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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 '올림픽의 저주' 끊어라] "누구를 위한 올림픽인가요"

입력 : 2017-10-15 19:37:49 수정 : 2017-10-15 23:0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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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홀로 준비하는 정부/넉 달도 채 안 남은 평창 대회/주민들 참여 열기 적어 ‘싸늘’/기획부터 정부서 일방적 주도/지역 미래에 대한 고민 부족/진정한 ‘축제의 장’ 갈 길 멀어 지난 4월 강원도 강릉하키센터에서는 2018 평창동계올림픽 마지막 테스트이벤트인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 여자 세계선수권 디비전II 그룹A’ 대회가 열렸다. 북한 여자대표팀이 처음으로 한국을 찾아 남북 대결을 벌였지만 현지 관심은 다른 곳에 쏠렸다. 비슷한 시기에 경포대 벚꽃축제가 시작됐기 때문이다. 강릉시 대부분의 관광업자들은 봄철 관광객 잡기에 나섰고 지역민들은 물론 모처럼 강릉을 찾은 관광객들도 늦은 밤까지 진행된 벚꽃축제와 불꽃놀이에만 정신이 팔렸다. 바로 엎어지면 코 닿을 데서 역사적인 남북전이 진행됐지만 관심은 완전히 뒷전으로 밀렸다. 강원도 토박이라는 택시기사 김모(51)씨는 “이곳 사람들은 올림픽에 관심이 없다. 북한 선수들이 온 줄도 몰랐다”고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1163억원 예산을 들여 건설한 평창동계올림픽 개폐회식장. 단 4일만 사용한 뒤 철거하지만 아직 사후 활용 계획조차 확정되지 않았다.
최근 취재진이 찾은 평창과 강릉 일대 역시 올림픽 열기를 찾아볼 수 없었다. 평창동계올림픽을 4개월여 앞둔 지난 9월 29일 강릉에서 성화봉송 테스트이벤트가 진행돼 125명이 성화봉송 구간 33.8㎞를 9시간 동안이나 달렸지만 시민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강릉시 관계자는 “성화봉송 테스트이벤트는 시민들과 함께 만드는 축제”라고 밝혔지만 시민들은 대부분 올림픽 행사를 ‘남 일’ 보듯 했다.

이처럼 평창동계올림픽이 지역사회의 철저한 외면을 받는 이유는 애초 기획 단계부터 정부의 일방적인 주도로 대회가 준비됐기 때문이다. 실제 2011년부터 강원도 시민단체들은 평창 지역 땅들을 외지인들이 매입하는 투기 문제를 지적했다. 또 1200억원이 투입된 평창군 횡계리의 개·폐회식장 설치 반대, 수도권 지역을 활용한 올림픽 분산개최를 요구했지만 차례로 묵살됐다. 유성철 춘천시민연대 사무국장은 “정부나 평창 조직위에서 피드백을 받은 적이 없다. 지역주민 의견을 반영해야 진정한 축제인데 그런 측면에서 보면 평창동계올림픽은 빵점”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정부 홀로 준비한 올림픽의 부작용은 벌써 드러나고 있다. 정부가 민간 규제에 손을 놓자 평창과 강릉 일대의 숙박 시설은 대회기간 바가지 요금을 책정해 물의를 빚고 있다. 보다 못한 대한숙박업중앙회 강원도지회가 지난 9월 결의대회를 열어 부당 요금 징수를 금지하자고 독려했을 정도다.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는 평창과 강릉 8곳에 경기장 셔틀버스를 탈 수 있는 환승주차장을 설치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지역민이 보기에도 한참 외진 곳에 주차장이 마련돼 사전 조사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비난을 사고 있다. 일례로 대관령면 횡계리의 대관령 환승주차장은 유동인구가 거의 없고, 시설도 주차장이라고 보기 힘든 ‘황무지’에 가까웠다. 이에 조직위 관계자는 “아직 정비가 덜 됐다. 향후 셔틀버스 노선이 확정되면 본격적인 홍보를 펼치겠다”고 해명했다.

평창·강릉=안병수·서필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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