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삼성전자 '갤S8' 연락처 강제 통합 '말썽'.."SW 설계·검수 마인드 부족" 질타 잇따라

심민관 기자 입력 2017. 10. 11. 14:47 수정 2017. 10. 11.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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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스마트폰 ‘갤럭시S8’의 연락처 기능이 미숙한 소프트웨어 설계로 말썽을 일으키고 있다.

조선일보DB

갤럭시S8에 구글 계정으로 저장한 주소록을 동기화할 경우, 동명이인(同名異人)의 연락처가 사용자의 동의 없이 강제 통합돼 사용자가 전화를 잘못 거는 일이 잇따르고 있다. 이름만 같고 전화번호, 사진, 이메일, 직장명, 직책 등이 모두 달라 동명이인이 분명한 데도, 갤럭시S8의 연락처 소프트웨어는 이를 모두 하나의 연락처로 통합한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의 소프트웨어 설계의 기본 마인드가 부족하거나 치밀한 검수가 없었던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구글 계정으로 주소록을 관리하는 사용자가 많은 미국과 유럽에서는 갤럭시S8의 문자 전송 오류도 나타나 삼성전자가 갤럭시S8의 소프트웨어를 시급히 업그레이드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11일 본지가 다수의 갤럭시S8 모델을 실험한 결과에 따르면, 갤럭시S8에 구글 계정에 등록된 동명이인의 연락처를 동기화할 경우, 사용자의 동의 없이 자동으로 동명이인 한 사람의 연락처로 모든 전화번호가 통합됐다. 이 경우 사용자는 각각의 동명이인이 누구인지 상대방을 확인할 수 없어 엉뚱한 사람에게 전화를 걸게 되는 것. 통합된 연락처 안에서 ‘상세정보’를 눌러도 동명이인의 직장과 사진, 이메일을 각각 확인할 수 없어 연락처를 분별하기 어려웠다.

실험에서 삼성전자 갤럭시S8 연락처에서 ‘김범수’라는 이름으로 등록된 다수의 동명이인 연락처들이 하나로 통합됐다. 실험한 기기의 연락처에는 각기 다른 ‘김범수’ 4명이 저장돼 있었지만, ‘김범수’로 검색하면 한 개의 연락처만 표시됐다. 김범수 카카오 의장의 연락처를 찾으려고 했지만, 출판사에서 일하는 김범수가 가장 먼저 떴다. 전화를 걸어보기 전에는 해당 번호가 누구의 전화번호인지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갤럭시S8 사용자인 회사원 A씨는 “갤럭시S8이 동명이인의 연락처를 통합해도 되는지 사전 동의도 구하지 않았다”면서 “소프트웨어를 똑똑하게 설계했더라면, 여러 단서를 통해 동명이인이 분명한 연락처를 강제 통합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통합된 연락처 안에서 동명이인의 경우 특정인을 지정할 수 없어 전화나 문자를 보낼 때 불편함이 크다”고 덧붙였다.

삼성전자 서비스센터 관계자는 “갤럭시S8에 구글 연락처와 지메일을 연동하면 스마트폰에 탑재된 소프트웨어가 동명이인을 같은 사람으로 인식해 한 사람 이름에 복수의 전화번호를 등록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본지가 갤럭시S8 연락처와 구글 계정에 저장된 연락처를 동기화하지 않고 스마트폰에 수작업으로 동명이인의 전화번호를 등록한 실험에서는 이런 오류가 없었다. 동일한 이름으로 연락처를 저장했지만 한 사람의 대표자 번호로 연락처가 통합되는 현상은 없었다.

한 소프트웨어 전문가는 “구글 계정에서 동명이인의 연락처를 가져왔을때만 이런 현상이 나오는 것 같다”며 “구글 시스템과 삼성전자 단말기 소프트웨어의 연결에 문제가 있는 것인지 확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범수’라는 이름을 쓰는 동명이인인 사람들의 연락처들이 하나로 통합돼 표시된 모습. / 심민관 기자

LG전자 전략 스마트폰 ‘V20’에서도 동일한 실험을 진행했다. 하지만 동명이인 연락처의 강제 통합 오류는 나타나지 않았다. LG전자 관계자는 “사용자의 동의 없이 자동으로 연락처를 통합하는 기능을 제품에 탑재하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005930)관계자는 “연락처 통합기능은 구글 등 계정에서 연락처를 등록해서 쓰시는 분들이 많고, 동일한 이름의 연락처를 사용자가 일일히 정리하는 것의 불편함을 덜어주고 사용자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추가한 것”이라며 “연락처 통합이 사용자의 동의를 받지는 않았지만, 사용자의 편의성을 위한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갤럭시노트FE와 갤럭시노트8에도 동일한 기능이 탑재됐다”고 덧붙였다.

구태언 테크앤로 대표 변호사는 “구글 계정 안에 각각 구분된 데이터(연락처)를 통합해 버림으로써 식별성을 상실시켜 사용자가 보유 중인 정보를 훼손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개인정보보호법상 개인정보침해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와 민법상 불법행위에 근거한 손해배상 청구를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10일(현지시간) 영국 일간지 가디언 등 외신보도에 따르면, 갤럭시S8로 문자(SMS) 수신이 되지 않는 문제가 캐나다, 호주, 프랑스, 영국뿐 아니라 미국 4대 통신사 가입자들에게서 나타나고 있다.

가디언은 “두 개 통신사로 시험해 본 결과 평균적으로 문자 5개 중 1개가 수신되지 않았다”며 “심카드를 갤럭시S8가 아닌 다른 스마트폰에 꽂았더니 문자 수신에 문제가 없었던 것을 감안할 때 스마트폰 자체의 문제로 보인다”고 전했다.

한 전자업계 관계자는 “애플의 신형 스마트폰 ‘아이폰8’이 배터리 문제로 곤혹을 치르는 가운데, 삼성전자가 갤럭시 시리즈로 우위를 지킬 수 있는 시점에 사소하지만 치명적인 오류가 발생했다”면서 “갤럭시S8 연락처 기능의 전반적인 소프트웨어 점검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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