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주 타워크레인 '철공소 사제부품' 쓰다 부러졌다

남양주/권상은 기자 2017. 10. 13. 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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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5월 붕괴사고 수사 결과
시공사의 공사기간 압박에
하도급업체, 수입 순정부품 대신 규격·재질 다른 부품 제작
관련자 6명 입건·3명 영장 신청

최근 경기 의정부 아파트 건설 현장에서 5명의 사상자(사망 3명·부상 2명)를 낸 타워크레인 사고에 앞서 지난 5월 남양주 공사 현장에서 일어난 타워크레인 붕괴사고(사망 3명·부상 2명)는 전형적인 인재(人災)였다.

남양주경찰서가 5개월간의 수사를 마무리하고 12일 밝힌 결과에 따르면 하도급업체는 순정 부품이 파손되자 규격과 재질이 다른 부품을 철공소에서 임의로 제작해 사용해 사고를 유발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5월 경기 남양주시 다산신도시의 한 아파트 신축 공사 현장에서 타워크레인 기둥이 쓰러져 엿가락처럼 휘어진 모습. 이 사고로 근로자 3명이 숨지고 2명이 다쳤다. /남양주 소방서

이 사고는 지난 5월 22일 오후 4시40분쯤 발생했다. 당시 다산신도시의 한 아파트 신축 공사 현장에서 타워크레인 마스트(기둥)가 부러져 근로자 3명이 추락해 숨지고 2명이 다쳤다. 경찰은 시공사로부터 타워크레인 설치 작업을 도급 받은 남산공영이 타워크레인 키를 높이는 작업(텔레스코핑)을 하다 부품인 보조 폴(pawl·톱니바퀴의 역회전을 막는 걸림쇠)이 떨어져 나가면서 마스트가 균형을 잃고 쓰러졌다는 결론을 내렸다.

사고 4일 전인 5월 18일 텔레스코핑을 하다 보조 폴 일부가 파손됐다고 한다. 크레인의 기둥(타워)은 높이 3~5m 높이의 마스트(육면체 블록)를 여러 개 쌓아 올린 것이다. 아파트나 빌딩을 세우는 공사를 하면 타워크레인의 높이도 함께 올리는 작업을 한다. 크레인 상단부엔 마스트를 끼우는 틀(텔레스코픽 케이지)가 있는데, 이를 유압장치로 끌어올려 공간을 만든 다음 그 사이에 새 마스트를 끼워 넣어 크레인의 키를 높인다.

케이지의 아래에 장착된 보조 폴은 기존 기둥과 유압장치를 고정한다. 약 80t 가량인 크레인 상부 하중 전체를 지탱해야 하는 중요 부품이기 때문에 정밀 가공 공정을 거쳐 제작된다. 그러나 남산공영은 타워크레인을 제조한 스페인 코만사(Comansa)에서 조달하는 대신 서울에 있는 철공소에 제작을 맡겼다. 수입산 순정 부품을 주문하면 도착할 때까지 공사가 지연되기 때문에 임의로 사제(私製) 부품을 쓰기로 한 것이다. 남산공영은 이 과정에서 정밀 도면도 없이 파손된 기존 부품을 종이에 대고 그리는 방식으로 본을 떠서 철공소에 보냈다. 이 바람에 규격조차 맞지 않아 부품을 다시 깎아내야 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렇게 제작한 보조 폴은 하중을 견디지 못하고 부러졌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분석 결과 순정 부품과 규격이 다르고 탄소 성분이 과다하게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은 사제 부품의 문제를 규명하기 위해 코만사에 크기, 재질, 형태 등의 정보를 받아 비교했다고 밝혔다. 이 크레인은 2008년 제작한 모델로, 홍콩과 싱가포르를 거쳐 2014년 수입됐다.

경찰은 사고와 관련해 모두 6명을 입건했다. 시공사 현장소장, 하청업체 안전책임자, 타워크레인 설치를 하도급 받은 업체 대표 등 3명에 대해서는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 관계자는 "남산공영은 처음에 보조 폴이 파손되자 원청업체로부터 '3일 이내에 작업을 재개하라'는 지시를 받고 서둘러 사제 부품을 제작했던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경찰은 또 공사 현장에 상주했던 안전관리자가 근로자들이 안전고리를 장착하지 않은 문제를 제지하지 않았고, 시공업체가 작업시간이 줄어드는 걸 막으려고 가짜 서명과 사진으로 안전 교육을 했다고 위조한 사실도 적발했다.

한편 의정부경찰서는 지난 10일 일어난 의정부 타워크레인 붕괴사고와 관련, 12일 현장과 시공사 등 관련 업체의 사무실을 압수 수색했다. 이날 수사관 30여명을 현장과 각 업체로 보내 하도급 계약과정과 현장관리에 문제가 없었는지 증거자료를 압수했다. 경찰은 현장감식과 압수물 분석 등 사고원인에 대한 조사를 마무리하면 법적 책임이 있는 공사 관계자들을 입건할 계획이다. 지난 10일 오후 1시36분쯤 의정부시 민락2지구 낙양동 LH공공임대아파트 신축공사 현장에서 20층 높이 타워크레인이 붕괴돼 현장 근로자 3명이 숨지고 2명이 다쳤다. 무너진 타워크레인은 제조된 지 27년이 지난 것이지만 현행법상 사용연한 제한이 없다. 이에 따라 타워크레인의 검사·운영 체계 전반에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사고 발생 직후 전면 작업 중단 명령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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