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명량해협'에서 고려청자가 잔뜩 올라왔다

입력 2017.10.12. 11:26 수정 2017.10.12. 21:46

'울돌목'이라고도 부르는 전남 진도군 명량해협.

1597년 정유재란 당시 충무공 이순신과 조선 수군이 12척의 배로 왜군의 전선 100여척을 물리친 역사의 현장이다.

김병근 연구소 학예연구관은 "고려청자는 시기가 12~14세기로 다양한 것이 특징이다. 당대 토기나 조선시대 백자 등도 확인돼 이 해역이 옛 교역선들의 주요 항로였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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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
진도 해역 수중발굴 결과
12~13세기 고려청자 접시
유병과 백자, 토기 등 인양
옛 배 닻돌들도 다수 확인
해상교역 주요 통로 실증

[한겨레]

진도 명량대첩로 해역에서 나온 옛 도자기들. 강진에서 만든 것으로 보이는 고려청자 잔과 유병, 접시 등이 주류를 이루며 토기와 도기, 조선시대 백자류도 보인다.

‘울돌목’이라고도 부르는 전남 진도군 명량해협. 1597년 정유재란 당시 충무공 이순신과 조선 수군이 12척의 배로 왜군의 전선 100여척을 물리친 역사의 현장이다. 최근 이 바다 밑에서 명량대첩보다 훨씬 이른 시기의 고려청자들과 옛 배의 닻돌 등이 다수 발견돼 눈길을 모은다.

진도 명량대첩로 해역의 수중발굴조사 현장 모습. 수중문화재 발굴전용선인 누리안호가 떠있다.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소장 이귀영)는 5월부터 최근까지 진도군 명량대첩로 해역 안을 수중발굴한 결과 고려청자를 비롯한 도자기류와 닻돌 따위의 유물 120여점을 끌어올렸다고 12일 발표했다. 뭍으로 나온 유물들 가운데 가장 많은 것은 우아한 비취색 표면에 화려한 장식 문양이 들어간 고려청자류. 주로 12~13세기 빚은 것들이다. 인근 강진에서 만들어진 접시, 잔, 기름병(유병) 등이 대표적이다. 청자 말고도 후대 조선시대의 토기, 도기, 백자 등도 나왔다. 김병근 연구소 학예연구관은 “고려청자는 시기가 12~14세기로 다양한 것이 특징이다. 당대 토기나 조선시대 백자 등도 확인돼 이 해역이 옛 교역선들의 주요 항로였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조사단은 또 고려·조선시대의 것으로 보이는 닻돌 9점도 바다 밑에서 찾아냈다. 닻줄에 붙여 닻이 잘 가라앉도록 구실을 하는 부재다. 옛 배에 탄 선원들이 식사를 할 때 썼던 금속 숟가락도 세상에 나왔다. 특히 첨단 탐사장비인 수중초음파카메라와 스캐닝소나를 들여와 유물이 많이 묻힌 구역을 미리 짚으면서 탐색하는 방식으로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고 연구소 쪽은 설명했다.

수중초음파카메라로 찍은 발굴해역 바다밑 유물들의 영상(왼쪽이 도자기들이며 오른쪽은 쇠솥이다.)

명량해협 일대 해역에서는 2012년부터 올해까지 5차례 조사가 진행됐다. 이번 발굴을 포함해 6년간 유물 900여점을 찾아냈다. 과거 조사에서 임진왜란 당시 쓰인 것으로 보이는 무기류인 총통, 돌포탄(석환), 노기(석궁 방아쇠) 등이 나와 눈길을 모은 바 있다.

남해와 서해를 잇는 길목인 명량해협은 삼국시대부터 많은 교역선과 세곡선이 다녔다. 그러나 조류가 빠르고 물살이 험해 난파 사고가 숱하게 일어났다고 전해진다. 이번에 조사한 해역은 이순신 장군이 왜군을 무찌른 울돌목에서 4㎞ 떨어져 있다.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사진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