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상황 조작 문건 공개]박근혜 청와대 '9시30분'에 바로 대처했더라면..
[경향신문] ㆍ‘골든타임’ 날리고 첫 보고 시점 바꿔 대응 실패 숨겨
ㆍ컨트롤타워 회피하려 국가위기관리지침 ‘빨간펜’ 수정
ㆍ지난달 27일 발견, 박근혜 구속만기 앞두고 전격 공개
‘세월호 7시간’이 아니라 ‘세월호 7시간30분’으로 불러야 하게 됐다.
청와대가 12일 공개한 박근혜 정부 청와대 문건들에 따르면 당시 청와대는 세월호 참사 당일 상황 보고 일지를 조작해 박 전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를 최초 보고받은 시점을 30분 늦춰 기록했기 때문이다. 또 대통령훈령인 국가위기관리 기본지침을 사후에 불법 변경해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의 ‘재난 컨트롤타워’ 책임을 안전행정부 장관으로 떠넘기려 한 정황도 드러났다. ‘세월호 7시간’의 진실을 밝히기에는 충분하지 않지만 당시 청와대가 세월호 참사 초기 대응 실패에 대한 책임을 모면하기 위해 광범위한 공문서 조작을 시도한 정황들로 보인다.
■ 구조 지시도 30분 빨랐다면
박 전 대통령이 실제로 세월호 사고를 보고받은 시점은 당시 청와대 발표보다 30분 빠른 오전 9시30분이었다. 박근혜 청와대는 박 전 대통령이 오전 10시에 보고받고 15분 만에 “단 한 명의 인명 피해도 발생하지 않도록 하라”고 첫 지시를 내렸다고 밝힌 바 있다. 만약 박 전 대통령이 실제 보고받은 시점에서 15분 만에 구조 지시를 내렸다면, 지시 시점은 10시15분보다 30분 빠른 9시45분이 되었을 것이다.
9시45분은 목포해경 123정이 현지에 도착해 구조를 시작한 지 10분 정도 지난 시점으로 아직 배가 완전히 기울지 않은 때였다. 국민들 기억에 생생하게 남아 있는 선장·선원들의 구조 시점도 9시48분이다. 만약 박 전 대통령 지시가 실제보다 30분 앞서 나갔다면, 승객들이 ‘가만히 있으라’는 선내 방송만 들으며 침몰하는 배 안에 머무르지 않았을 수 있다는 얘기다.
■ 마지막 보고서는 통째로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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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 상황 보고 시점 조작뿐만 아니라 당시 박 전 대통령이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기 전에 작성된 마지막 보고서는 통째로 삭제됐다. 청와대는 사고 당일 오전 9시30분 박 전 대통령에게 최초 상황 보고를 한 것을 시작으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방문 직전인 오후 4시27분까지 4개의 상황 보고서를 작성했다.
하지만 청와대가 그로부터 6개월 뒤인 그해 10월23일 최초 보고 시점을 오전 9시30분에서 오전 10시로 수정하면서 4번째 상황 보고서는 아예 사라졌다. 박 전 대통령은 당시 중대본에서 “구명조끼를 학생들은 입었다고 하던데 그렇게 발견하기가 힘드냐”는 질문을 하는 등 상황 파악이 안된 태도를 보였다. 박 전 대통령의 잘못된 대응을 덮기 위해 가장 상세했을 4차 보고서를 사후에 폐기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 어떻게 발견됐나
이번에 공개된 문서들은 청와대가 지난달 27일 국가안보실 위기관리센터 캐비닛에서 발견한 책자와 지난 11일 안보실 공유폴더에서 발견한 전자문서다. 책자는 청와대가 문재인 정부 국정과제인 통합적인 국가재난관리체계 구축을 위한 국가위기관리 기본지침을 개정하는 과정에서 발견했다. 임 실장은 “빨간 볼펜으로 원본에 줄을 긋고 필사로 수정돼 있었다”고 설명했다.
청와대는 불법 변경 의혹을 확인한 뒤 이유를 알아보기 위해 안보실 공유폴더 내 전산파일들을 조회했다. ‘세월호’라는 검색어로는 확인이 안되자 ‘진도’ ‘해난사고’ 등의 검색어를 넣어 세월호 참사 당일 작성된 상황 보고 일지를 발견했다.
■ 왜 이 시점인가
공교롭게도 박 전 대통령의 구속영장 연장 여부를 놓고 법원이 고민 중인 상황에서 공개가 이뤄져 정치적 해석을 낳고 있다. 박 전 대통령측 관계자는 통화에서 “구속 연장이 불가피하다고 정서적인 호소를 하려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군 사이버사령부의 심리전 지시 의혹을 받고 있는 김관진 전 국가안보실장에 대한 검찰 수사 이유가 하나 더 추가되게 됐다. 문건 조작 시점은 2014년 10월과 7월로 모두 김 전 실장이 안보실장으로 재직할 때였다. 특히 임 실장은 국가위기관리 기본지침의 불법 변경을 “김관진 전 실장의 지시에 의한 것”으로 못 박았다.
<손제민·김지환 기자 jeje17@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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