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국감] 박범계 "거대은행 면죄부 준 대법원 키코판결"

유동주 기자 입력 2017. 10. 12. 1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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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L] "은행권 키코 불완전판매 여부 관련 증거 담긴 검찰 수사보고서 확인 전 서둘러 판결"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2일 서울 서초동 대법원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대법원과 법원행정처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김소영 법원행정처장에게 질의하고 있다./사진=뉴스1

대법원이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중소기업들의 줄도산을 부른 '키코(KIKO) 사태'에 대한 최종 판결을 핵심증거가 될 수 있는 수사보고서 확인도 없이 서둘렀다는 주장이 국정감사에서 제기됐다.

12일 대법원에 대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감에서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대법원이 키코계약의 은행 사기를 입증할 수사보고서가 곧 제출될 수 있는 상황임을 충분히 알고 있었음에도 이를 기다리지 않고 만장일치로 은행 손을 들어주는 판결을 내렸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에 따르면 당시 키코 사건에서 은행수수료에 대한 사전 설명의무가 있었는지가 판결 결론을 판가름하는 중요한 쟁점이었다. 2013년 9월 26일 최종 판결에서도 대법원은 "수수료가 시장의 관행에 비하여 현저하게 높지 아니한 이상 그 상품구조 속에 포함된 수수료 및 그로 인하여 발생하는 마이너스 시장가치에 대하여까지 설명할 의무는 없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결론 내렸다.(대법 2011다53683, 53690 전원합의체 판결 등)

그런데 은행의 불완전판매 여부를 판가름 할 '설명의무'가 존재함을 입증할 증거가 이미 검찰 수사자료로 존재하고 있었다. 당시 대법원 등에서 진행 중이던 개별 민사재판들과는 별도로 관련 형사사건을 수사 중이던 검찰은 키코거래로 은행이 막대한 수수료를 챙겼다는 은행 딜러의 녹취록 등을 확보한 상태였다.

이에 대법원 판결이 나오기 약 2달 전인 2013년 7월 18일 전원합의체 공개변론(변론종결일)에서, 피해를 입은 중소기업들을 대리했던 로펌 측 변호사가 검찰 수사자료를 확인한 뒤 판결해 줄 것을 요청했으나 대법원은 변론을 종결시키고 2달 뒤 그대로 판결을 내렸다.

변론종결과 판결시점은 해당 수사기록을 갖고 있던 서울중앙지검이 피해 중소기업 측의 정보공개청구를 거절해, 행정법원에 공개거부처분취소소송이 계류된 상황이었다. 수사기록은 자료 공개를 꺼린 중앙지검의 거듭된 항소로 대법원까지 가서야 2014년 3월 14일 공개된다. 대법원이 키코사건에 대한 민사사건에서 중소기업 패소 결론을 내린 지 6개월 후다.

뒤늦게 공개된 수사기록엔 "은행은 선물환으로 인한 마진보다 키코가 훨씬 더 많이 이익이 남는다고 판단하고 전략적으로 키코를 판매한 흔적이 엿보임"이라는 평가와 "키코는 달러당 4원, 선물환은 달러당 10전의 마진으로 키코가 선물환의 40배에 달하는 은행 수수료를 안겨준다"고 분석하고 있다. 아울러 "왕건이 하나 건졌다 옛날보다 더 많이 먹었다", "자칫 잘못하면 은행이 마진을 무지 많이 남기는 것으로 알아버릴 수 있다" 등 은행 딜러들의 적나라한 발언이 고스란히 담겨있었다.

박 의원은 "은행들이 키코는 제로 코스트(Zero Cost)라며 판매한 것인데 만일 이 거래가 은행들 마진이 그토록 많은 거래라는 것을 기업들이 미리 알았더라면 기업들은 굳이 선물환이라는 더 값싼 환헷지상품을 두고 키코거래를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시 말해 은행들이 선물환거래의 40배에 달하는 은행마진을 키코판매시 설명하지 않은 것은 기업들을 속인 것이라는 게 박 의원의 설명이다.

박 의원은 이미 지난 2012년 대검찰청 국감에서도 키코 수사가 윗선 지시로 무마되는 과정을 질의한 바 있다. 당시 수사검사가 어렵게 만든 수사기록마저 대법원 재판 증거로 쓰이지 못했던 점을 재차 지적한 박 의원은 "키코판결은 검찰과 법원, 거대 은행과 로펌이 합작해 진실을 호도하고 사회적 약자인 중소기업들에게 폭력을 행사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에 대해 이날 국감장에서 김소영 법원행정처장은 "(2013년 대법원 판결시)수사보고서가 그때 공개되지 않았던 부분에 대해 아쉽게 생각한다"고 답했다.

박 의원에 따르면 키코사건은 피해기업만 1000개를 넘고 피해 규모는 최소 3조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대법원 최종 판결 전까지만 해도 재판부마다 결론이 달랐고, 일부 중소기업은 하급심에서 승소하기도 했다. 하지만 대법원이 만장일치로 원고(중소기업 측)패소 판결을 내린 뒤 대부분 사건이 기업 측 패소로 이어졌다.
한편 키코사태는 새 정부 들어 피해기업들과 여당을 중심으로 재조사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달 27일엔 피해기업 측 입장을 대변하고 있는 한국기업회생지원협회 조붕구 회장이 기자 간담회를 갖고 재조사를 촉구했다.

금융위원회 외부 민간 자문단인 금융행정혁신위원회도 키코를 다루기로 결정했다. 혁신위는 '금융권 업무관행 개선 방안'에 키코 이슈를 포함시키고 이달 중순까지 개선방안을 마련해 금융위원장에게 권고안을 제시할 예정이다.

정치권과 금융당국이 키코 사태에 다시 관심을 갖기 시작함에 따라 재조사가 이뤄질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유동주 기자 lawmake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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