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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 실리는 단말기 완전자급제..통신비 절감 효과낼까

오찬종 입력 2017.10.12. 17:36 수정 2017.10.12. 1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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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기정통부 국감서 집중 논의..여야 모두 관련법안 발의
유영민 장관 "원론적 동의", SKT 사장 "경쟁확대에 긍정적"..대리점 "매출타격" 강력 반발
휴대폰 유통 구조를 바꾸는 '단말기 완전자급제' 도입 논의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12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정감사에서 여야 의원들이 '도입에 찬성'한다고 한목소리를 냈고 증인으로 출석한 박정호 SK텔레콤 사장도 '긍정적'이라는 답을 내놨기 때문이다. 유영민 과기정통부 장관은 '원론적으로 동의하지만 도입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동통신사 대리점들은 수입 타격과 공론화 부족 등을 이유로 완전자급제에 반대하고 있다.

단말기 완전자급제는 단말기 판매와 이통사 서비스 가입을 완전히 분리하는 제도다. 2012년 5월 가입자가 제조사에서 단말기를 구입할 수 있는 '단말기 자급제'가 부분적으로 도입됐으나 이는 이통사에서 지원금을 받지 못하는 등 유통구조 때문에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이통사 대리점이 아예 단말기를 판매하지 못하도록 하는 완전자급제를 도입해 통신비 부담을 줄여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돼 왔다.

도입을 찬성하는 쪽은 완전자급제가 시장 투명성을 높이고 제조사 간 출고가 경쟁과 통신사 간 요금·서비스 경쟁을 유도해 통신비 부담을 완화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단말기 지원금 등을 두고 제조사·이통사·대리점 등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유통 구조를 투명하게 할 수 있다는 취지에서다. 이렇게 되면 소비자들이 노트북이나 온라인에서 가격 비교를 통해 저렴한 단말기를 구매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또 유심칩 교체를 통해 언제든 통신사를 변경할 수 있기 때문에 자신에게 맞는 합리적 요금제를 선택하기도 훨씬 쉬워질 가능성이 있다.

신경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제조사가 통신요금 뒤에 숨어 매년 높은 가격의 단말기를 출시하며 소비자 부담을 늘리고 있다"면서 "스마트폰도 다양한 가격대 제품이 제공돼야 소비자 선택권이 넓어지고 실질 통신비를 낮출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성수 민주당 의원은 "완전자급제 법안을 발의할 것"이라고 밝히며 "할부원금이나 기본료를 알고 있는 소비자가 거의 없고 이를 악용하는 제조사·통신사 때문에 통신비 문제가 전혀 해결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미 완전자급제와 관련해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 박홍근 민주당 의원 등이 법안을 발의한 상태라 김성수 의원까지 합치면 세 건으로 늘어난다. 박홍근 의원은 이날 국감에서 20대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단말기 완전자급제 소비자 인식'을 공개했다. 응답자 중 55.9%가 단말기 완전자급제에 대해 '찬성', 10.4%가 '반대' 의견을 각각 밝혔다.

자급제를 찬성하는 이들(559명) 중에는 '복잡한 통신요금 구조에 대한 불신'을 그 이유로 꼽은 사람이 47.2%로 가장 많았다. '통신요금 인하 기대'가 35.1%로 그다음이었다.

이날 이통사 최고경영자 중 유일하게 증인으로 참석한 박정호 사장은 "완전자급제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며 "완전자급제로 단말기(판매)와 서비스가 구분되면 분명 경쟁 효과가 생길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유통·판매업체에 미칠 피해와 관련한 질문에 대해서는 "현재 정보통신기술(ICT) 생태계와 유통 과정에서 부작용이 없도록 해서 더 많은 일자리 창출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유영민 장관은 "단말기 완전자급제에 원론적으로 동의하지만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며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 폐지를 전제로 하는 완전자급제에 대해서는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단말기 제조업체와 통신사, 소비자 모두가 윈윈할 수 있는지 정교하게 상관관계를 살펴야 한다"며 "사회적 논의기구에서 다뤄지도록 돼 있는데, 속도를 높여 해결해나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대리점 등은 완전자급제에 대해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다.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 관계자는 "이미 부분적으로 자급제가 시행되고 있는데 이를 법으로 강제하는 것은 시장경제 원리에 맞지 않는다"며 "완전자급제가 시행되면 대리점 수익에 타격을 줄 가능성이 높은 데 비해 통신비 부담이 완화될지는 확실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아직 공론화도 충분하게 되지 않았는데 법안부터 제출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 국감 현장에선 단말기 자급제 외에도 통신비 인하와 관련된 내용이 집중적으로 논의됐다. 또 불성실한 증인 출석에 대해선 여야가 한목소리로 질타했다.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와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 등 대다수 ICT 업체 관계자들이 해외 출장 등을 이유로 불참했다.

■ <용어 설명>

▷ 단말기 완전자급제 : 이용자가 단말기를 온·오프라인 판매점에서 구입한 후 이를 이동통신사 대리점으로 가져가 통신 서비스에 가입하는 제도다.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이통사 대리점이 단말기를 팔지 못하도록 한다.

[오찬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