국당 의원과 권용수 당시 감사위원장이 뒤를 이었다.

이른바 ‘추천자’들이 청탁 행위를 인정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당시 지식경제부 석탄산업과에 근무했던 한 공무원은 “전혀 모르는 일이다. 당시 청탁 대상자는 현재 퇴직한 전임자와 관련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강원랜드의 대주주인 광해관리공단의 간부도 “금시초문”이라며 부인했다. 지역 방송사의 고위 간부 역시 “전혀 그런 적이 없고 추천 대상자의 출신 지역과도 아무 관계가 없다”며 “누군가 내 이름을 팔았을 수 있다”고 말했다.

청탁 사실을 인정한 이도 여럿이다. 강원도 폐광지역 주민들이 설립한 업체의 김아무개 대표는 “정선군 고한읍 출신자를 추천한 기억이 있다. 그의 아버지가 환경미화원을 하다가 돌아가시고 어머니는 다른 일을 하면서 어렵게 살았는데 부탁이 와서 전달했다. 신경쓰게 해서 죄송하다”고 털어놨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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