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특별법' 통과 임박하자 일지 조작

이효상 기자 2017. 10. 15. 2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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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청와대 상황보고서’ 왜 6개월 지나 고쳤나

‘세월호 보고 조작’ 대응 논의 4·16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피해자 가족협의회와 우원식 원내대표(왼쪽에서 두번째) 등 더불어민주당 원내 지도부가 15일 국회에서 간담회를 열어 박근혜 정부 청와대의 세월호 참사 보고시점 및 훈령 조작 문제에 대한 대응책을 논의하고 있다. 김창길 기자

‘30분에 가려진 6개월.’

청와대가 지난 12일 공개한 박근혜 정부 청와대 문건에 따르면 세월호 침몰 상황 보고 일지가 조작된 것은 참사 후 6개월여 지난 2014년 10월23일이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대처가 늦었다는 비난을 피하기 위해서였다면 진즉 고쳤어야 할 사안을, 왜 반년 뒤에서야 수정 했을까.

■ 법적 책임 가시화에 조작 감행

당시 청와대 입장에서 사고 초기에는 사안의 무게를 판단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갈수록 사태 심각성이 부각되면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에 무게를 둔 ‘세월호특별법’이 국회 통과 직전에 이르렀다. 당시 여권은 특별법 제정을 더 지연할 명분이 없었다. 박 전 대통령이 ‘진상규명’ 운을 뗀 뒤 여권은 특별법 합의를 지연시키며 흑색선전으로 유가족을 고립시켰다. 이후 유가족 목소리가 약해진 상황에서야 여당은 합의에 나섰다.

특히 세월호 상황 보고 일지를 조작한 10월23일 당시는 여야가 특별법 제정에 합의하기 불과 1주일 전이었다. 여야는 특별법을 10월 말까지 처리하기로 하고, 19일부터 태스크포스(TF)에서 논의를 시작했다.

비협조적이던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도 10월 들어 ‘여야 합의’를 언급하기 시작했다. TF의 2차 회의가 열리던 22일 박 전 대통령 최측근인 새누리당 김재원 의원은 “(합의가 이달을 넘기면) 국민 여러분들이 저희들을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청와대 일지 조작은 이튿날 이뤄졌다. 진상규명 돌입 전 정지작업으로 문건을 조작한 셈이다.

여야는 참사 199일 만인 10월31일 세월호특별법 제정에 합의했다. 특별법은 11월7일 국회에서 통과됐다. 특별법에 따라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가 조사에 착수할 경우 최초 보고 후 45분간 어떤 지시도 내리지 않은 박 전 대통령 행적이 드러날 것을 우려해 청와대가 불법을 감행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 ‘사라진 30분’에 당·청 총동원

일지 조작 직후 박근혜 청와대는 보고 시간을 오전 10시로 기정사실화하기 위해 여권 인사들을 동원했다. 특히 일지 조작 닷새 만인 10월28일, 김재원 의원은 느닷없이 ‘세월호 사고 당일 대통령의 사고 수습을 위한 지시내용’이라는 청와대 서면답변 자료를 공개했다. 야당 의원들의 숱한 요청에도 자료를 받은 것은 김 의원뿐이었다. 김 의원은 해당 자료를 근거로 “박근혜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난 4월16일 오전 10시 국가안보실로부터 최초 보고를 받았다”고 밝혔다.

김영한 전 민정수석의 10월28일 업무수첩에는 “장(김기춘 비서실장)·7시간 전면 복원-정무→김재원 의원: 보도자료 배포 메이저 언론 상대 설득·홍보”라고 적혀 있다. 청와대가 문서를 조작하고, 친박 핵심을 통해 조작된 사실을 퍼뜨리는 식으로 박 전 대통령 행적을 은폐한 셈이다.

<이효상 기자 hsl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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