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최저임금 인상은 지킬수없는 약속..일자리 줄일것"

나현준 2017. 10. 13.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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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1만원으로 오르면 중위소득의 70% 육박..佛보다 높아 세계최고 수준
영세중기는 고용인원 줄이고 대기업 근로자 임금만 올릴것..소득 양극화 더 심화될듯

英 이코노미스트誌, 韓 최저임금 인상 후폭풍 지적

"최저임금을 급격히 올리는 것은 선진국 중에서도 시애틀과 같은 부자 도시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국가 전체적으로 한꺼번에 급격히 올리는 것은 세계적으로 극히 드문 일이고, 수출 주도형 경제에선 특히 그러하다." 12일 영국 유력 경제지 이코노미스트 최신호는 '지킬 수 없는 약속(promising the Moon)'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문재인정부의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우려를 드러냈다. promise the moon은 직역하면 '달을 약속하다'는 뜻이지만 영어권에선 실제로는 '지킬 수 없는 약속'이라는 뜻으로 사용되는 관용어구다. 여기에 moon을 대문자로 표기해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이 지켜질 수 없다는 의미로 중의적으로 표현했다.

이코노미스트는 한국이 2020년까지 최저임금을 1만원으로 인상할 경우 최저임금 수준이 중위소득의 70%가 된다며 이는 세계적으로 높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노동자 보호가 강하기로 유명한 프랑스에서도 중위소득 대비 최저임금이 60%에 달하며, 영국 독일 일본 미국 등 대부분 국가도 최저임금 비율이 50%를 밑도는 상황에서 한국의 최저임금 인상 속도는 너무 가파르다는 지적이다.

이코노미스트는 또한 "적절한 수준의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을 조금만 감소시키면서 저소득층 소득 증대에 도움이 된다는 것은 세계 곳곳에서 발견되는 사실"이라면서도 "최저임금이 중위소득의 50%를 넘으면 기업가들이 비용 부담 때문에 고용을 줄이게 된다는 것은 경제학에선 불문율"이라고 지적했다. 문재인정부가 내년 최저임금을 올해 대비 16.4%(시간당 7530원) 인상하며 저소득 근로자의 실질소득을 높여 경제를 성장시키는 '소득주도성장론'을 주창하고 있지만 오히려 실제론 저임금 일자리를 줄여서 당초 목표로 했던 성장도, 그리고 분배 개선도 모두 실패할 수 있음을 경고한 것이다.

이코노미스트가 이 같은 우려를 표한 이유는 최저임금 수준 이하를 받는 많은 근로자가 영세 사업장에서 일하기 때문이다. 고용노동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최저임금 미만자의 68.2%가 10인 미만 사업체에 고용돼 있다. 이들 대부분은 연령대가 19세 이하 혹은 60세 이상이며 고졸 이하, 농림·어업, 숙박·음식점업 종사자다.

이코노미스트는 또 한국 재계 고위 관계자를 인용하며 "최저임금 인상이 지불 여력이 없는 영세 사업장을 도태시키면서 대기업과 중소기업 양극화를 더욱 부추길 것"이라면서 "문재인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실험이 당초 기획과는 다르게 오히려 임금 격차를 악화시킬 수 있다"고 밝혔다. 지불 여력이 작은 중소기업들이 최저임금 인상에 따라 공장을 해외로 이전하거나 고용 인원을 줄이면서 오히려 저소득층, 비정규직의 임금만 축소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박근혜정부 동안 시간당 최저임금은 2013년 4860원에서 2016년 6030원으로 24% 올랐지만,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임금 격차는 같은 기간 158만원에서 183만원으로 오히려 벌어졌다. 비정규직 근로자의 월평균 근로시간이 지난해 129시간으로 2013년에 비해 5시간 줄어든 반면 정규직 근로자는 오히려 근로시간이 184시간으로 6시간 더 늘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그동안의 최저임금 인상으로 비정규직을 중심으로 근로시간이 줄면서, 시간당 수입은 늘었지만 총수입으로 따지면 오히려 저소득층 소득 증가가 미미했다는 것이다. 이에 더해 이코노미스트 지적대로 2020년 최저임금이 1만원이 되면서 중위소득의 70%까지 오른다면 근로시간이 주는 차원을 넘어 일자리 자체가 없어질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최저임금 인상이 대기업 종사자에게만 이득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최저임금 준수 여부를 따지는 기준인 산입범위가 기본급과 일부 고정수당에 한정되다 보니 기본급이 낮은 일부 대기업은 최저임금이 1만원으로 인상될 경우 대폭 기본급을 올려야 하기 때문이다. 최저임금위원회는 최근 이 같은 산입범위를 다른 수당까지 늘리는 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이 같은 우려에 대해 잘못된 자료에 기초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우리나라와 같이 임금 양극화가 고착화된 상태에서 임금분포 중간 값인 중위소득을 기준으로 최저임금의 적정 수준을 논하는 것은 어폐가 있다는 것이다. 한 정부 관계자는 "평균 임금 등 다양한 지표를 가지고 종합적으로 바라봐야 한다"면서 "속도 차이가 있었지만 모든 대선 후보가 최저임금 1만원을 공약했다. 그만큼 최저임금 인상이 시대정신인 것"이라고 밝혔다.

[나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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