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오래] 장채일의 캠핑카로 떠나는 유럽여행(1) 아내와 둘이 눈길 가는 대로, 마음 닿는 대로

2017. 10. 12.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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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박비 식비 절감해 경제적인 캠핑카 여행
기대 반 걱정 반에 운전학원서 도로 연수
예정된 계획보다는 우연한 감동을 좇기로
사람들에게 은퇴 후 가장 하고 싶은 것이 뭐냐고 물어보면 십중팔구 해외여행이란 답이 돌아온다. 그만큼 해외여행은 은퇴자에게 로망이다. 그러나 얼굴도 모르는 사람들끼리 우르르 몰려다니는 패키지여행처럼 빤한 여행은 재미없다. 좀 더 개성 넘치는 방법을 찾아보자. 부부가 단둘이 캠핑카를 타고 떠나는 여행에 도전해보는 것은 어떨까. ‘움직이는 집’인 캠핑카는 시간·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어디든 자유롭게 갈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숙박비와 식비를 절감할 수 있어 경제적인 여행이 된다는 점도 매력 포인트. 낭만을 싣고 유럽 땅을 종횡무진 달리는 캠핑카 여행에 인기 스토리텔링 블로거 장채일 씨(jangchaiil@hanmail.net)가 독자 여러분을 초대한다. <편집자>
인터넷으로 예약한 2인용(2 bed) 캠핑카. 캠핑카(Camping car)는 우리식 표현이고, 영어권에서는 보통 모터홈(Motor home)이라고 말한다. [사진 ideamerge.com]

환갑이다. '100세 시대'라고 하니 인생을 절반 조금 넘게 살은 셈이다. 그러니 오래 살았다고 소문내거나 뽐낼 일도 아니지만, 그냥 지나치기엔 서운하다. 아내와 상의 끝에 여행 한번 다녀오기로 했다. 그러나 지금부터 시작인 인생 2막, 평범한 여행은 싫다.

큰돈 들이지 않고 유럽의 이름 모를 시골 마을이나 알프스 산기슭에서 차 한잔하면서 여유 있게 시간을 즐기다 올 방법은 없을까? 머리에 쥐가 나도록 정보검색을 해보았다.

“그래. 캠핑카 여행이야!” 우리가 내린 결론이었다. 특히 9월 이후 비수기 동안의 유럽은 캠핑카 렌트비용이 성수기의 절반 값이다.

또한 캠핑카에서 먹고 자니 여행비용의 큰 축을 차지하는 숙박비와 식비를 절감할 수 있어 여러모로 경제적이다. 그리고 현지에서 느끼는 생각과 판단에 따라 얼마든지 코스를 자유롭게 바꿀 수 있다.

이탈리아 북부, 스위스, 오스트리아에 걸쳐있는 알프스 길은 험하고 가파르기로 유명하다. 곳에 따라선 11월부터 스노타이어 등 장비를 갖추지 않은 차량은 출입을 통제한다. [사진 ideamerge.com]

━ 아내 “알프스 길 험하다는데…”

그러나 캠핑카라는 익숙지 않은 여행방식에 아내는 마음이 편치 않은 기색이 역력하다. “유럽에는 옛날 도로가 많아서 길도 좁고 복잡하던데, 그런 길에서 덩치 큰 캠핑카를 운전할 수 있어요?” “유럽은 11월만 돼도 해가 일찍 지고 춥던데, 차 안에서 오들오들 떨면서 어떻게 자요?” “알아보니 유럽 캠핑카들은 모두 수동이라던데, 수동 운전해본 지 20년도 넘은 당신이 수동차를 어떻게 몰아요?” “알프스 길은 험하고 가파르던데 중간에 차가 멈추기라도 하면 어떻게 해. 아유, 생각만 해도 끔찍해요~.”

걱정하는 아내 앞에서 큰소리는 쳤지만, 평소 덩치 큰 수동 캠핑카를 한 번도 몰아본 적이 없어, 오그라진 마음으로 운전학원에 가서 수동 포터트럭으로 도로 연수도 받았다.

알프스 산자락의 시골마을. 이런 곳에 머물면서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다 오고 싶은 마음이다. [사진 ideamerge.com]
일정 중 정해진 것은 로마 도착, 로마 출발 뿐. 여행기간은 한 달이다. 여행코스에 대한 대략적인 계획은 있지만 대부분 책이나 인터넷에서 주워들은 정보일 뿐, 우리의 취향과는 무관하다. 현지에 도착해서 눈길, 발길, 마음 길 닿는 대로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

난생 처음 떠나는 계획 없는 여행. 누구를 만날지, 어떤 일이 벌어질지, 어디로 갈지 모르는 게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과 닮았다.

아내와 둘이 떠나는 인생 여행이다. 기대 반 걱정 반이다.

장채일 스토리텔링 블로거 jangchaiil@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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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 현예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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