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朴청와대의 세월호 보고 조작..정국 반전 카드되나

김태규 입력 2017.10.12. 2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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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점 조작 증거 '스모킹건' 역부족···'朴 7시간' 미스테리는 '여전'
靑 부인에도 민감한 시기 발표 논란···정쟁 불씨 남겨

【서울=뉴시스】전진환 기자 =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이 12일 오후 춘추관에서 '박근혜 정부에서 세월호 사고 당시 상황 보고일지 등이 사후 조작됐다'는 내용의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17.10.12. amin2@newsis.com

【서울=뉴시스】김태규 기자 = 청와대가 12일 박근혜 정부 시절 청와대 주도로 이뤄진 세월호 상황일지 조작의 정황이 담긴 문서를 민감한 시기에 공개한 배경에 관심이 모아진다.

문재인 정부가 국정의 주도권을 쥘 반전 카드로 삼으려는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법원의 구속 연장 심사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염두한 다목적 카드라는 평도 나온다.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이 이날 공개한 박 전 대통령의 세월호 사건과 관련한 자료 조작의 증거는 크게 두 가지로 압축할 수 있다. 사건 당일 박 전 대통령에게 이뤄진 최초보고 시점과 대통령 훈령 318호(국가위기관리 기본지침)의 사후 조작이다.

2014년 4월13일 세월호의 침몰과 관련한 상황일지에 기록된 최초보고 시각이 당초 전 정부가 주장한 오전 9시30분이 아니라 이보다 30분 늦은 오전 10시였다는 것이 임 실장이 공개한 자료를 통해 드러났다.

당시 국가안보실이 작성한 '진도 인근 여객선(세월 號) 침수, 승선원 구조작업 中(1보)'라는 제목의 문건 내부에 기술된 작성시기가 추후 수정됐다는 점을 청와대는 조작의 근거로 제시하고 있다.

임 실장은 "2014년 10월23일 작성된 수정 보고서에는 최초상황 보고시점이 오전 10시로 변경 돼 있다"며 "대통령에게 보고된 시점을 30분 늦춘 것인데 보고 시점과 대통령의 첫 지시 사이의 시간 간격을 줄이려는 의도로 밖에 볼 수 없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임 실장은 그러면서 당시 상황을 실시간 순차적으로 정리한 1보·2보·3보의 보고서 파일 수정기록을 근거로 제시했다. 당시 국가안보실의 공유폴더에 담긴 보고서 파일들의 수정날짜가 사고 6개월 뒤로 나타나 있었다.

당시 청와대가 박 전 대통령의 행적을 감추기 위해 조직적으로 동원된 증거라는 것이 현 청와대의 인식이다.

다만 새 자료는 당시 박 전 대통령의 의문의 행적이 7시간에서 7시간30분으로 30분 늘어났다는 것 외에 큰 의미가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박 전 대통령이 그 시간 동안 구체적으로 무엇을 했는지를 밝히는 데 결정적인 자료가 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때문에 국정농단의 표본적 사례라며 수사를 통한 진실규명을 촉구하고 있는 청와대의 이면에는 숨은 정치적 계산이 깔려있는 것이 아니냐는 평이 제기된다.

임 실장은 "정치적 고려를 하지 않고 기록물 이관 등 최소절차를 밟은 후 필요한 내용을 공개하겠다고 한 원칙에 따라 오늘 말씀드리게 됐다"고 설명했다.

【서울=뉴시스】안지혜 기자 = 청와대는 박근혜 정부가 2014년 4월16일 발생한 세월호 사고와 관련한 문서 등을 불법적으로 조작한 정황이 담긴 문서를 발견했다고 12일 밝혔다. hokma@newsis.com

청와대가 제시한 또 다른 조작은 국가 재난상황에서 국가안보실장의 역할을 담은 대통령 훈령 318호(국가위기관리 기본지침)의 불법 변경이다.

기존 훈령에 '안정적 위기관리를 위해 국가안보실장이 커뮤니케이션의 콘트롤타워 역할을 한다'고 명시된 부분을 빨간색으로 선을 긋고 '국가 위기 관련, 대통령의 안정적 국정수행을 보좌한다'는 문구를 손글씨로 수정했다는 것이다.

또 '국가안보실장은 안보분야, 안전행정부 장관은 재난분야의 위기 징후목록 및 상황정보를 종합 관리한다'고 수정했다. 해당 훈령은 법제처의 심사와 대통령의 재가를 거쳐야 수정할 수 있다. 정해진 절차를 무시하고 임의로 이뤄진 수정은 불법이다.

당시 김관진 안보실장에게 면죄부를 주기 위해 국가안보실이 국정감사 직전에 수정을 밀어붙였고, '재난 콘트롤타워 역할은 청와대가 아닌 안전행정부'라는 김기춘 비서실장의 국회 발언도 수정본을 반복한 조직적 움직임에서 비롯됐다는 게 현재 청와대의 인식이다.

다만 이 자료 역시 지난 정권의 책임 면피를 위한 정황 증거로 세월호 사건의 본질에 다가서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때문에 역으로 검찰의 추가 수사가 불가피하다는 여론을 조성하고 이같은 압박을 통해 자유한국당을 협치의 틀 안으로 끌어들이려는 것일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국민의당은 논평을 내고 "대통령의 지시도, 컨트롤 타워도 없어 참사가 더욱 커진 것에 대한 책임을 반드시 물어야 한다"며 "반드시 진실이 규명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바른정당은 "청와대 브리핑대로라면 충격적"이라면서 "수사기관의 엄격한 수사를 통해 사실 관계가 객관적이고 명확하게 밝혀지길 바란다"고 했다.

다만 자유한국당은 "가슴아픈 세월호 사건에 대한 정치적 이용은 그만둬야 한다"며 "국감을 통해 이전 정부 문건에 집착할 수밖에 없는 현 정부의 문제점들을 국민들께 상세히 알려나갈 것"이라고 반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