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망 가득했던 모로코전..희망도 보이지 않는다

스포츠 = 이근승 객원기자 2017. 10. 11.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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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안 스포츠 = 이근승 객원기자]
대표팀은 모로코의 개인기에 수비가 붕괴됐다. ⓒ 대한축구협회

이날도 희망은 보이지 않았다. 모로코는 아직 러시아행 티켓을 따내지 못했지만, 압도적인 개인 기량을 자랑하며 신태용호를 벼랑 끝으로 몰아넣었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이 10일(이하 한국시각) 스위스 빌 비엔느 티쏘 아레나에서 열린 모로코와 평가전에서 1-3 패했다.

대표팀은 모로코의 빠른 공격에 속수무책으로 무너졌고, 공격은 느린 전개와 개인 기량에 의존하는 답답함을 유지하면서 유럽 원정을 허무하게 마무리했다.

대표팀은 이번 선발 명단에 큰 변화를 줬다. 우측 수비수로 변신한 이청용과 포어 리베로 장현수, 공격의 핵심 손흥민만이 지난 경기에 이어 선발 출전 기회를 잡았다. 김보경과 남태희, 기성용 등 지난 경기에 기회가 없거나 적었던 선수들이 승리를 위해 나섰다.

그러나 명단에만 변화가 있었을 뿐, 경기력과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경기 시작부터 모로코의 측면을 책임진 이스마일 엘 하다드의 빠른 발에 휘둘렸고, 전반 6분 만에 선제골을 내줬다. 우리 수비진은 상대의 빠른 드리블에 뒷걸음질 치기 바빴고, 우사마 탄난의 슈팅에 무너졌다.

일찌감치 실점한 대표팀은 4분 뒤 추가골까지 허용했다. 초반부터 불안감을 노출한 이청용이 또다시 크로스를 허용했고, 송주훈이 제대로 처리하지 못한 볼을 탄난이 잡아 슈팅으로 연결해 골망을 갈랐다. 탄난은 경기 시작 10분 만에 멀티골을 완성하며, 모로코의 압도적인 흐름에 앞장섰다.

결국 신태용 감독은 전반 27분 만에 변화를 줬다. 남태희와 김보경, 김기희를 대신해 권창훈과 구자철, 정우영을 투입해 분위기 반전을 노렸다. 그러나 경기 분위기는 변하지 않았다. 모로코는 순식간에 공격을 진행하며 끊임없이 한국 진영을 휘저었고, 위협적인 슈팅으로 추가골을 노렸다. 반면 대표팀은 손흥민과 권창훈의 개인 기량에만 의존한 공격을 시도하면서 득점에 실패했다.

대표팀은 세 번째 실점까지 내줬다. 후반 1분, 전반 초반부터 인상적인 몸놀림을 보여준 엘 하다드가 순간적인 뒷공간 침투와 깔끔한 슈팅으로 골망을 갈랐다. 대표팀은 수적 우위에도 불구, 중원에서 볼을 잡고 올라오는 상대 선수에 대응하지 못하면서 세 번째 실점을 막아내지 못했다.

후반 20분, 손흥민이 구자철이 얻어낸 페널티킥을 득점으로 연결하며 투혼을 보여주는 듯했지만, 거기까지였다. 대표팀은 모로코의 압박이 느슨해졌음에도 주도권을 빼앗아 오지 못했고, 부족한 패싱력과 개인 능력의 아쉬움을 재차 확인한 채 경기를 마무리했다.

신태용 감독은 전반이 끝나기 전에 전술 패착을 깨달았다. ⓒ 대한축구협회

모든 면에서 완패한 경기다. 감독의 역량부터 그라운드를 누빈 선수들까지, 대표팀은 2018 러시아 월드컵 본선에 도전하는 팀이라고 보기 어려웠다. 압도적인 수적 우위에도 상대의 드리블과 패스에 어쩔 줄 몰라 하는 수비진은 2014 브라질 월드컵 알제리전을 떠올렸다. 손흥민과 권창훈의 부족한 개인기에 의존하는 공격도 당시와 꼭 닮은 느낌이었다.

대표팀은 중앙 수비수를 3명이나 출전시켰음에도 90분 내내 불안했다. 중앙으로 달려 들어오는 선수를 계속해서 놓쳤고, 윙백의 공격 가담으로 인한 공간 커버도 보기 어려웠다. 특히, 이청용은 경기 초반부터 불안한 모습을 노출하며 도움이 필요한 듯 보였지만, 중앙 수비진의 협력은 없었다.

중원 싸움에서도 심각한 열세를 보였다. 구자철과 정우영의 투입 이후 미드필더 숫자를 세 명으로 늘렸지만, 달라진 것은 없었다. 세 번째 실점 장면에서 보듯이 중원에서 드리블해 들어오는 선수를 전혀 막아서지 못했다. 패스 차단이나 공격으로 나아가는 과정도 매끄럽지 못했고, 판단도 매번 늦었다.

공격도 다르지 않았다. 모로코 공격진처럼 압도적인 개인 기량을 갖춘 것이 아님에도 손흥민과 권창훈에 의존했다. 중원에 위치한 선수들이 상대의 압박을 이겨내고 전진을 하지 못하면서, 패스를 통한 공격 전개 과정을 보기 어려웠다. 윙백으로 나선 임창우와 이청용은 수비는 물론 공격에서도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하면서, 공격과 수비가 따로 노는 듯한 인상이 짙어질 수밖에 없었다.

한국 축구가 이토록 절망적이었던 때가 있었을까. 모든 면에서 희망을 찾기가 어려웠던 10월 유럽 원정 평가전. 최종예선 내내 제기된 문제들을 또다시 확인한 채 귀국길에 오르는 대표팀. 2002 한일 월드컵처럼 힘든 시기를 거쳐 단단해지길 바라지만, 현재는 그 어떠한 희망도 찾을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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