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금니 아빠'에게 중학생 딸 친구는 욕망의 대상이었다

장형태 기자 2017. 10. 14. 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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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이영학은 사이코패스"]
아내 죽자 성관계 대상 사라져.. 딸에게 "엄마가 필요하다" 유인
외제차 몰며 생계급여 받아
딸, 아빠 맹목적으로 믿고 따라
딸(14)의 친구를 성추행, 살해한 혐의를 받는 이영학이 13일 오전 검찰로 송치되기 전 서울 중랑경찰서 현관 앞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전날 경찰의 신상정보 공개 방침에 따라 그는 얼굴을 가리지 않고 포토라인에 섰다. /연합뉴스

여중생 딸의 친구를 살해하고 그 시신을 버린 혐의로 구속된 '어금니 아빠' 이영학(35)은 딸 친구를 추행하려고 집으로 유인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경찰이 13일 발표했다.

이영학은 지난달 30일 자신과 같은 희소 난치병을 앓는 열네 살 딸에게 친구 김모(14)양을 서울 중랑구 망우동 집으로 유인하고 수면제를 먹이라고 시켰다고 한다. 이영학은 이튿날 김양을 죽였다. 사건을 수사한 서울 중랑경찰서는 "이씨가 딸에게 (친구를 데려오라고 하면서) '엄마가 필요하다'고 말했다"며 "이는 성적(性的) 대상이 있어야 한다는 뜻"이라고 했다. 아내 최모(31)씨가 9월 6일 스스로 목숨을 끊은 지 25일 만이었다. 경찰은 강제 추행 살인, 추행 유인, 시신 유기 혐의로 이씨를 검찰에 넘겼다. 이씨는 "아내가 죽은 후 약에 취해 있었고 한동안 제정신이 아니었다"고 했다.

◇왜 딸의 친구에게 범행했나

경찰에 따르면 이씨는 범행 전 딸에게 "엄마가 죽었으니 엄마가 필요하다. 네 친구 ○○(김양)이 착하고 예쁘니 데리고 오라"고 말했다. 이씨 부녀를 수사한 프로파일러(범죄 심리 분석관)는 "아내의 죽음으로 성관계 대상이 없어지자 피해자를 성적 스트레스를 푸는 대상으로 삼으려 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경찰은 "이영학은 자신이 원하는 변태적인 성행위를 할 수 있는 상대로 통제하기 쉬운 딸의 친구를 선택했다"고 분석했다. 이씨는 딸과 친해 집으로 놀러 온 적이 있는 피해자 김양과 안면이 있었다. 김양은 이씨의 아내 최씨와도 가깝게 지냈다고 한다. 경찰은 "이씨에겐 올해 초부터 성기능 장애가 생겼지만, 성적 욕구는 강했던 것으로 보인다. 사이코패스 성향도 있다"고 했다.

이씨는 지난달 30일 오후 김양이 수면제가 든 음료수를 먹고 잠들자 딸을 내보내고 김양의 몸을 더듬는 등 성추행했다. 그는 다음 날 정오쯤 잠에서 깬 김양이 옆에 알몸으로 누워 있는 자신을 보고 놀라 소리를 지르자 수건과 넥타이로 김양을 목 졸라 살해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김양을 부검한 결과 성폭행 흔적은 없었다. 경찰은 "이씨 집에서 성행위 기구 3개가 발견됐지만, 김양을 추행하는 데 쓰지는 않았다"며 "전과 18범인 이씨에게 성범죄 전력은 없다"고 했다.

◇아버지에게 심리적으로 종속된 딸

딸 이양은 아버지 이씨의 지시에 따라 준비한 수면제를 김양에게 먹였다. 친구가 기침하자 "감기에 좋다"며 이씨가 평소 먹던 신경안정제 두 알을 음료수에 타서 더 먹였다. 이양은 "아빠랑 약속한 계획이 틀어질까 봐 약을 더 먹였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그날 저녁 외출했다 돌아온 이양은 아버지가 김양과 있던 방을 들여다보지 않았다. 이양은 김양의 행방을 묻는 다른 친구들의 문자에 '(30일) 오후 2시쯤 갔다' '왜 가출을 했을까? 살아는 있겠지?' 같은 거짓 답장을 했다.

프로파일러는 "이양에게 아버지는 맹목적 믿음의 대상이었다. 모든 행동과 의사 결정이 아버지에게 맞춰져 있었다"며 "강력한 심리적 종속 관계로 이양은 가치판단 없이 맹목적으로 범행에 가담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양은 아버지와 같은 희소 난치병(거대 백악종·치아와 뼈를 연결하는 부위에 종양이 자라는 병)을 물려받았다. 프로파일러는 "이양은 아빠가 없으면 살 수 없다고 생각할 정도였다"고 했다.

◇외제차 몰면서도 생계급여 받아

이영학은 2005년 지적·정신장애 2급 판정을 받았다. 그는 2009년 아내 최씨 이름으로 한 인터넷 카페에 '간질과 치매로 가족을 잊어가고 있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중랑구청 관계자는 "전문의 2명 이상이 참여하는 국민연금공단 자문 회의를 거친 진단서가 있어야 장애인 등록이 가능하다"며 "이영학의 장애 등록엔 이상이 없다"고 했다. 하지만 수사에 참여한 경찰 관계자는 "이영학은 지적 능력이 떨어지거나 정신적으로 이상이 있는 것으로 보이지 않았다"며 "이씨가 장애 등급을 받은 과정도 수사할 예정"이라고 했다.

이영학은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로 분류돼 2005년부터 지난달까지 매달 170여만원 생계급여·주거수당 등을 받아왔다. 하지만 외제차를 소유하고 있다. 기초생활수급보장법은 배기량 2000㏄ 미만 차는 생계형으로 분류해 재산에 포함하지 않는다. 이영학은 미국 포드의 토러스(배기량 1999㏄)를 자신 명의로 등록했다. 형의 지인 명의인 BMW X1 차량, 누나 명의인 현대 에쿠스 승용차도 타고 다녔다. 김양의 시신을 강원도 영월에 유기할 땐 BMW 차량을 이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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