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돈줄 죄기·사법 동원..박근혜 청와대는 노동탄압의 '컨트롤타워'

입력 2017.10.13. 05:06 수정 2017.10.13. 07:36

12일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겨레>에 공개한 '박근혜 청와대' 내부 문건을 보면, 청와대가 가용할 수 있는 모든 자원과 수단을 동원해 노동 탄압에 앞장선 사실이 드러난다.

2015년 4월부터 2016년 10월 사이에 대통령 비서실장 주재 수석비서관회의에서 기록된 당시 비서실장(이병기·이원종)들의 지시는 사법 대응, 돈줄 죄기, 노-노 갈라치기 등 지난 정권에서 노동조합을 압박한 정부 방침들이 대부분 청와대에서 일상적으로 기획됐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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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기 비서실장 주재 회의록 공개 파장

[한겨레]

2015~2016년 청와대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을 보좌했던 이병기 대통령 비서실장.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12일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겨레>에 공개한 ‘박근혜 청와대’ 내부 문건을 보면, 청와대가 가용할 수 있는 모든 자원과 수단을 동원해 노동 탄압에 앞장선 사실이 드러난다. 2015년 4월부터 2016년 10월 사이에 대통령 비서실장 주재 수석비서관회의에서 기록된 당시 비서실장(이병기·이원종)들의 지시는 사법 대응, 돈줄 죄기, 노-노 갈라치기 등 지난 정권에서 노동조합을 압박한 정부 방침들이 대부분 청와대에서 일상적으로 기획됐음을 보여준다.

돈줄과 사법, 노조를 향한 당근과 채찍 이병기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은 2015년 9월9일 회의에서 “노동개혁에 대한 한국노총의 태도, 입장, 전망을 보아가며 국고보조금을 전략적 수단으로 잘 활용하라”고 지시했다. 법령에 따라 지원하는 정부 예산으로 정권의 핵심 정책 수용을 압박하며 노조 길들이기에 나선 것이다. 실제로 고용노동부는 그해 4월 노사정위원회에서 한국노총이 ‘노사정위 논의 결렬’을 선언하자 그해 배정된 32억100만원의 보조금 가운데 10억2500만원만 집행하고 보조금을 끊었다가 9월17일 7억2500만원을 한국노총 계좌로 보내줬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국고보조금을 노동개악 정책을 밀어붙이는 미끼로 악용한 것은 매우 비열하고 야비한 작태”라고 말했다.

전교조 투쟁기금 연말정산 못받게
국세청 동원 적법성 여부 검토

전공노 수사·이주노조 소송전 독촉
민주노총 고립 여론전 깨알 지시

이병기 실장은 같은 해 12월18일 회의에선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이 조합비 외에 ‘투쟁기금’을 모집하는 것을 두고 “투쟁기금 기부·모금에 대해 연말정산 시 혜택을 받는다고 하는바, 실제 그러한지, 그리고 적법한 것인지 등을 국세청 등이 짚어보라”고 주문했다. 돈줄을 죄어 노동조합 활동을 위축시키려 한 것이다.

청와대는 노조활동 탄압에 사법부 동원도 꾀했다. 이병기 실장은 2015년 10월4일 회의에서 “전공노(전국공무원노동조합)가 조만간 위원장 선거를 할 예정”이라며 “문제 인사들이 위원장에 출마해서 전공노의 불법행위를 조장하지 못하도록 불법 혐의를 받고 있는 핵심 인사들에 대한 수사 등을 신속히 진행하라”고 지시했다. 또 같은 해 5월18일엔 이주노조의 7년 묵은 설립신고 소송의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정부 패소 시 외국인력 정책 등에 혼란이 발생할 수 있는 중요한 현안인 만큼 고용부, 법무부 등 관련 부처는 철저히 소송을 대응하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민주노총 고립을 위한 여론전과 갈라치기 민주노총을 고립시키기 위한 지시도 쏟아졌다. 지난해 1월 한국의 인권 상황을 점검하려는 유엔 인권이사회 마이나 키아이 특별보고관의 방문을 앞두고 이병기 실장은 고용노동부에 “특별보고관 접촉 시 정부 노동개혁의 당위성·정당성을 설득력 있게 전달하고 민노총 등 강성노조의 정치투쟁, 기득권 지키기 행태 등을 상세히 설명하라”고 주문했다. 그에 앞선 2015년 12월9일에는 주요 사업장 노조의 민주노총 복귀가 이어지지 않도록 대응할 것을 지시했다. 청와대가 직접 민간기업 노조 활동까지 배후 관리하겠다는 뜻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이재정 의원은 “청와대와 정부가 노조 탄압을 기획·점검한 사실이 드러난 만큼 책임 소재를 가리고, 위법행위는 없었는지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엄지원 박태우 기자 umki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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