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여의도 사옥 4800억에 팔자" 고영주의 황당 제안

남지원 기자 2017. 10. 13.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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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이 13일 국회에서 열린 방송통신위원회·방송통신심의위원회·시청자미디어재단 등에 대한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장으로 이동할 때 MBC노조원들이 고영주 이사장 해임을 촉구하는 손피켓을 들고 시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의 고영주 이사장이 서울 여의도에 있는 구 MBC 사옥을 특정 사업가에게 팔라고 집요하게 요구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해당 사업가가 “1조원 지급보증을 받아 4800억원을 일시불로 지급할 수 있다”는 등 허황된 제안을 했고, MBC에서도 “매각 계획이 없고 수의계약은 사규상 불가능하다”고 선을 그었는데도 고 이사장이 이사회에서 수차례 매각을 제안한 것으로도 나타났다.

파업 중인 전국언론노조 MBC본부는 13일 오전 여의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은 내용을 공개했다.

노조에 따르면 고 이사장은 지난해 2월 백종문 당시 MBC 미래전략본부장에게 전화를 걸어 ‘MBC 여의도 사옥 부지를 사겠다는 유능한 사업가가 있으니 만나보라’고 제안했다. 백 본부장을 만난 사업가 하모씨는 경남지역 신문사 대표라고 자신을 소개했고 MBC 여의도 사옥을 4800억원에 팔라고 제안했다.

당시 MBC는 여의도 사옥을 외부 사업자와 함께 공동개발하려고 이미 가닥을 잡은 상태였다. MBC 자산개발국은 하씨에게 이사회 추인을 받은 공동개발 입장을 갑자기 변경하기 어렵고 공개매각 절차 없는 수의계약은 사규상 불가능하다고 선을 그었다.

여의도 옛 MBC 사옥. MBC 노보 캡쳐

하지만 고 이사장은 그 이후에도 이사회에서 계속 하씨에게 사옥을 매각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노조가 공개한 지난해 6월16일 방문진 12차 정기이사회와 같은 해 11월17일 20차 정기이사회 회의록을 보면 고 이사장은 “4800억원을 일시불로 준다더라” “현찰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제가 이야기를 들어보니까 어느 은행에서 1조원 보증을 받았다고 한다” “중도금이 필요 없다는 거다. 4800억원을 일시불로 한 번에 주겠다는 거다”라고 말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의계약은 불가능하다는 설명에도 고 이사장은 “수의계약이 안 될 이유가 있나” “4800억원에 일시불로 사겠다는 사람이 나타났는데 수의계약이 되느냐 안되느냐 하는 것은 그냥 팔기 싫다는 이야기”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노조는 “공개 입찰 없이 정체도 불분명한 사업가에게 공영방송의 수천억원대 재산을 수의계약으로 매각하라는 것은 위험하고 비상식적”이라고 지적했다.

당시 하씨를 직접 만났던 MBC 실무자들은 고 이사장의 압박이 집요했다고 노조에 증언했다. 김윤섭 당시 MBC 자산개발국장은 방문진 이사회에 출석해 “대한민국에서 한방에 4800억원을 내는 사업자는 없다”고 못박았지만 고 이사장은 5년간 자산개발국의 일거리를 만들기 위해 매각 대신 개발을 고집하는 것이 아니냐고 비아냥거리기도 했다. 김 국장은 “방문진 이사장이 자산 처분 논의에 이렇게까지 주도적으로 개입한 일은 없었다”고 노조에 말했다. 오정우 당시 미디어사업본부장도 하씨로부터 ‘방문진 이야기를 안 들으면 인사 불이익을 받을 것’이라는 협박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오 본부장은 “고영주 이사장이 좀 세게 접근했지만 압력을 물리쳤다”고 노조에 말했다.

4800억원을 일시불로 낼 수 있다는 하씨의 주장 자체도 노조가 검증한 결과 허황된 것으로 드러났다. 하씨는 한 대형건설사를 사업파트너로 내세워 1조원 지급보증을 받았다고 주장했지만 노조가 접촉한 해당 건설사 담당자는 사실무근이라고 밝혔다. 하씨가 세운 ‘여의도프로젝트’라는 자본금 1000만원짜리 회사는 등기에 하씨 이름이 없었고, 등기상 대표이사는 “명의가 필요하다고 해 빌려줬다”고 밝혔다. 하씨가 대표 명함을 들고 다닌 지방신문에서도 “수년전 사업상 필요로 명함만 파줬는데, 아직도 그 명함을 들고 다니냐”는 반응을 보였다고 노조는 전했다.

고 이사장은 하씨와의 관계에 대해 노조에 “MBC 사옥을 매입하겠다며 찾아왔으며 좋은 조건의 사업가라 임원들에게 소개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1조원 지급보증 등 하씨의 주장을 확인했느냐는 질문에는 “내가 왜 그런 것을 해야 하냐”는 반응을 보였다고 노조는 전했다.

<남지원 기자 somni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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